[기업진단_뉴스워커: 농심] 농심그룹의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이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장직을 맡아 경영권을 쥐고 있는 신춘호 회장, 그는 1932년 3월 27일 생으로 90세를 목전에 두고 있는 노장이다. 그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롯데공업을 계열사 분리하여 지금의 농심을 설립했다. 이후 라면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농심그룹은 2003년 7월 1일자로 농심을 인적분할하여 농심홀딩스를 설립하여 지주체체로 전환에 성공했다.

농심그룹이 모범 지주 체제로 인정받는 이유는 모든 매출액이 자회사로부터 얻는 배당수익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슬하에 3남 2녀를 두고 있으며 경영권은 장남 신동원 회장에게 넘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9년부터 오너일가 3세가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동시에 올해는 자주 지적 받아왔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하여 자산 총액 5조원 이하라는 이유로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에서 제외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내부적으로 정보 보안을 이유로 일감몰아주기를 해명했지만 동시에 내부거래 의존도 해소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그들은 밝혀왔다.


모범 지주사 체제의 표본 보이는 농심홀딩스, 하지만 여전한 오너일가 지갑 채우기


농심그룹의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는 비상장사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농심개발과 상장사 농심, 율촌화학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창립자 신춘호 회장이 농심홀딩스의 회장직을 맡아 농심그룹의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 신동원 회장,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각각 대표이사직과 경영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올해 3월 말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사임하고 장녀 신현주 사내이사가 새롭게 부회장직을 맡았다.

농심홀딩스는 모범적인 지주사 체제로 항상 거론되고 있다. 이 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해당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다. 즉 지주사의 사업목적에 맞게 지배하는 회사로부터 배당 수익으로 매출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내 재벌그룹의 지주회사는 배당수익이 아닌 수의계약 등을 통한 자문료, 브랜드수수료 등의 배당외수익의 비중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문제로 자주 지적됐다. 하지만 농심홀딩스는 종속회사 태경농산, 관계기업인 농심과 율촌화학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익만으로 영업수익이 구성되어 있어 모범적인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농심홀딩스의 배당금수익 출처가 그룹 내 기업간 일감몰아주기라는 점과 해당 배당금 수익을 다시 오너일가에 배당을 실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농심그룹과 관련된 특수관계인, 즉 오너일가의 농심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위 그림과 표 참조)을 나타내고 있다. 장남 신동원 회장이 42.92%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13.18%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이외 신동원 회장의 모친 김낙양 여사와 배우자 민선영 씨를 비롯해 오너일가 3세까지 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오너일가 3세가 추가로 장내매수를 하여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 합계는 2019년 말 66.35%에서 0.3%P 올라 66.65%가 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주당 2000원의 배당을 실시하여 오너일가 및 농심근로복지기금, 율촌재단으로 돌아간 총 배당수익은 2017년 61억6011만원, 2018년 61억7189만원, 2019년 61억718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이 가장 높은 신동원 회장이 약 40억원, 그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은 신동윤 부회장이 약 12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오너일가 3세 중에서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렬 씨가 가장 많은 배당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이며 금액은 약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던 농심홀딩스, 하지만 그 끝은 오너일가로 부가 이전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농심홀딩스에 배당금수익을 제공한 자회사의 실적과 내부거래 비중, 그리고 배당성향을 보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제조와 농축수산물의 재배 양축 및 양식업을 영위하는 태경농산은 2017년 61.2%, 2018년 57%, 2019년 56.7%로 매출의 절반 이상이 농심 등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이곳은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여 배당성향 3년 평균값이 89.7%를 기록했다.

2017년까지 배당을 지급했던 농심엔지니어링의 주요 사업내용은 엔지니어링, 식품가공설비 및 기기 등의 제조 및 관련 서비스다. 2017년만 하더라도 25.5%라는 낮은 수준의 내부거래를 하고 있었으나 이듬해 33.4%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말 기준 62.1%로 두 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각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중심에 있는 농심은 내부거래 비중이 10% 이하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갈수록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저하되는 상황에서도 꿋꿋히 배당금을 지급했다.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배당을 계속 실시한 결과 배당 성향이 25.51%에서 2년만에 32.58%로 상승했다.

농심홀딩스 및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2019년 말 기준 65.01%에 해당하는 율촌화학도 매해 내부거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곳으로 2019년 말에는 전체 매출액의 38.6%가 내부거래에서 비롯됐다. 배당성향 역시 높은 곳으로 2018년 말에는 84.2%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와 같이 농심홀딩스에 배당을 지급하는 자회사 모두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비상장사인 태경농산은 수익을 내는 족족 다시 지주회사로 부를 이전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농심그룹 측은 부당한 사익편취 등에 대해 부인했으며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경우 내부 기밀 정보 등을 이유로 인한 것이며 차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자산이 5조원에 미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농심그룹, 그러나 결론만 놓고 본다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오너일가의 부를 증식시켰다.


내부거래비중 50% 이상 농심기획 부회장 장녀 신현주, 사내이사 신규 선임한 농심홀딩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신춘호 회장의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이 농심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었으며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사임을 표명했다. 농심그룹에서 삼남인 신 부회장은 형제 간 지분 관계도 없고 경영을 맡고 있는 메가마트 역시 계열사 분리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녀 신 부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농심기획이 1996년 8월 5일 광고업무대행업과 광고물제작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이후 그전만 하더라도 경영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던 장녀 신현주 씨가 오너경영인으로 데뷔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농심홀딩스 및 신동원 회장 및 신현주 부회장이 지분을 독식하고 있었는데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인해 2013년 보유 주식 전량을 농심에 매각하여 농심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3년 이후 농심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10%를 다시 신현주 부회장이 매입했다. 그리고 신 부회장은 농심기획, 농심홀딩스 이외에도 평창고랭지의 비상근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신 부회장이 지분을 재취득한 계기는 책임경영이었다. 2016년 지분을 재취득한 이후 매출액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책임경영에 대한 결과로 인식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1년새 반전의 모습을 보이며 반짝 성과로 끝났다. 2018년 2억9246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1억6689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약 3억원의 영업손실과 2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책임경영을 운운하기에 2년 연속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농심기획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농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긴 했으나 계속해서 매출액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의 내부거래를 기록하게 됐다. 신현주 부회장이 지분을 취득한 2016년 59.2%에서 1년 만에 8.5%p 줄어드는 듯 했으나 이후 매출액 수준은 지지부진한데 내부거래는 계속 늘며 결국 2019년 말 기준 55.1%까지 다시 늘어났다. 당연히 대부분의 내부거래는 농심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회사도 결국 농심이 먹여 살리는 기업에 불과하다. 농심홀딩스 자회사에서 제외됐던 장녀 신현주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사실에 대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경영능력에 대해 평가한 결과 지주사 경영활동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신현주 부회장이 농심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결정할 수 있는 최상위 지배기업인 농심홀딩스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확인시킬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과거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관련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과반수를 훌쩍 넘어선 농심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내이사 선임 건인 만큼 장녀가 참여하고 있는 곳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듯 싶다.

농심그룹은 고질적인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대하여 올해도 안전하게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피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상태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룹 내부적으로 외부에서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이슈를 해결할 의지는 확인되는 듯 하다. 남은 과제는 율촌화학 계열사 분리 등이 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다 하더라도 2세 경영진이 3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만큼 언젠가 해결될 수 있는 과제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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