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감염 가능성 언급되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역량 집중해야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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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재감염 사례 확인되었다는 주장 나와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월 29일 ‘로이터’는 미국 네바다에서 코로나19에 ‘재감염(Reinfection)’된 환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환자는 네바다 리노에서 거주하는 25세의 남성으로 지난 4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비교적 경증 상태에서 회복되었으나, 5월 말에 좀 더 위중한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한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서 캘리포니아 라호야(La Jolla)에 위치한 ‘스크립스 리서치(Scripps Research)’ 연구소의 면역학 및 미생물학 교수인 ‘크리스티안 앤더슨(Kristian Anderson)’ 교수는 이 사례가 코로나19의 재감염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으며 인간의 면역이 100% 완벽하지는 않으므로 재감염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보도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재감염(Reinfection)’, ‘재발(Recurrence)’, ‘재양성(혹은 재검출)’이라는 세 가지 단어의 차이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재감염은 동일한 감염체에 2회 이상 감염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환자가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완전히 극복했으나 이후 다시 외부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재발은 외부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환자의 신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피로 등으로 인해 환자의 신체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다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러스가 재발하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헤르페스(Herpes)’를 들 수 있는데,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척수의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항바이러스 약품으로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완치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재감염은 환자가 완치되었지만 외부 바이러스에 재차로 감염되는 현상임에 비해 재발은 환자의 신체 내부에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다가 피로 증가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양성은 퇴원을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음성이 나와 회복되었다고 판단했던 환자들을 다시 검사했더니 양성판정이 나온 경우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코로나19 관련하여 축적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재양성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현재는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방역당국의 연구 결과로 재양성 현상은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죽은 바이러스 시체나 조각들이 재검출 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이는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바이러스 배양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않았다는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즉 재감염은 환자가 재차로 감염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어 위험성이 존재하는 반면, 재양성은 죽은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되는 것으로 증식이 불가능하여 위험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사례에서 네바다 대학과 리노 의과대학 등은 환자가 지난 4월에 첫 번째 감염된 바이러스와 5월 말에 감염된 두 번째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결과 유전자 계통이 서로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 계통이 다르다는 사실에 기초한다면 환자의 몸속에서 첫 번째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두 번째 바이러스로 변이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보다는 재감염 가능성에 훨씬 무게가 실린다.

한편 이번 사례가 확실히 재감염 사례라면 백신에 의한 면역이 가능한지 혹은 면역의 지속력이 얼마인지 등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아직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받기 전이며 재감염 가능성이 인정되어도 재감염 현상을 일반화시키기에는 케이스가 아직 매우 적기 때문에 일각에서 주장되는 백신 무용론에 힘이 실리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앤더슨 교수도 광범위한 후속 연구 없이 현재 결과만으로 코로나19 재감염이 어느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지 결론 내릴 수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재감염 사례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 예상하는 것조차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서도 재감염 사례 확인되었다는 논문 나와


지난 8월 25일 국제학술지인 ‘Clinical Infectious Diseases(임상감염병)’에 코로나19 재감염 가능성 관련한 홍콩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33세의 홍콩 남성은 지난 3월 2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입원했으나 4월 14일 24시간 이상 간격이 있는 2회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퇴원했다.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했던 이 남성은 지난 8월 15일 스페인에서 영국을 경유하여 홍콩으로 귀국하는 도중 공항 검역 시스템에서 다시 한 번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 남성의 몸속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재발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것인지 분석하기 위해서 게놈 분석(Genome analysis)을 실시한 결과 1차 바이러스와 2차 바이러스의 유전적 계통이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에 따라 연구진은 이 사례를 재발이나 재양성 사례가 아닌 재감염 사례로 결론 내렸으며, 향후 자연 감염 혹은 백신에 의해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형성하여도 재감염으로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게다가 연구진은 1차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가 완치된 사람이라도 4.5개월 후에는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 있으며, 완치된 이후에도 코로나19에 대해 완전히 면역을 가졌다고 결론내리기 어려우므로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수칙 준수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 환자가 1차 감염 시기에 3일 동안 기침, 가래, 인후통,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보였지만, 2차 감염 시기에는 36.5°C의 체온과 일반 대기 중에서 98%의 산소포화도를 기록했으며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에서도 이상소견이 없는 등 코로나19 증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관찰됐다.

이와 관련하여 추가 연구를 통해 1차 감염에서 획득한 면역력이 2차 감염에서도 어느 정도 작동하였는지 여부를 관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WHO는 최근 제기되는 재감염 가능성에 대해서 가능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8월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24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재감염 확인 사례는 몇 건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사례라는 입장이다.

‘매튜 그리피스’ WHO 기술고문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8월 26일 ‘CNBC’ 방송에 출연해 재감염 가능성만으로 백신이 무용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는 어려우며 현재 몇 건에 달하는 희귀한 사례를 들어 재감염을 일반화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학계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재감염을 일반적인 사례로 취급하기는 어려우며 후속연구가 필요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백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요약하자면 현재 수가 많지 않지만 재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어 이에 대한 후속연구를 통해 면역 가능여부, 지속 시간 등을 반영한 면역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나, 백신 무용론과 같은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전문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특정 질병에 대한 100% 면역은 달성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면역력과 지속 시간이 인정된다면 백신 개발과 보급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헛수고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므로 계속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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