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 성장 할수록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코앞으로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1973년 5월 1일 설립된 율촌화학은 신춘호 회장의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곳이다. 주요사업으로 포장사업부문과 전자소재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지만 농심그룹 자체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포함되면 율촌화학은 그간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 의존도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농심홀딩스의 지분율을 빼고 오너일가가 지니고 있는 지분율만 33.07%로 규제 기준이 되는 30%보다 높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조금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 3년 전부터 내부거래 금액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은 계속 유지될 듯하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강구하여 이와 같은 논란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뜻대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고 있는 듯하다.


내부거래로 실적 내며 오너일가 배당 잔치에 고액의 연봉까지


율촌화학은 농심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잡음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내부거래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심한 기업이다. 농심그룹 측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지만 기업 규모가 커서 빠른 시일 내 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거래를 통하여 실적을 내는 동안 지분 60% 이상을 농심홀딩스 및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율촌화학은 배당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서도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일가로의 부의 이전이 아니냐는 점도 지적 받았다.

오랜 기간 일감몰아주기 지적으로 인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내부거래 금액을 줄이기도 했다. 특수관계자와의 매출 거래 규모는 2015년 1893억원에서 2017년 1755억원으로 감소했고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도 43.4%에서 35.7%로 7.7%p나 낮아졌다. 하지만 2018년부터 다시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 반짝 효과로 끝났다. 2018년 총 매출액은 감소했는데 내부거래 규모는 1801억원으로 되레 늘어나며 그 비중이 37.2%로 소폭 상승하더니 이듬해 2019년 매출액 수준은 제자리인데 내부거래 규모가 1868억원으로 다시 늘어나며 내부거래 비중 역시 38.6%로 상승했다. 2020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내부거래 비중이 보다 심각해져 43.5%로 크게 뛰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수준으로 다시 제자리 걸음 하게 됐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제자리로 돌아온 이유는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율촌화학은 일감몰아주기의 핵심인 포장사업부문 대신 전자소재사업부문을 키워 전반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출 계획이었다. 2017년 전체 매출액의 36.7%가 전자소재사업부문에서 비롯되었고 포장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이 63.3%로 낮아지며 자연스레 내부거래 비중이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까지만 해도 성장세를 보였던 전자소재사업부문은 다시 침체기를 겪게 되었다. 해당 사업부문의 2017년 매출액은 1807억원에서 2018년 1555억원, 2019년 1514억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2분기에는 포장사업부문의 비중이 76.7%로 크게 올랐고 이는 곧 전자소재사업부문의 실적이 또 다시 후퇴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율촌화학의 내부거래 의존도 낮추기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공교롭게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7년을 기점으로 신동윤 부회장의 연봉은 2배 이상이 뛰었다. 2016년 급여 3억7700만원, 상여 및 특별상여로 2억4500만원을 받아 총 6억2200만원을 연봉으로 수령했다. 하지만 1년만에 급여가 127.1% 증가해 8억5600만원, 상여 및 특별상여는 64.1% 증가해 4억200만원을 수령해 총 12억5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맏형 신동원 부회장이 이끄는 농심과의 거래로 실적을 올리면서 연봉을 2배 이상 인상시켜 버렸다. 그리고 내부거래 비중이 더 크게 늘어난 2019년 총 14억7400만원으로 더 상승했다.

율촌화학은 지배기업인 농심홀딩스나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고액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5년 평균 81억원 수준의 배당을 지급했다. 2017년 농심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7만8300주 매각하고 신동윤 부회장과 장남 신시열 씨가 각각 194만6000주, 13만2300주를 취득했다. 매년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한 덕분에 오너일가로 돌아간 배당금 수익은 상당하다. 신시열 씨가 지분을 취득한 2017년에는 신춘호 회장이 16억7395만원, 신동윤 부회장이 17억2728만원, 모친 김낙양 씨가 5701만원, 배우자 김희선 씨가 4870만원, 아들 신시열 씨가 6615만원의 배당을 받았다. 2018년에는 딸 신은선 씨가 지분을 취득하며 오너일가로 돌아가는 배당 수준은 늘어났다. 결국 일감몰아주기로 수익을 내고 오너인 신동윤 부회장은 고액의 연봉을 수령하고 오너일가는 고액의 배당금 수익을 챙기게 된 셈이다.


신동윤 부회장 일가 소유 ‘비상장 계열사’도 일감몰아주기로 실적 챙겨


신동윤 부회장 가족이 100%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인 캐처스는 농심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출을 올렸다. 2017년 농심 14억원, 태경농산 41억원, 호텔농심 12억원, 메가마트 12억원, 농심미분 2432만원으로 약 31억원 가량을 올렸다. 이후 그 규모가 점점 증가해 2018년에는 32억원, 2019년에는 33억원 수준의 내부거래가 이루어졌다. 소규모 비상장사의 공시의무 면제를 받을 수 있어 이곳이 배당을 실시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농심그룹 계열사 간에 내부거래를 활발하게 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신동윤 부회장 70%, 배우자 김희선 씨, 자녀 신시열, 신은선 씨가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는 엔에스아리아는 2017년 9월 11일 설립됐으며 농산물 도매 및 전자상거래를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50년 간 축적된 식품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자 전용 유통 플랫폼이다. 2019년부터 감사보고서를 제공하고 있어 해당 회사의 주주 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 상 기타의 특수관계자로 더이음, 포그물류, 농심, 태경농산, 율촌화학, 농심엔지니어링, 엔디에스, 호텔농심이 있다. 이중 더이음, 포그물류는 공시를 따로 하지 않아 정확히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특수관계자란 지배력 혹은 공동지배력이 있거나 유의적인 영향력을 미치거나 지배기업의 주요 경영진이 일원인 경우에 해당하는 기업 등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더이음, 포그물류 역시 농심그룹 혹은 오너일가와 관련된 곳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2018년 내부거래를 통해 약 48억원의 매출을 올려 총 매출액의 36.1%를 차지할 정도였으나 1년새 내부거래 규모가 12억원으로 줄어 5.6%로 감소했다. 그러나 특수관계자와의 매출 및 매입 거래 내역에서 눈에 띄는 곳은 포그물류와 더이음이다. 가장 많은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그물류의 경우 2018년 2억5415만원, 2019년 4억7650만원의 매출을 냈다.

업력이 길지 않고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곳이지만 향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등에 대해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으나 이곳도 신동윤 부회장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어 내부거래의 문제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거로 보인다.

단시간 내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라면 시장을 주름 잡은 농심이 대기업집단으로 포함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아 전자소재사업부문을 강화하여 장기적으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역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오너일가의 투명 경영만이 돌파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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