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기업진단_코로나19와 제약업계①] 한독은 제약산업 1세대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1954년 4월 27일 의약품, 제약원료 및 공업용약품의 소분업과 제조판매업 등의 사업목적을 가지고 한독의 전신기업인 연합약품을 설립했다. 이후 1957년 독일 제약사 훽스트와 기술 제휴를 맺고 난 후 1년 뒤 한독약품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었으며 2006년 고 김신권 회장이 장남 김영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며 지금의 경영 체제가 다져졌다. 지난해 3세인 장남 김동한씨와 차남 김종한씨, 그리고 김영진 회장의 동생 김석진씨의 장남 김경한씨가 나란히 한독 지분을 취득하는 등의 작은 변화가 생기면서 3세 승계 체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백신 개발과 관련하여 한독의 계열사 제넥신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공시를 통하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백신 임상 제 1/2a상 승인’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적자로 인해 골치를 앓았던 한독그룹이 코로나로 함박웃음을 짓는 한 해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경영권 승계 핵심 와이앤에스인터내셔널, 오너일가에 쉼없는 배당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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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은 2020년 6월 말 기준 국내법인 계열회사로 한독로스메디칼, 한독테바, 제넥신, 엔비포스텍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5군데의 해외법인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독의 지분 현황에 따르면 김영진 회장이 총 지분의 13.65%를, 누나 김금희 씨가 3.25%, 김 씨의 배우자인 채영세 씨가 1.18%, 동생 김석진 씨가 5.13%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김 회장의 장남 김동한 씨와 김종한 씨와 김석진 씨의 장남 김경한 씨가 지분을 장내매수하여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한독그룹의 최대주주는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로 2019년 1만4641주를 추가로 장내매수하여 지분율이 소폭 상승해 현재는 17.69%다.

이곳은 오너일가 3세인 김 회장의 장남 김동한씨가 전체 지분의 31.65%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곳을 통해 3세에 경영권이 승계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만 하더라도 김석진 씨가 총 1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전량 매도하여 현재 김영진 회장 일가가 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이곳은 2001년 12월 24일자로 종합무역업,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업, 교육서비스업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보고된 총 7차례의 감사보고서에서도 해당 사업 목적으로 인한 매출 등을 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단 한 차례도 매출액이 0원이 아닌 적이 없었다. 이는 표에 나타나 있진 않지만 2013년, 2014년 감사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잡이익, 유형자산처분이익인 영업외수익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수익 대부분이 한독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업외수익 중 5년 평균 98%가 한독과 에핀도르프코리아로부터 얻은 배당금 수익이다. 이러한 실적 구조 탓에 한 번도 영업손실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2015년과 2017년에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회사로부터 배당수익에 의존하여 실적을 구성하고 있던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돌연 2018년 들어 주당 10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최대주주 김동한씨는 매년 1억2560만원씩, 김석진씨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2018년 1천만원, 김영진 회장은 2천만원씩을 갖게 됐다. 한독이 2017년 이후 실적 상승에 성공한 뒤 한독으로부터 2018년 6억4147만원, 2019년 10억8929만원의 배당수익을 지급받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별도의 영업활동 없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오너일가에 배당을 지급했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을 통한 우회적 지분 승계에 대한 의혹부터 시작해 실질적인 기업 활동 없이 계열 회사 배당수익으로 실적 채우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 배당까지 지급하고 있어 비상장회사이자 가족 회사인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사실상 오너일가에 전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외형 성장 성공, 투자 성과는 대체 언제?


한독은 첫 시작부터 독일 제약 회사인 훽스트와 기술제휴를 맺어 합작회사의 형태로 제약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사노피아벤티스와 48년 간 합작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후 김영진 회장은 독자 경영 체제를 선언하며 제넥신을 인수하고 2013년에는 한독테바 합작법일을 설립했으며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켰다. 김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덕분에 2020년 6월 말 기준 총 12개사에 임원 겸직을 하고 있다.

한독테바, 제넥신, pH Pharma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에펜도르프 코리아, 공신진흥, Theravalues Corporation에서는 사내이사를,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에서는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이며 JUST-C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외 재단법인 한독제서재단에서는 이사장, Rezolute, TRIGR에서는 이사며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는 비상임이사다. 김 회장의 이러한 경영 행보는 원천기술 개발보다 우수한 기술 혹은 재료를 판매대행 하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실제 김 회장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본으로 신약 개발하고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한독의 연결기준과 별도기준 실적 사이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관계기업에 대한 지분법 손익’으로 인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분법 손실이 상당히 큰 편이다. 지분법 손실의 5년 평균치는 약 153억원 수준이다. 2017년에는 지분법 손실 폭이 약 228억원으로 5년 중 가장 컸다. 지분법에 따르면 지분 20%를 출자하거나 영향을 크게 미치는 관계사에 대한 경영성과를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함께 반영해야 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독테바, 제넥신, 엔비포스텍, JUST-C, Rezolute, TRIGR Therapeutics 총 7개사에 대한 지분법평가를 했는데 이중 Rezolute에서만 97억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하여 총 지분법손실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한독과 제넥신이 함께 지분을 인수한 미국의 바이오 기업이다.

김 회장이 몸집 불리기에 중점을 두는 사이 한독의 피투자회사가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의약품 도매업 등을 영위하는 한독테바는 2017년 무려 116억원의 계속영업손실을 냈으나 이듬해 다행히 이익을 내고 있다. 설립한지 5년만에 이루어낸 결과다. 문제는 제넥신, 엔비포스텍, Rezolute, TRIGR Therapeutics 등 다른 피투자회사에서는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계속영업손실이 359억원이었는데 이는 해를 거듭하며 2019년 말 596억원으로 늘어났다.

한독이 인수합병하는데 드는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2015년만 하더라도 100%이하의 부채비율이었지만 투자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에 의존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2017년부터 2020년 2분기 말까지의 부채비율의 평균은 119.6%다. 2017년 총 차입금이 1086억원이었는데 다음 해 소폭 감소한 듯 하더니 장기차입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2020년 2분기 말 기준 1613억원까지 뛰어 올랐다.

총자산에서 총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8.3%에 불과했으나 2020년 2분기 말에는 19.7%까지 무려 11.5%p나 수직 상승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한독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로 인해 재무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투자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재무구조 관련 문제를 인식한 탓인지 한독은 제넥신에 대한 지분을 조금씩 매각하기도 했다.

올해 매출액 5000억원을 목표로 세운 한독은 최근 피투자회사 제넥신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백신 임상 제 1/2a상 승인을 받은 소식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외형 성장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등에도 불구 5억원에서 6억원 상당의 고액 연봉은 그대로 챙기고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을 통하여 오너일가에 배당금이 그대로 지급되고 있는 상황은 이미지 타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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