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의 발발로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의 매출성장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로인해 발생하는 1회용품의 사용량은 매우 큰 사회환경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유통기업들의 환경사랑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의 발발로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의 매출성장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로인해 발생하는 1회용품의 사용량은 매우 큰 사회환경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유통기업들의 환경사랑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연달아 반복되는 자연재해가 보도되는 것을 보며,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먼 후손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린피스에서 만든 시뮬레이션 영상에 의하면 전 세계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10년 이내에 해안 지역이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올여름 내내 제주도와 부산에서는 치명적인 태풍이 강타하여 큰 피해를 입었다. 이제 기후 변화를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는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 35% 감축’을 목표로 하며 프랜차이즈 카페의 일회용 컵을 규제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란 포장을 최소화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려는 생활 방식을 의미한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는 받지 않겠다고 요청하거나 카페에 방문할 때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를 가져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은 이제 물류를 받을 때에도 포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유통 업계들은 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던 포장재에 부는 친환경 열풍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많은 산업들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으나 유통 업계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배송 수요가 증가한 것이 물류센터를 오히려 바쁘게 만든 것이다. 터치 한 번에 문 앞까지 비대면으로 물건을 가져다주는 배송 서비스는 굉장히 간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에게 위생적으로, 신선하게 물건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포장재가 폐기물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벽 배송 업체에 반감을 드러내는 네티즌들은 ‘포장이 너무 과하기 때문에 환경에 죄책감이 들어 사용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포장재는 물론이고, 각종 보냉재를 지나치게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켓 배송, 새벽 배송 등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배출되었던 포장재의 양은 엄청났다. 같은 소비자에게 가는 물건이라도 다른 종류의 제품이면 일일이 다른 상자에 포장하여 배달하였으며, 신선 상품을 배달할 때에는 일회성의 보냉팩을 보내어 다량의 쓰레기를 만들어 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 측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ssg닷컴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알비백이라는 보랭 가방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하여 2019년에 일회용품을 사용한 포장재가 폐기물로 나오는 것을 80만 개나 절감하였다고 밝혔다. 알비백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보랭가방을 다시 현관에 내놓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SSG닷컴 영업본부장의 말에 의하면 재사용률은 95%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비자는 기업의 친환경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이어 쿠팡에서는 프레시백이라는 친환경 포장박스를 도입하였으며 마켓컬리에서는 ‘올 페이퍼 챌린지’를 도입하여 냉동 제품 포장에 사용되던 스티로폼 상자를 종이 완충 포장재로 변경하는 등 모든 포장재를 종이 소재로 바꿔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따르던 기업, 친환경을 슬로건으로 걸다


이제 기업이 ‘최소 비용, 최대 효과’의 경제 원칙만을 따르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에게는, 비용이 더 들지라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여 윤리적인 방향으로 소비자를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소비자 개개인이 실천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기업이 경제 활동을 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환경 보호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된 지금, 이를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것 역시 관련 기업의 당연한 역할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애플의 CEO인 팀 쿡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약속’을 하면서 이와 같은 노력은 “새로운 시대의 혁신 잠재력, 일자리 창출, 탄탄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으며, 기업들이 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해 중요한 기회”라고 말한 바 있다.

떠오르는 유통 업계의 대표격인 SSG닷컴, 쿠팡, 마켓컬리 모두 친환경 배송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면에서 유의미하다. 현재 배송 시장은 고객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으로, 이를 위해서 치열하게 셀링 포인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편리함과 신속성, 그리고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평가 항목인 새벽 배송 시장에서 친환경 포장의 비용과 번거로움은 소비자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요소였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깨고 유통 기업들이 하나둘씩 친환경 제도 도입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 단순히 ‘더 빨리, 더 편리하게’를 외치며 경쟁하던 업체들이 이제는 ‘친환경’을 마케팅 슬로건으로 걸고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국내 유통 기업들은 본인들이 생산해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가격, 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소비자들 역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이라는 슬로건을 매력 포인트로 느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상황에서, 이제 에코-프렌들리(eco-friendly)하지 않은 기업은 도태되게 될 것이다.


유통 기업, 이제는 기후 변화에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할 때


배송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아이스팩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다른 얼음을 녹여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치 얼음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개인이 사용하면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얼음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계속된다면 인류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기업은 이에 죄책감을 가져야 하며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여 개선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당장은 가격경쟁력이나 신속성에서 뒤처지는 듯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것이 유통 기업이 살아남는 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물류들이 포장되고 버려지고 있다. 아무리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고, 영구 보존이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된 폐기물 또한 지구를 병들게 만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조차도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친환경 소비 패턴을 추구하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 만족하지 말고 폐기물 감소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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