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이대로 괜찮은가?


사라진 시험


시험이 사라졌다. 시험과 관련해 배우는 내용도 줄어들었다. 아이들은 자유를 얻었다. 중학교 1학년은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는 시간이 됐다. 그럴 줄 알았다. 적어도 자유학년제를 계획할 때는, 그랬다.


자유학년제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진로 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라고, 교육부에서는 말한다. 자유학년제는 이러한 자유학기제가 학년 단위로 확대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자유학년제의 토대인 자유학기제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KDI에서 진행한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 등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학급 내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사교육 참여도가 높았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는 우리나라의 사교육 수요가 보완 교육의 성격보다는 강화 교육의 성격이 강하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사교육의 격차


위에서 언급한 연구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자면, 자유학기제는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 평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룹별 효과는 달랐다. 월평균 소득별로 고소득층(월 500만원 이상)에서는 사교육 참여도가 9.8%p 증가하였고, 중간소득층(월 300~499만원)에서는 4.1%p 감소, 저소득층(월 300만원 미만)에서는 3.1%p 감소했다.


사교육비의 변동


위의 두 문단을 통해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증가와 중간/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하나 더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상위권 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와 하위권 학생의 사교육비 감소이다. 이는 언급한 보고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있었던 우려


자유학기제 기간의 지필평가 폐지와 참여형 수업이 학생의 학력 수준을 저하시키고, 학원에 의존하게 해 사교육비가 증대될 것이라는 견해는 이미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내신이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1학년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배우는 2학년 과정 내신은 당장 고입에 반영되니, 이러한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 속에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학교 1학년들은 사이버 강의를 통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학년제와 사이버 강의 시기가 맞물려 다음 학년의 성적 저하로 이어질까, 학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학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화면 너머에만 계시니 그저 암담하다.


교육부가 말하길


자유학기제의 부작용 검토 없이 자유학년제로의 확대가 추진됐다는 보도에, 교육부는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자유학기제 경험집단이 학업성취도, 특히 수학, 영어에 대한 학업성취도가 높고 사교육비는 높지 않은 경향을 보임”이라는 문장은, 이제 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보인다.


그 뜻은


‘사교육비가 높지 않다는 것’은 고소득층과 중간/저소득층 간 격차가 벌어져 결국 평균이 유지됐다는 뜻이고, ‘수학, 영어에 대한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은 늘어난 사교육을 통해 학습한 수학과 영어의 성취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기존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학업 성취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된다.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을 시간이라는 의도는 좋았으나, 사이버 강의와 자유학년제가 맞물린 결과는 모든 아이의 꿈과 끼보다 그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한민국의 ‘꿈’은 대부분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활짝 열려 있다. 이 와중에도 꿈을 찾는 아이들이 있는 것은 정말 잘된 일이지만, 상위권 학생들과 격차가 벌어진 채 꿈을 찾지 못한 학생들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자유학년제 그 후는


자유학년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성적에 신경 쓰지 않고, 1년 동안 너의 꿈을 찾아라.’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시험 점수를 받아내야 하기에, 아이들과 그 부모는 불안하다. 그렇다면 기간을 늘리면 될까? 아닐 것이다. 3년으로 늘어난다면, 아이들은 갑자기 고등학교 입시 제도에 적응해야 하고, 6년으로 늘어난다면, 아마 그 6년은 새로운 대입 기간이 될 것이다.


자유학년제를 물으며


변화하려는 시도는 좋다. 그러나 대입과 사교육 열풍이 여전한 우리나라의 현재와 자유학년제가 잘 맞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대학에 대한 인식을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자유학년제는 그저 ‘붕 떠버린 1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묻겠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시작한 자유학년제는,
“정말 아이들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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