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기업진단_코로나19와 제약업계②] 홍성소 회장이 1971년 11월 설립한 신일제약은 의약품 제조와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1999년 8월 코스닥증권시장에 상장됐다. 2010년부터 정미근 사장을 선임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했으나 2018년 말 홍 회장의 장녀 홍재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여 다시 오너경영인 체제로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신일제약의 덱사메타손정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며 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 신일제약 오너일가가 주가 상승세에 맞춰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주가 하락세로 치닫게 되어 일반 투자자가 적잖은 피해를 입는 일이 일어났다. 오너일가 중 임원으로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특성 상 내부 정보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무상증자로 받은 주식까지 동원하여 140억원대가 넘는 수익을 실현하며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꾸준한 배당에 오너일가는 춤추고, 홍성소 회장은 임차수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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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신일제약은 매년 매출이 조금씩 상승했으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계속 하락해 수익성은 점차 악화됐다. 2015년 23.5%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8년 말 들어서 11.3%까지 대폭 감소했다. 다행히 홍재현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아 오너경영체제로 전환된 이후 영업이익률 15.5%로 소폭 개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8%,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6.3%, 27%씩 상승했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요인으로 전문의약품 매출증대로 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일제약은 실적이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주당 배당금액을 높였다. 2015년 주당 120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나 이듬해 실적은 줄었는데 주당 140원으로 배당을 늘렸다. 덕분에 2015년 오너일가가 가져간 총 배당수익이 3억8801만원에서 1년새 7천만원 늘어 4억5940만원으로 증가했다. 홍재현 대표가 경영권을 잡자마자 주당 배당금액이 150원으로 더 올랐으며 이에 따라 신일제약 일가에 돌아간 총 배당수익은 약 5억원으로 전년 대비 늘었다.

오너일가가 5년간 챙긴 총 배당수익만 해도 22억6420만원이다. 이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홍성소 회장에게 돌아간 배당수익이 제일 많은데 지난해 홍 회장이 받게 된 배당금은 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인 신일제약이 배당을 실시한 것은 주주를 위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2019년 말 기준 홍 회장 외 특수관계자가 약 42.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오너일가 배불리기 의혹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오너일가에서 경영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배당 실시 등에 대하여 사익 편취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오너일가 중 가장 많은 배당수익을 거둔 홍 회장은 서울 사무소 임차수입으로도 꽤 쏠쏠한 수입을 챙겼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홍성소 회장에 연간 1억3145만원에 해당하는 임차료가 지급됐다. 5년간 신일제약이 홍 회장에게 지급한 임차료만 총 6억5727만원이다. 홍 회장으로부터 임차한 곳은 서울 사무소인 것으로 추측되며 연구기획팀 및 개발학술팀이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서울연구소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차를 위해 홍 회장에 6억2000만원의 보증금도 두고 있는 상태다. 이 금액을 단순히 예금 등의 상품에 예치만 하더라도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리고 신일제약과 홍성소 회장과 그의 배우자 신건희 씨 사이에는 2017년, 2019년 두 차례의 부동산 매매도 이루어졌다. 홍 회장은 회사 측에 부동산을 팔아 12억원을 받았으며 신 씨는 2017년 18억원 상당의 부동산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 어떤 부동산인지 공시 자료 등에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가뜩이나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와의 부동산 거래 및 임차료 수입을 벌어들인 것은 사실이다.


신일제약 오너일가, 배당수익만으론 성에 안찼나, 주식 대량 매도로 148억원대 수익 챙겨


곧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는 신일제약은 제약시장 자체에서 점유율이 낮으며 올해 6월 말 기준 1231억원대의 총자산을 보유한 중소형 제약회사다. 일반, 전문, 동물 의약품 판매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외품, 부동산 임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매출이 내수시장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업력이 긴 것을 감안했을 때 발전 속도가 매우 더딘 편에 속한다.

제약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으나 얼마 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반짝 유명해졌다. 바로 신일제약에서 판매하는 덱사메타손정이 코로나 환자의 사망률을 낮춰준다는 옥스퍼드 대학의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제약 회사가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치료 효과가 확실하다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2019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신일제약의 평균주가 추이 자료에 따르면 1만원대를 단 한 번도 넘어선 적이 없다. 평균주가 기준 최고점을 찍었던 2019년 11월에도 9260원에 그쳤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심화된 2월부터 6월초반 하더라도 주가에는 영향 없이 1만 원대 이하 주가를 유지해오더니 7월들어 주가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러던 중 영국 옥스퍼드 대학 측의 연구 결과가 나오며 주가가 급등했고 7월 23일자로 최고가 5만81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9월 들어 3만원 선에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오너일가는 무상증자로 받은 주식까지 털어 주식을 팔았다. 무상증자 이후 매도한 주식 가치만 해도 약 148억원 어치다. 홍성소 회장의 형인 홍성국씨는 총 8만2000주의 주식을 주당 3만4450원에 매도하여 약 2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홍 회장의 동생 홍승통 씨는 네 차례 거쳐 총 6만5256주를 매도, 대략 27억원 상당의 가치다. 홍 씨는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6월 초부터 매도하였으며 그중 최고가를 찍었던 7월 23일 주당 5만6550원에 4만 주를 팔았다. 이 한 차례 거래에서 얻게 된 수익만 22억6200만원이다.

또한 홍 씨는 무상증자로 받은 주식수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다. 홍 회장의 배우자 신건희 씨도 무상증자로 6만5052주를 받았으나 이보다 훨씬 더 많은 9만7684주를 매도하여 총 26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자녀 홍청희, 홍자윤, 홍영림 씨는 각각 4억5130만원, 2억6850만원, 5억5528만원 가치의 주식을 팔았다. 이외 오너일가로서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홍현기 상무, 홍석윤 이사도 각각 17억원, 3억5800만원 어치 주식을 매도하여 이득을 취했다. 인척 관계인 장동일, 조혜순 씨도 주가가 치솟았을 때 각각 주당 5만7280원, 5만7916원에 매도했고 총 매도한 주식의 가치는 6억1536만원, 26억84522만원이었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자본잉여금이 무상증자를 거쳐 결국 오너일가에 돌아가며 임원으로 활동해 내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성 상 비난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내부 정보 활용 등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한 지 2년째 접어든 신일제약 일가의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인 탓에 신뢰성 저하 등의 우려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홍성소 회장과 홍재현 사장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된 신일제약이 코로나 사태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이 끝나진 않을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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