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대란 일으킬 뇌관일 수도…

지난 13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에 따라 앞으로 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시기부터 사업비와 주민분담금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던 ‘묻지마식 조합설립동의서’ 문제는 다소나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의 한계, 그로 인한 책임회피 등 시행 전부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예측한 개략적인 사업비와 추정분담금 내역을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http://cleanup.seoul.go.kr)를 통해 공개한다.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정비계획 등 해당구역의 기초정보와 토지·주택 등의 주변시세를 입력하면, 실제 관리처분계획서를 분석한 통계에 따라 53개의 사업비 항목과 분양수입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방식으로 토지등소유자의 종전재산 평가액에 따라 개인별 분담금이 자동 산출된다.

이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철거비, 신축비, 그 밖의 사업비용 3가지로만 분류해 제공되던 내역이 조사측량비, 설계비, 공사비, 보상비, 관리비, 외주용역비 등 53개 항목으로 구체화됐다. 또한 정비사업의 수입과 지출을 예상해 사업수익을 산출하고 전체 사업수익을 개별 조합원의 자산비율에 따라 분배하도록 구성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개인별 분담금 내역에서는 각 타입(평형)별로 분담금 규모가 제시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우선 대형 평형을 선호하는 문제 또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 내역은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동의서 징구 시 반드시 제공해야 하고 조합설립 이후부터는 계약확정 및 변동사항이 발생할 때 수정이 가능하도록 해 사업진행에 따라 달라지는 주민 분담금이 확인가능하다.

서울시는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을 현재 조합설립을 진행 중인 고덕1, 2-1, 2-2지구 추진위원회와 공공관리 시범지구인 성수·한남지구 등 조합설립을 준비 중인 추진위원회 단계 구역부터 중점적으로 관리하면서 대상을 관리처분인가 이전 구역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부동산 가격자료 구축이 완료된 423개 구역 중 조합설립 예정인 69개 구역과 구역지정이 되지 않았거나 추진위원회가 미구성인 254개 구역은 향후, 이 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한, 이미 조합이 설립된 100개 구역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독려해 분담금에 관련한 불필요한 갈등을 막겠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 문제는 프로그램의 정확성

지금까지 주민들의 분담금과 사업비는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신이 얼마를 부담하게 되는지도 모른 체 조합설립에 동의해 왔다. 과거, 시장 상황이 좋을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분담금 부담은 부동산 시장 상황 악화로 분담금이 증가해 조합원 분쟁의 원인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에서 권장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분담금 부담으로 인한 많은 소송 때문에 이미 사업 초기에 사설업체를 통해 분담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분담금 추청에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개략적인 분담금은 미래 가치 예상이라는 ‘추정치’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분담금 추정프로그램’ 역시도 ‘개략적인 분담금’이라는 한계 로 소송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분담금이 공개된 지역인 고덕1, 2-1, 2-2지구에서도 개략적인 분담금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와 조합 모두, 부정확한 분담금 산출에 관한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동의의 기준을 삼을 수 있는 개략적인 분담금을 산출하는 프로그램과 기타 입력 자료를 제공했기 때문에 산출된 분담금이 실제 분담금과 차이가 난다고 해도 서울시에게는 법적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조합이 정확한 절차에 따라 분담금을 산출해 냈으면 조합에게도 책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 측도 “공공관리자인 구청의 행정지도를 받아 공인된 시세 자료를 입력하는 것이 바로 조합 행정업무의 전부”라면서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조작도 시스템 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산출된 개략적인 분담금은 참고사항일 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숫자라고 업계관계자들은 비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된 분담금과 사업비는 최소로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건설업체가 원가공개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을 통한 분담금 산출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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