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도 채용갑질이다. 은행원의 업무역량을 초과하는 취업준비생에게의 과도한 요구로 국민은행의 갑질 문화는 한동안 수그러질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KB국민은행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도 채용갑질이다. 은행원의 업무역량을 초과하는 취업준비생에게의 과도한 요구로 국민은행의 갑질 문화는 한동안 수그러질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단 중 청년 구직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발 고용 타격으로 인해 신규 채용이 감소하면서 원래도 얼어붙어 있던 취업 시장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통계에 의하면 전체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10.7%로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지표인 확장실업률은 지난 6월 26.8%를 기록하며 최대치를 찍었다.

지금의 기업들은 악화된 경제 상황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공채를 미루고 있다. 상반기에는 상황이 괜찮아지기만을 기다리던 취업준비생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태가 무기한으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게재되는 공고에 비해 지원하는 구직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재, 취업준비생들은 자신들을 뽑아줄 기업에 절대적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일자리 수요에 비해 고(高)스펙 지원자의 공급이 넘치게 돼 구직자가 기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갑을관계가 형성되면서 채용 단계에서 기업이 ‘갑질’을 한다는 논란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KB국민은행 채용 공고


지난 22일 발표된 ‘2020 KB국민은행 신입행원 채용 공고’ 또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채용 공고에 따르면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주제로 한 3~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와 별개로 3,000바이트 분량의 자기소개서 또한 작성해야 한다. 24시간 분량의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었다. 자기소개서 항목 중 하나는 IT 직무가 아닌 경우에도 디지털 프로젝트 학습 및 경험에 대해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행원에게 필수적이지 않은 역량을 요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해당 은행의 어플리케이션을 무조건 설치하고 이용해야 하는 것도 비난의 대상이다. 무조건 기업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적인 영업이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편적인 어학 조건인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과 오픽(OPIc)은 외국어 사항에 포함하지 않고 독일어 항목을 넣어놓은 것이 취업 비리의 증거라고 지적하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취업을 위한 1차 관문인 서류전형을 위한 조건이다. 관련 경험이 있는 구직자가 업무에 필요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관련 의무 교육을 들은 후에야 겨우 필기시험을 보게 될 자격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관문을 거친 이후에도 필기전형과 두 차례의 면접전형을 통과해야 최종합격자가 될 수 있다. 서류전형의 지원자 수가 최종합격자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대다수가 탈락될 것을 감안하면 서류전형은 그저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따라 허수를 걸러내는 단계에 그치는 것이 족하다. 자신을 고려 대상으로조차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게 서류전형에서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취업준비생에게 지나친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의 채용 공고는 서류전형에서부터 과도한 짐을 부여해 대다수 취업준비생들의 기회조차 앗아가 버렸다. 그야말로 일자리가 없어 을의 입장을 자처해야 하는 구직자들에게 갑질을 한 것이다.


KB, 인재를 무시하는 구시대적 조직문화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가


이전부터 국민은행의 어플리케이션은 통합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렇기에 디지털 분야에서 이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내부적으로 존재해왔다. 서류전형에서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들며 보고서를 작성해오라 요구한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직자들의 아이디어를 참고해 혁신을 꾀하려 했던 것이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갑질 문화’같은 구시대의 산물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서 과연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심된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2016년 4월에 복귀를 약속받고 능력있는 직원 15명을 카카오뱅크에 파견 보냈으나 단 한 명의 직원도 복직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경직된 국민은행의 기업 문화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워라밸을 신경 쓰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에 잔류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언택트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국민은행은 디지털 분야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단순히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한다고 기술적인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구시대적인 조직문화로 일관한다면 유능한 인재가 곧 도태될 기업에 지원하지도 않을 것이며, 이미 들어간 인재조차 능력을 펼치지 못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될 것이다.

이번 채용 공고 갑질 논란으로 인해 국민은행의 이미지는 더욱 수직적이고 경직된 곳으로 굳혀지게 됐다. 과연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구직자가 인재를 업신여기는 기업에 지원할 것인가? 기업 내부문화조차 혁신하지 못했는데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 것은 기만이다.


 진정한 우수인재 확보를 원한다면 


현재 국민들의 강한 반발로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은행 측은 변동사항이 있다며 다섯 시간 만에 공고문을 내리고 내용을 수정했다. 지원자의 의견을 반영해 디지털 과제 사전제출과 연수를 1차 면접 대상자에 한해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룹 전체가 디지털 혁신에 매진하고 있기에 이에 필요한 인재를 뽑으려는 노력이었다며 사과의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취업 준비를 해온 구직자들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상태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절벽 상황에 몰려있던 구직자들이 한마음으로 분노한 것이다. 일자리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절박한 구직자들은 ‘간절함을 이용해 부당한 것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하루빨리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인 절박한 구직자들은 부당한 공고에도 지원서를 제출할 것이다. 그러나 갑질 공고에도 지원자가 다수 존재한다며 구직자에게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선택이다. 정말 우수인재 확보 및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은 현재 ‘임플로이어 브랜딩(Employer Branding)’에 힘쓰고 있다. 이는 기업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구직자들에게 자사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재직 중인 임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차별화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국민은행의 이번 채용 공고는 구직자의 호감도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으므로 그야말로 임플로이어 브랜딩에 반하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면 혁신을 꾀하려는 지나친 욕심 탓에 오히려 도태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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