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체들의 국경일 집회, 이대로 괜찮은가.

보수단체의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다. 또 한번의 코로나19의 확산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보수단체의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다. 또 한번의 코로나19의 확산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겨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지난 광복절

이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어 국경일로 정해졌겠지만, 2020년의 광복절이 국가의 ‘경사’라는 의미를 그대로 유지한 채 기억될지는,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집회

옛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민경욱 전 의원의 집회 신청은 허가됐다. 이는 14일 그의 SNS에 올라온 글로 미리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민경욱 전 의원이 이끄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 등이 참여한 이 집회의 목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포스터에는

대표적인 포스터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광화문에 갈 권리가 있다고 쓰여 있다. 작은 글씨로는 ‘야외에서 집단 감염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음’이 적혀 있었고, ‘감염 위기 상황에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휴가 가라고 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식당, 술집, 마트에 가라고 지원금을 주며 실내 집단 감염을 조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글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관하여

필자에게 이 포스터의 내용은 다소 당혹스러웠다. 첫째로 집단 감염된 사례가 없었던 야외에서는 지난 광복절 집회처럼 장시간 밀집된 인구가 식사 등의 활동을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로 임시공휴일은 쉬는 날이지 모두가 휴가를 떠나야 만 하는 날이 아니며, 오히려 정부에서는 추석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도 벌이는 중이었다. 그에 더해 지원금이 혹여 부정적으로 보였대도, 애초의 목적은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지 감염을 조장하기 위함은 아니었으리라.

그들이 외친 권리

포스터에 적힌 것처럼,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광화문에 갈 권리가 있다. 있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확산을 반복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지금은 어떤가. 어린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광화문 근처에 가는 것조차 불안한 지금. 그날의 집회가 찾던 권리는 국민에게 어떻게 돌아왔나.

그날의 흔적

지난 8월 15일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을 모르는 이는 드물 터다. 검사 거부로 인한 n차 감염으로 전국의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했으니까. 광화문역 셔터 파손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비, 격리 지원과 집회 참여자 검사 거부 등으로 인한 비용의 누적에 비하면 가벼운 수준이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개천절

또 다른 국경일이자, 이제는 불안한 이름이 돼버린 개천절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일부 보수 단체들의 집회가 다시 예정됐다. 서울시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1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니, 해당 집회가 합법일 리 없다. 이제 국경일로 불러야 할지, 재난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집회도 드라이브 스루?

새로운 집회 방식이 출현했다. 바로 ‘드라이브 스루’이다. 차 한 대에 한 명이 탄 채로 집회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또한 뒤풀이 모임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었다. 그에 더해 교통사고 우려와 대규모 집회로의 확산 가능성을 들어 드라이브 스루 집회도 결국 불법으로 지목됐다.

그들이 외친 권리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에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들이 염두에 둔 것은 이 문장일까. 그러나 앞서 제10조도 확인해볼 만하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물음.

말하는 이의 입 모양을 보고 언어를 익히는 영유아들은 간혹 마스크 벗은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이러니 언어 학습이 늦되는 건 당연지사다. 어떤 이들은 그 소식에 가슴 아파하고, 코로나 확산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어떤 이들은 이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니 10월 3일이 오기 전에, 그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그렇게 지킨 권리와 자유는, 누군가에게서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앗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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