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피해자의 악몽은 사라질까’…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검거 소식을 듣고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피해자의 악몽은 사라질까’…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검거 소식을 듣고
  • 김재광
  • 승인 2020.09.27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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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_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검거 소식을 듣고] 만약 자신이 하지도 않은 성범죄 기록이 누구나 자유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올라와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내 집 주소와 전화번호, 실명까지 다 공개되어진 상태에서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 피해는 실제로 존재했다. 지난 3일 한 대학생이 잘못된 신상 공개로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지친 나머지 결국 죽음을 선택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교도소 대학생’ 사건으로 더 알려진 ‘디지털 교도소’ 피해 사건. 당시 국민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한 몸에 받았던 슬픈 사연의 사건이었다. 서서히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듯 했으나,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인 30대 A씨가 경찰 수사 끝에 22일 베트남 현지에서 검거했다는 소식에 다시 화두에 오르게 됐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한순간에 무너진 평범했던 대학생의 안타까운 결말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겠다. 7월 중순 대학생 B 씨는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 정보가 올라왔다. 죄목은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했다는 지인 능욕이었다.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까지 신상 공개되자 B 씨는 한 달 간 억울함을 호소했다. B 씨는 당시 모르는 사이트에서 가입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와 링크를 누른 적이 있는데 그때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고 디지털 교도소 측엔 잘못된 것 같으니 삭제해달라 요청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라며 받아들이지 않자 B 씨는 경찰에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했다. 한 달 가까이 공방에 지친 B 씨는 지난 3일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 씨가 사망하자 7일 B씨가 다녔던 대학교 커뮤니티에선 디지털 교도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자신의 잘못은 없다며 오히려 죽은 대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청와대 국민 청원에까지 올라오는 등 사건은 커지게 됐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은 한 사람이 죽기까지 했는데도 왜이리 당당했을까? 그들의 주장은 이랬다. 우리가 대학생을 상대로 해킹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생 B 씨가 자신은 그러지 않았으니 글을 내려달라고 연락을 받았을 때 그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게 휴대폰을 포렌식 해 증거로 제출하라고 했다. 텔레그램 설치 내역, 삭제 내역, 인증 문자 내역, 텔레그램 대화 내역 등을 인증을 요구했으나, 피해자는 억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면서 당당했다면 증거를 제출했을거라고 반박했다. 현재도 대학생 B 씨의 정보는 그대로 올라와있다. 다행히도 사이트는 들어가지지 않는 상태이다.


디지털 교도소 피해자는 억울한 대학생 B씨 뿐이었을까?


과연 디지털 교도소 정보 공개로 피해를 받은 사람은 대학생 B 씨뿐이었을까? B 씨를 제외해봐도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되어 신상 공개된 30대 C 씨는 동명이인이었다는 이유로 피해를 봤다고 한다. 격투기 출신으로 알려진 C 씨는 유튜브와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데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서 신상정보가 올라와 많은 피해를 보게 됐다. C 씨가 정식 항의하자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사과와 함께 글을 삭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고 한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D 씨도 피해를 당했다. N번방 자료를 위장 판매자에게 구하려고 했다며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오게 된 D씨는 사회적 지위도 있던터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처벌하라는 글을 보는 수모까지 겪었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요청한 D 씨는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검사 결과 그러한 정황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혀진 끝에야 억울한 누명은 풀었지만 D 씨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은 여전히 남아있다.


디지털 교도소 왜 만들어 졌을까?


디지털 교도소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N번방 사건’과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을 지켜보던 A 씨는 국내 처벌이 약하다고 느껴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개설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공지내용을 보면 본 웹사이트는 동유럽권에 위치한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돼 운영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며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니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해도 된다고 네티즌들은 안심시켰다. 이는 현대판 마녀사냥을 연상케 했다. 사법부를 향한 강력한 불신도 엿볼 수 있었다. 심지어 신상 공개 대상자의 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댓글을 달으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디지털 교도소가 진정 취지에 맞게 사회적 심판을 하기 위해 설립됐는지 아니면 현대판 마녀사냥을 유도하려고 만든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보였다.


해외 서버이니 잡을 수 없다던 1기 운영자···결국 체포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 씨는 동유럽권 서버이니 자신을 잡을 수 없다며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인터폴과 공조수사를 끝에 베트남 호찌민에서 검거에 성공했다. 대학생 B 씨의 죽음을 접한 베트남 공안부는 문제의 중대성을 인지하여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고 한다. 베트남 공안부는 ‘외국인 전담 추적팀’을 호찌민에 파견했고 주호찌민 대사관의 경찰주재관과 적극적으로 정보 공유를 했다고 밝혔고 덕분에 A 씨의 은신처 위치를 CCTV로 파악하여 현지에서 귀가하던 A 씨를 체포했다. 2기 운영자도 인터폴 적색 수배자 대상으로 선정해 검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없다면 왜 경찰에 자신들이 허위로 올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안했을까? 죽은 B 씨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사회적 현상에 분노할 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마음대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좋은 취지로 설립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나타나 심각한 피해를 받게 됐다면 과연 이게 정의로운 행동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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