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스가 총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최대한 빨리 결정할 예정


일본의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지난 9월 26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에 방문하여 오염수 처리에 관한 결정을 최대한 빨리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스가 총리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 중 도쿄전력 관계자가 오염수를 희석하면 마셔도 된다는 설명을 하자 이와 같은 도쿄전력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재차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이하 ALPS)’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발생한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있는데, 스가 총리에게 설명한 오염수는 ALPS 처리된 오염수로 추정된다.

지난 8월 20일 기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122만t이며 현재까지도 하루 160~170t에 이르는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부에서 오염수 처리방법으로 희석하여 바다에 배출하는 ‘해양방출’과 증발시켜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대기방출’로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전력, 기준치 초과 오염수 더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 발표


출처: 도쿄전력(TEPCO), 단위: ㎥

지난 8월 27일 ‘도쿄전력(TEPCO)’는 올해 3월과 비교하여 기준치를 만족하는 오염수의 저장량은 감소한 반면 기준치를 1~5배 초과한 오염수의 저장량이 증가했다는 내용의 오염수 저장현황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20년 8월 법령이 요구하는 기준치 미만의 오염수 저장량은 ‘29만 5000㎥’으로 3월에 공개했던 ‘31만 8000㎥’과 비교하여 ‘2만 3000㎥’ 감소했다.

반면 법령이 요구하는 기준치를 1~5배 초과하는 오염수 저장량은 ‘37만 1000㎥’를 기록하여 3월에 공개했던 ‘34만 6500㎥’에 비해 ‘2만 4500㎥’ 증가했다.

즉 기준치 미만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오염수 저장량은 감소한 반면 기준치를 초과하여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오염수 저장량은 증가한 것이다.

이는 흔히 ‘삼중수소’라고 불리는 ‘트리튬’을 제외한 수치이며 ‘용도 변경된(repurposed)’ 저장탱크에 저장된 오염수 또한 제외된 수치라고 도쿄전력은 밝혔다.

도쿄전력은 ‘탄소14(C-14)’와 ‘테크네튬99(Tc-99)’를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주요 원인으로 언급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제까지 탄소14는 ALPS 처리될 방사성 물질로 취급되지 않은 관계로 기준치 초과 여부에 탄소14는 고려되지 않았으나, 2020년 6월말에 수행된 저장탱크 80개의 분석결과 ‘최대 0.11’, ‘최소 0.0013’, ‘평균(mean) 0.021’ 값이 도출되어 이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14는 반감기 5568년의 β방출체로 최대 에너지 0.155MeV를 방출하며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사용되는 물질로 알려진다.

한편 도쿄전력은 ‘용도 변경된(repurposed)’ 저장탱크에서 기준치 초과된 오염수가 다소 발생한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용도 변경된 저장탱크란 원래 스트론튬 오염수 저장용으로 사용하던 중 용도를 변경하여 탱크를 세척한 후 ALPS 처리된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를 의미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용도 변경된 저장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1만 2500㎥’에 이르는데 오염수 저장 전후의 기준치 초과 여부 차이가 크게 발생했다.

먼저 오염수 6400㎥를 저장하고 있는 ‘G3-H’ 그룹의 경우 저장 전 ‘0.46’을 기록했던 수치가 오염수 저장 후에 앞 열에서는 ‘8.88’을, 뒷 열에서는 ‘113.18’을 기록하여 크게 증가했다.

오염수 6100㎥를 저장하고 있는 ‘K2-B’ 그룹의 경우에도 저장 전 ‘0.46’을 기록했던 수치가 오염수 저장 후에 앞 열에서는 ‘1.08’을 뒷 열에서는 ‘2.33’을 기록하여 그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은 용도 변경된 탱크에서 기준치 초과여부가 크게 증가한 것은 오염수 저장 전에 탱크를 세척했지만, 탱크 속의 슬러지(sludge)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잔존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도쿄전력이 각 방사성 물질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7개 주요 방사성 물질 혹은 탄소14 등의 방사성 물질을 묶어 다소 추상적으로 기준치 초과여부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도쿄전력의 이번 공개를 통해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가 증가했으며 용도 변경된 저장탱크에서는 0.46에서 113.18로 수치가 크게 증가하는 등 최근 상황이 과거에 비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도쿄전력, ALPS 처리된 오염수 재처리 실증 계획


지난 9월 10일 도쿄전력은 ALPS 처리된 오염수를 다시 한 번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삼중수소를 제외하고 기준치를 100배 이상 초과한 ALPS 처리된 오염수 2000㎥ 정도에 대한 재처리를 2020년 9월부터 수행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이번 실증테스트의 목적이 ALPS 처리를 재차로 할 경우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저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7개 주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기준으로 기준치의 3791 배를 초과한 ‘J1-C1’ 탱크 그룹과 기준치의 153 배를 초과한 ‘J1-G1’ 탱크 그룹이 ALPS 2차 처리 실증 계획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현재 상황은 도쿄전력 자체도 1차로 ALPS 처리되었지만 규정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고 있는 오염수의 재처리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편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 문제가 제기되자 2019년 12월 아베 전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의 원전배출수를 문제 삼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의 문제제기는 근거로 제시한 물이 오염수가 아니란 점과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는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다른 방사성 물질도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이 2019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3월 31일 기준 ‘H1-C2’ 탱크 그룹에서 250만 Bq/L의 삼중수소가 측정되어 기준치인 6만 Bq/L의 41.7배에 달할 정도로 삼중수소 농도만으로도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의 안전성은 좋지 않았다.

즉 아베 전 총리가 근거로 제시한 물이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가 아니라 원전 배출구를 통해 방출되는 물이었다면 애초에 근거가 잘못 제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삼중수소 농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3월 31일 기준 ‘J1-D1’ 탱크 그룹에서는 43만 Bq/L가 넘는 ‘스트론튬90’이 검출되어 기준치인 30 Bq/L의 1만 4천 배가 넘은 바 있다.

스트론튬90은 음식물이나 공기에 의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골격 등에 축적되며 체외로 배출되는 속도가 대단히 느리므로 가장 위험한 방사선 물질 중의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즉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기에 적절한 처리 없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배출하는 것에 이웃나라인 한국은 당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처리를 하지 않고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되었을 경우,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근해의 어민들이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겠지만 해류를 통해 방사성 물질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가까이 있는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본의 동해에서 방류된다면 태평양에 인접해 있는 미국, 러시아 등도 영향권에서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일본 영해이니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의 정당한 권리로 당연하다는 태도보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구체적이며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여 일본 국민들과 한국을 포함한 이웃들에게 현 상황을 납득시키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이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한국이 한국의 영해 상에서 일본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나 설득 없이 오염수나 오염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을 방출한다면 과연 일본은 그를 잠자코 묵인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