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파이케이스 / 사진 = 오리온 제공

[뉴스워커: 이두경 기자] 오리온 ‘초코파이’는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과자가 아니다. 과거 군대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초코파이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군대생활을 견뎌왔다는 말이 흔했던 시절, 과자를 자유롭게 먹지 못했던 군대에서 달콤한 과자가 먹고 싶을 때 대표적으로 생각났던 것은 바로 초코파이였던 것. 이러한 우리나라만의 추억이 깃든 초코파이를 요즘에는 해외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유학생들이나 여행자들이 외국에 나가 얼큰한 맛이 생각나면 라면을 찾는데, 그것이 농심 ‘신라면’이라면 과자는 단연 오리온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달콤함과 출출함이 머릿속에 차오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자다. 이유는 초코라는 달콤함은 물론이거니와 파이 형식의 케이크 부분을 통해 열량 또한 충족해 줄 수 있는 과자여서다. 그 안에 빼 먹을 수 없는 쫀득한 부분의 젤리. 그것은 바로 마쉬멜로다.

초코파이 속에 숨어 있는 바로 그것이 마쉬멜로인지 알고 먹었던 소비자는 과거 거의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마쉬멜로가 흔하지만 과거에는 흔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유학과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서양 국가에서 맛본 마쉬멜로가 우리나라 어디서 맛 본 것 같은데 무엇인지 몰랐는데, 그것이 바로 초코파이 속 마쉬멜로였던 것. 우리도 초코파이를 통해 오래전부터 마쉬멜로를 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국내에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초코파이를 먹고 찐 살을 빼려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불가능하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이로써 달콤한 초코파이는 여성뿐만 아니라 체중조절을 하는 남성들에게 마저도 더 이상 달갑지만은 않은 과자가 돼버렸다. 아마도 초코파이에 들어가 있는 마쉬멜로가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말로 인해 이런 루머가 돈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측에 따르면 마쉬멜로 내 함유된 지방은 0%다. 또한 실제로 이 루머로 인해 초코파이의 매출에는 영향이 없었다. 루머에 대한 질문에 오리온 한 관계자는 “초코파이에 들어가 있는 마쉬멜로는 지방이 0%고, 대신 젤라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코파이를 먹으면 살이 찐다’는 루머로 당시 매출이 낮아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 최근 글로벌 판매를 개시한 '초코파이情 바나나' / 사진 = 오리온 제공

언제부턴가 국내에서 살짝 찬밥이 된 초코파이는 현재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다. 해외에서의 큰 인기 예는 중국이란 나라. 오리온 측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내 초코파이 매출은 국내 매출의 2배다”라고 말한다.

요즘 서울 전철이나 버스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초코파이를 박스채로 대량 들고 다니거나 먹고 있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한 소비자는 “남학생으로 보이는 한 중국인과 그 누나로 보이는 중국인 여성이 전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 초코파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맛을 감미하며 먹는데,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국에 놀러와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초코파이를 실컷 맛보는 것 같아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며 초코파이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연상시키는 말을 전했다.

이러한 초코파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현재 6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그러나 초코파이 수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초코파이 안에 들어가는 ‘맞춤식 마쉬멜로’를 생산해야 한다.

오리온 한 관계자는 “초코파이만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의 기본 배합비율은 동일하다. 하지만 나라별 문화와 특성에 맞춰 제품에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시멜로의 원료가 되는 젤라틴이다”며 “기본적으로는 돈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우피 젤라틴’을 사용하고 할랄인증도 받는다. 또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 수출하는 제품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 초코파이 내 마쉬멜로(흰 부분) / 사진 = 오리온 제공

즉, 초코파이 내 달콤한 젤리 부분인 마쉬멜로의 원료 ‘젤라틴’이 문제인 것. 젤라틴의 원료는 돼지의 가죽인데, 이슬람 문화권의 경우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대신 초코파이 내 마쉬멜로를 소의 가죽에서 추출한 ‘우피 젤라틴’을 원료로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를 먹지 않는 흰두교도들이 많은 인도에서는 ‘우피 젤라틴’은 물론, 인도 약 20%가 이슬람교도들이기 때문에 ‘돈피 젤라틴’도 사용하지 못해 ‘해조류 젤라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오리온 측에 따르면 한국 초코파이의 마시멜로 성분은 ‘돈피 젤라틴’으로 오리지널과 바나나맛 초코파이에 모두 들어간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또한 아시아 주변국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베트남 경우, 내수는 한국·중국과 마찬가지로 초코파이 마쉬멜로에 ‘돈피’를 쓰지만, 이슬람 문화권 국가인 인도네시아, 이란 등을 위해서는 ‘우피 젤라틴’을 사용한다. 러시아 주변국의 수출을 맡고 있는 러시아 현지법인도 내수용으로는 돈피를 사용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인 CIS 국가를 위해서는 ‘우피 젤라틴’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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