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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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한반도 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한반도 평화구상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우선 ‘10월 서프라이즈’는 물건너 간 모양새고, 한미간 외교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미 외교일정·‘10월 서프라이즈’ 물 건너가


미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예정대로 일본만 방문하고 한국 방문은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4~6일 일본을 거쳐 7~8일 방한할 예정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측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이번주 예정된 방한을 연기하게 되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에 강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번 방한이 연기되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 장관은 한미관계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앞으로 양측이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지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한반도에 집중할 시간은 상당히 촉박학 때문에 연기된 한미 고위급의 만남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10월 서프라이즈’ 성사에 대한 낮은 가능성 속에서도 기대감을 계속 키워왔다. 최근 북미 물밑 접촉설이 지속제기된 데다가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북미 간) 진행 중인 노력이 여전히 있다”고 하는 등 대형 이벤트 성사 가능성인 계속 제기됐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말의 가능성 조차 날아가 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확진 판정 다음날인 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위로 전문을 보내며 대화의 불씨를 남겨놨다.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위문 전문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라며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위문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며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발 빠르게 트럼프에 위로 서신…서한 정치 재개?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발빠른 서신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 정상 간 서신 발송 사실과 전문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아온 데다,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심어린 표현을 사용해 전문을 보낸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고,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위로서한 발송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가장 먼저 공개함으로써 친분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며 “북한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며 트럼프 재선시 북미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친분과 의리를 과시하고 있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며 “향후 미국 대선 결과와 북미관계의 향방은 불투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친분을 과시함으로써 상황 급반전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친서를 비롯해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과도 친서를 교환하면서 정상 행보 차원의 ‘서한 정치’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대해 12일 답신을 보내며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애를 쓰고 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것만 같다”며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는다”고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의 어려움 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린다”며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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