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전기차에 한계 두기 보다 수소경제 시야 넓게 해야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영국 등 유럽에서 디젤 기관차를 수소연료전지 열차로 전환하려는 움직임 보여


지난 9월 29일 영국의 ‘BBC’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열차인 ‘HydroFLEX’ 시험열차가 ‘워릭셔(Warwickshire)’와 ‘우스터셔(Worcestershire)’ 사이의 25마일 거리를 왕복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HydroFLEX 시험열차가 운행 중 최대 50mph(약 80km/h) 속도를 내는 것에 성공했으며, 영국 철도망에서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운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1년 말 정도에 상업 운행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HydroFLEX 프로젝트는 ‘버밍엄대학(University of Birmingham)’과 철도 차량 솔루션 제공업체인 ‘포터브룩(Porterbrook)’이 협업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40년까지 영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디젤 기관차를 수소연료전지 열차로 전환하여, 205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감소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탈탄소 계획을 지원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HydroFLEX는 기존에 개발되었던 319 Class 기관차에 수소연료탱크, 연료전지, 배터리, 모터 등으로 이뤄진 수소시스템을 탑재하여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수소연료전지 열차에는 8.5bar의 압력으로 유지되는 4개의 대형 수소탱크와 최대 100Kw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연료전지가 탑재되었으며, 연료전지에서 발생한 전기는 모터를 구동하는 것에 사용되거나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저장된다.

영국정부와 버밍엄대학 등은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디젤 기관차를 수소연료전지 열차로 전환하는 HydroFLEX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의 대기오염을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30일 네덜란드 흐로닝언 주는 2020년 3월에 실시됐던 ‘알스톰(Alstom)’사의 수소연료전지 열차 운행시험이 성공적이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시험은 알스톰이 제작한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네덜란드 북부에서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디젤 기관차를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설계되었고, 네덜란드 북부의 흐로닝언과 ‘레이우와르던(Leeuwarden)’ 사이 65km구간에서 전문 검증회사인 ‘DEKRA’와 네덜란드 철도 관계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운행시험은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에 투입됐던 네덜란드 기관사가 만족감을 표할 정도로 알스톰의 수소연료전지 열차는 소비된 수소량, 가속력, 최대 속도, 정숙성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배출 정도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성능과 경제적인 면에서 디젤 기관차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에서 디젤 기관차를 전기기관차가 아닌 수소연료전지 열차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는 이유로, 전기기관차의 경우 송전설비를 함께 구축해야 하므로 인프라 구축비용의 상승을 피하기 어려우며 재난으로 전력 공급에 문제 발생 시 열차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점 등이 언급되고 있다.

반면 수소연료전지 열차는 열차 내부에 수소연료전지라는 독립적인 에너지원을 갖추고 있어 외부 전기 공급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고, 재난이 발생하여 정전이 되어도 철로가 입은 손상이 적다면 열차의 운행이 가능하여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국, 그린수소 생산 관련 연구 성과 얻고 있어


최근 한국에서는 탄소 기반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 생산이 가능한 그린수소 생산 방식에 관련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8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KAIST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이 기존 방식보다 20배 이상 효율을 높인 3차원 나노촉매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연식’ KAIST 교수, ‘김진영’ KIST 박사, ‘김예지’ MIT 박사과정 등이 거둔 이번 연구 성과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얻는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기술의 경제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식은 태양광, 풍력, 핵융합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하거나 기존 발전 방식으로 생성된 잉여전력을 활용하여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배터리나 ESS 등 저장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발전되고 남은 잉여 전기에너지는 모두 허공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 전력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한다면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전환시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3D 프린팅과 유사한 기법을 활용하여 이리듐 입자를 직사각형 형태의 ‘성냥개비 탑’ 형상으로 규칙적으로 쌓아올려 촉매를 제작했다.

규칙적으로 쌓아올린 이리듐 촉매는 불규칙한 구조의 기존 이리듐 촉매와 비교하여 가스 버블이 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에 촉매 표면에서 생성된 가스를 효율적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직선 도로와 복잡한 커브를 가진 도로에서 자동차가 운행할 때를 머릿속에서 연상하면 이와 같은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차이로 연구팀은 기존 촉매 대비 20배 이상의 효율을 기록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촉매 제작에 사용되는 고가의 이리듐 사용량도 감소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관련 논문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0월 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김예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한편 전기를 투입하여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이 아니라, 태양광만으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광촉매’ 관련 연구 성과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이재성’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산화철을 ‘코어-쉘’(core-shell) 이중구조로 만드는 방법으로 에너지 소모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수소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촉매는 기존 산화철 촉매와 비교하여 ‘반응개시전압’이 270mV 정도 낮아 에너지를 덜 투입해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전류밀도’는 6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수소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촉매물질로 사용된 ‘산화철(Fe2O3)’은 녹슨 철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물질로 가격이 저렴하고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 대역도 넓어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이재성 교수팀은 아직 경제성 평가의 분기점인 수소생산효율 10%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연구가 수소생산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은 분명하다며 지속적인 추가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성공시킬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9월 15일자에 게재됐다.

최근 국내에서 배터리 전기차 VS 수소 전기차로 진영을 나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수소 경제는 차량 특히 승용차에만 활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수소는 배터리와 비교하여 에너지밀도나 충전시간 등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력을 수소로 전환했다가 다시 전력으로 바꾸는 다소 비효율적인 면을 감안해도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원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럭, 열차, 선박과 같은 대형 운송수단에서는 충전시간이나 에너지밀도의 활용성 면에서 배터리와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EU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일본 또한 대형 운송수단에서 수소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또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지역간 철도망에서 운용되었던 디젤 기관차는 265량으로 경제성 있는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개발될 경우 200량이 넘는 디젤기관차 교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과 UN등 국제 사회의 동의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북한을 통과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북방 철로를 부설할 때에도, 따로 송전선과 발전소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수소연료전지 열차의 강점으로 제시될 수 있다.

물론 현재 기술 수준으로 경제성이 확보된 그린수소 생산이 어려우며 수소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 속도에 한계가 있는 점 등 수소경제의 미래가 마냥 밝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승용차라는 한정적 활용범위에서 벗어나 열차, 선박, 트럭, 항공기 등으로 시야를 확장시킬 경우 수소경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 혼자 수소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소경제 확립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EU, 미국, 중국, 일본과 협력하는 동시에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수소경제 관련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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