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조 회계사의 세금, 똑똑히 알자

강민조 안세회계법인/회계사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테스는 아테네 교외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했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을 잘라내고, 반대로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전해온다.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기계적 사고가 초래하는 위험성을 빗대는 일화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슬하에 두 딸을 둔 40대 후반의 K씨는 2007년 말, 광명에 소재하는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에 당첨되어 20년 가까이 아내와 맞벌이를 하여 모은 돈으로 마침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였다. 그러나 이후 지병에 의해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잇따른 사업의 실패로 인하여 부채가 늘어나 어렵게 마련한 집을 팔고 귀향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마침, 평소 학업성적이 매우 우수했던 장녀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K씨의 고향인 충남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로 진학하게 되면 자신에게 좋은 학업여건이 제공될 뿐 아니라 세대 전원이 함께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K씨의 장녀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2009년 말 동 학교의 특별전형에 지원하여 합격하였고, 개학 전 선행학습프로그램에 등록한 후 다른 가족이 충남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잠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1주택을 소유하는 1세대의 경우는 양도일 현재 주택의 보유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 그 양도차익에 대해서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된다. 그러나 취학 등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세대 전원이 타 지역으로 이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거주기간이 1년 이상이기만 하면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양도 시 세금을 고려하여 양도시기를 조정하려 했던 K씨는 보유기간이 3년이 지난 2010년 말 이후 주택을 양도할 계획이었으나, 장녀의 자사고 취학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므로 보유기간이 3년 째 되는 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2010년 3월, 2년 반 가까이 살던 집을 처분하고 충남에 소재한 임차주택을 마련하여 세대 전원에 대한 전입신고를 완료하였다.

다만, K씨가 지병이 악화되어 K씨의 배우자 L씨가 직장생활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K씨는 요양 차 먼저 귀향을 하고, L씨는 충남에 새로운 직장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L씨는 차녀와 함께 가까운 친지의 집에 머무르며 주중엔 근무를 하고 주말엔 직장과 차녀를 전학시킬 학교를 물색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뜻하지 않은 사건이 터졌다. 자사고의 기숙사에 머무르며 선행학습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3월 입학을 한 장녀가 기대 이하의 학업조건 및 낯선 환경의 부적응에 의한 심각한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게 된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자녀가 격어야 할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K씨는 결국 당초 이사 계획을 취소하고, 신속히 장녀를 서울로 전학시키고자 충남 임차주택으로 세대 전원이 이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이 마련한 서울의 임차주택으로 세대전원에 대한 전입신고를 하였다.

이후, 세무당국은 충남 임차주택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K씨 세대 전원이 이사 온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약 5천만원의 세금을 부과고지 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과세 처분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주거이전의 의미는 사후적 결과만을 놓고 기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후 사정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주거이전이라는 행위는 이사하기로 결심  이사 계획의 수립  이사계획의 실현이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이사를 했다”는 것은 주거이전의 계획을 본래대로 실현했다는 의미일 뿐 결과적으로 세대 전원이 이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주거이전행위가 자체가 없었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K씨의 경우는 취학 등의 사유로 공주로 이사하기로 결심  충남으로 이사할 계획 수립(충남임차주택 전입신고, 배우자의 퇴사의사 전달 등)  쟁점아파트의 양도  후발적 사유의 발생에 따른 당초 이사 계획 변경(서울로 다시 이사하기로 함)  서울로 이사할 계획 수립(서울 임차주택 전입신고)라는 일련의 사정에 따라 두 개의 별도 이사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충남 임차주택 세대 전원 이사라는 행위를 생략하였을 뿐이다. 즉, 이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셋째, 조세평등주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헌법상의 당위이다. 주거이전이라는 행위를 두고서 같게 취급해야 하는 것은 이사를 했다는 사실(결과)이 아니라 진실된 이사 의도가 있었는지(동기) 여부이다. 거짓된 주거이전의 의사를 가지고 실제로 주거이전을 한 사람은 다르게 취급하여야 할 것이나, 진실된 주거이전의 의사를 가졌으나, 예상하지 못한 후발적 사유로 이사를 할 수 없게 된 선의의 납세자는 조세평등주의의 관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비과세 배제)를 통하여 실현할 수 있는 조세정책적 사명은 무엇인가?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은 건전한 국민의 주거생활의 보장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바, 자녀가 받는 고통을 외면하고 이사를 강행한 부모에게는 비과세 혜택을 준다면 이러한 조세법 체계는 국민이 건전한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재들이 모인 KAIST에서 소수의 어른들이 만든 그릇된 제도의 희생양이 되어 학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조세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인간성(Humanity)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간적인 고뇌를 거부한 채 기계적으로 프로크루테스의 독단과 아집을 쫓는 우를 범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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