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 생기는 일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말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동안의 중고차 시장 매매 폐단이 이번 현대차의 시장 진입으로 투명해 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말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동안의 중고차 시장 매매 폐단이 이번 현대차의 시장 진입으로 투명해 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뜻밖의 발표를 했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장에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취지에 발언을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신차를 개발해 판매하는 자동차 제조·판매회사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의 발언을 통해 현대차는 신차를 판매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없앴다. 국회 산자위에서 중고차 시장 거래 진출 가능성을 공식화 하면서 말이다. 중고차 업계는 이후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릴레이 시위에도 나섰다.


골목상권에 진입 시도하는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을 공식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자동차의 입장은 이랬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 질서를 살펴보면 투명한 거래가 아닌 병폐의 연속성이었다는 것이다. 김동욱 전무는 이날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70~80%는 거래 관행,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중고차 시장과는 다르게 정보를 투명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성에 중고차 업계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70~80%에 달하는데, 중고차 시장까지 차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고차 업계들은 만일 현대자동차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소상공인 위주의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그로 인한 대규모 실업이 발생된다면 감당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으며 완성차가 중고차를 독점 판매된다며 자동차 가격 급상승의 가능성이 높기에 장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들에 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도 등 돌렸다 “중고차판매업체의 위기”


보통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침입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따끔한 비판으로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는 기존 사례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여 중고차 판매업자들을 당혹케 했다. 국민들이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찬성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중고차 업계들은 난항 속 돌풍을 맞게 된 셈이다. 국민들은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을 정리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정의 구현이라고도 표현했다. 왜 우리 국민들은 기존 중고 업계에 이 정도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현대차의 분석대로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 중 상당수가 허위매물 혹은 사기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자신이 원한 차가 아닌 다른 차로 강매당한 경험도 있다. 특히 자동차 구입 경험이 전무한 사회 초년생들이 주로 대상 표적이었는데 흔히 ‘호구 잡혔다’는 표현이 나돌 정도로 불공정 거래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특정 지역에서는 중고차를 사지 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마냥 유머가 아닌 웃픈 현실에 실제로 중고차를 살 예정인 사람이 사기를 당할까 봐 실시간으로 카페 등 사이트에 정보를 공유해 구매를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정부나 중소 벤처기업부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은 제한돼왔다. 그러나 지난 해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되면서 대기업에서 중고차 진출 가능성에 시동을 건 것이었다.

박영선 중소 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에 현대·기아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관해 조건부 허용을 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우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오픈 플랫폼을 통해 시도한다는 점에 대해 박 장관은 차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신뢰할 수 있으며, 기존 중고 판매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으로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중고 판매업자들 간의 역할을 분담하고 사후관리 서비스 발생 비용을 현대·기아차에서 책임지는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익보다는 손익분기점에 만족하며 상생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현대·기아차에 추가 상생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선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만족을 위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또 유럽과 미국 완성차 업체는 중고차 거래 시장 진입 규제가 없다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의 브랜드는 중고차 인증제 혜택을 통해 자동차 시장 경제력을 높이고 있는 상태라는 것. 중고차 인증제란, 소비자가 구매한 신형 차를 일정 조건을 기준으로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 업체가 매입하고 정밀 점검 후 새로운 고객에게 판매하는데 A/S, 무상 수리, 품질 보증 등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수입차는 인증제 제도로 중고차의 일정 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그러지 못하니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 시각으로는 위 제시한 근거부터 지적했다. 한국처럼 제조사가 직접 소매판매 사업을 하는 곳은 드물다며 미국과 유럽 국가의 완성차 업체는 한국과 다르게 독립법인으로 구성된 딜러망을 통해 신차와 중고차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직접 판매 방침을 삼는 테슬라가 미국에서 연이은 소송을 당하는 이유도 제조사의 직접 판매와 정비 사업을 불공정 사례를 두고 있어 미국 대다수 주가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찬성 측이 주장한 사례는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도 이미 현대차가 신차 제조·판매를 독점하고 있는데 중고차 판매까지 한다면 지나친 시장 지배력으로 제 조사 물량 할당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비효율적이라는 것. 또한, 중고차업계 주장과 같이 장기적으로 본다면 신차·중고차 가격 상승은 피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보통 국민들이 중고차 딜러라 하면 안 좋은 이미지를 먼저 떠오르게 만든 중고차 판매업계의 그간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고차 판매업계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희롱했기에 이렇게까지 이미지가 나쁠 수 있을까. 공정한 거래보다는 단기간 수익에 목매 소비자에게 사기 치고 강매한 일부 중고차 딜러들 때문에 골목상권을 그대로 대기업에게 내줘야 할 상황이 온 것은 아닌지 그들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까지 독점하게 된다면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해도 국민들은 한낱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자세로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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