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트진로의 Ale 맥주, '퀸즈에일'은 지난 2013년 출시돼 자사 매출 0.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사진 =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발췌

[뉴스워커: 이두경 기자] 우리나라는 맥주가 싱거워야 더 잘 팔린다?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현재까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데, 실제로 국내에서 팔리는 맥주 중에는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와 오비맥주의 ‘카스’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이것은 사람의 생각과 실제 맥주시장의 현상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최근 국내 맥주가 “맛이 없다”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에 그 원인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이트진로 측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이 대부분 맵고 짜기 때문에 이와 함께 마시는 술은 맛이 진하지 않고 부담이 덜한 라이트한 제품이어야 인기를 끈다는 것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3년 출시한 ‘퀸즈에일’이 자사 맥주 매출액 대비 0.1%이하를 현재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나 오비맥주의 ‘카스’가 계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그 예를 들며 현재의 맥주시장의 판로는 바뀌기 힘들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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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에일은 출시 당시 하이트와 같은 라이트한 맥주들과는 다른 에일타입 맥주로, 상온(16~24도)발효를 통해 풍부하고 짙은 향과 맛을 갖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싱거운 맥주보다는 맛이 진한 맥주를 원한다는 시장의 반응에 부흥해 전격적으로 출시했지만 매출 성적은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 중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실제 소비자들의 생각과 시장에서 성적을 올리는 제품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한 예는 것입니다.

▲ 오비맥주 카스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사진 = 오비맥주 제공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사람들이 국산맥주가 맛이 없다고 나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나 오비맥주의 카스 등과 같은 깨끗한 맛의 맥주가 잘 팔린다”며 “풍부한 맛의 맥주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은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히 없다. 사람의 입맛은 잘 변하지 않는다. 다양한 제품을 내 놔도 팔리는 것만 팔린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최근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늘고 있지만 그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하이트진로측 관계자는 “국산맥주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최근 그 사람들이 풍부한 맛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수입 맥주가 더 인기라며, 트렌드를 바꾼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말없이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아직도 국산맥주의 라이트한 제품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지 최근 수입맥주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다양한 것을 선호하는 추세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주장에는 사뭇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크림맥주’입니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또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앞 다퉈 크림맥주 전문점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재 그 인기는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크림맥주는 첫 맛만 크림 맛이 강할 뿐 그 이후의 식감이나 목 넘김은 라이트 맥주보나 느낌이 낮기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라이트 맥주를 즐겨왔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이 맵고 짠 음식이 많아 라이트한 맥주가 한층 더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입니다. 사진은 라이트한 맥주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또 실제 업계에 따르면 수입맥주류에 많은 풍부한 맛의 맥주보다는 하이트나 카스와 같은 깨끗한 ‘목넘김’을 강조하거나 청량감을 주는 제품이 맵고 짠 우리나라 음식과 궁합이 맞고, 오래전부터 라이트한 맥주를 우리나라 음식과 함께 즐겨왔기 때문에 이런 음주습관이 일상화가 됐다는 것입니다. 맵고 짠 음식을 먹은 후 물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맥주를 고를 때 사람들이 줄곧 농도가 옅은 맥주류를 찾는다는 의미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가 50~60%, 하이트진로가 30~40%, 롯데주류가 3~5%, 수입맥주가 5~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계 1위 기업 오비측은 국산맥주 맛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의 제조방법은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인 ‘하면발효’(제조과정 중 맥주통의 아래쪽에 효모가 발효), 맛이 두텁고 농도가 짙은 ‘상면발효’(맥주통 위에 효모가 발효)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국산맥주는 대다수 세계 유통맥주들이 채택하고 있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며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이 특징인 유럽풍 상면발효 맥주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국산맥주에서 ‘싱거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즉, 개인차의 식감일 뿐 객관화하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 롯데주류 측이 새롭게 내놓은 클라우드, 맛이 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롯데주류 측은 “맛의 판별은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국산맥주보다 수입맥주가 더 맛있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맥주의 라이트한 맛, 청량감 또는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같이 풍부한 맛 등과 같이 다른 느낌의 맥주가 있을 뿐 무엇이 더 맛이 있다고 보기는 무리다”라고 전했습니다.

모든 음식에는 궁합이 있듯 술과 그에 따른 안주에도 분명 궁합이 있을 것입니다. 같은 와인이라도 레드와인과 고기류가 맞고 화이트와인이 해산물·생선과 맞는 것처럼, 맥주도 맞는 타입의 음식은 따로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하이트진로 측의 “식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모든 식품업계가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한 맛의 수입맥주는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 수입맥주는 편의점에서 전향적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4캔에 만원’이라는 편의점내 광고를 접한 술을 즐기는 소비자는 많을 것입니다. 한 캔에 3000원 안팎의 맥주가 4캔에 만원이면 약 2000원을 절약한다는 느낌마저 들어 손이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데, 과거의 사례와 전통적인 우리나라 입맛에 의해 수입맥주 시장의 최근 인기는 크림맥주의 깜짝 인기와도 같이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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