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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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지금 북한은]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피살 사건과 관련, 북한은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요청에도 묵묵부답인 가운데 A씨의 친형 이래진 씨가 동생의 실족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월북 주장을 반박했다.

이래진씨는 18일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공무원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진실을 듣는 국민국감’을 개최한 자리에서 군 당국과 해양경찰청을 향해 “첩보 타령만 하다가 동생은 비참하게 죽어갔다”며 “더 이상 동생의 희생을 명예살인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씨는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질의 과정에서 “동생이 일등항해사에 고속단정 팀장인데, 단정에 올라가서 실족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안전화가 없어졌다. 뭔가 작업 중이었다”며 “고속단정 높이가 높은데 위에서 뭔가를 잡고 버틸 수 있는지 보니까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족 가능성 크다고 주장…“당일 유속 빨라 인위적으로 갈 수 없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도 바다에 빠졌었던 경험이 있음을 언급했다. 이씨는 “사고 지점에서 빠졌을 때 파도도 셌지만, (바다에 빠져) 물을 순간적 마시면 아무 생각이 없다”며 “저도 몇번 물에 뛰어든 적이 있는데, (바다에) 들어가면 통제 불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A씨의 서해상 표류를 월북 시도로 단정지은 정부를 비판했다. 이씨는 “동생은 엄연히 실종자 신분으로, 국가가 예우해야 한다”며 “(정부는) 동생이 죽고 난 다음에 찾는 시늉만 하고 있다. 동생의 희생을 명예 살인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한 연평도 어촌계장 신중근씨도 이씨의 실족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신씨는 “(공무원이 실종된) 지난 21일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웠다”라며 “실족했다 해도 소연평도나 연평도로 올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하는데 이 시간대는 조류가 바뀌는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해경이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의존해 북쪽으로 헤엄쳤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유속도 빠르다. 한 시간이면 갈 거리도 한시간 반이 걸린다. 사람 손으로 인위적으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주장들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실족했을 가능성이 99.99%”라며 “조류 흐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해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이씨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되자 이날 ‘국민 국감’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군 당국과 해경 등은 북한이 A씨의 시신을 수습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따라 서해 지역 일대를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색 작업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北 국제법 위반 논란…현재까지도 공동조사 요구에 ‘침묵’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남북 공동조사 요청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A씨의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19일 현재까지 북한은 이와 관련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민간인에 대해 총을 겨누고 사살했다는 점에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고 있다. 유엔 해양법 협약(제98조)은 모든 국가는 자국 선박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바다에서 조난 위험에 빠진 어떤 인명에도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1982년 유엔해양법 협약에 서명만 하고 현재까지 정식으로 비준하지는 않았다.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7년 북한에 17개월 억류됐다 풀려난 지 6일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이씨 유가족에게 편지를 보냈다.

웜비어 부부는 한 장짜리 편지에서 “우리도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와 거짓말의 피해자였다”며 “여기에 굴하지 않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국민이 외부의 적대적 행위로 다치거나 죽었을 때, 지도자가 나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며 “한국 대통령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웜비어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그들과 함께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북한의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훌륭한 청년이었고,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잔혹한 고문을 받아 죽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북한이 우리 아들에 관해 했던 주장(보툴리누스균 감염에 의한 뇌 조직 손상)은 현재까지도 명백한 거짓말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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