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지 기자 NH투자증권 측에 물었다고 한다. “김원규 사장께서 임직원에게 직접 희망퇴직을 권유했다는데 맞나요?” 대충 이런 질문이었던 것 같다. 한데 NH투자증권 측은 오히려 반문했다고 한다. “그런 일 없습니다. 노조가 이렇게 쎈데 그런 일(퇴직 권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대충 말은 이렇다.
NH투자증권 측의 말이 사실일까. 아닐까. 여기에는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부직원이 아닌 이상 취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김원규 사장이 직원의 희망퇴직신청을 접수받는 기간 중에 특정 년도에 출생한 임직원에게 퇴직을 권유 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6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김원규 사장이 직접 퇴직을 권유했고, 권유하는 과정에서 이들 임직원의 추가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은 채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앞서 얘기한 NH투자증권 관계자의 말은 두 가지를 부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는 김원규 사장이 특정 임직원에게 전화를 해 퇴직을 권유했다는 것이며, 둘째는 임직원의 추가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는 점에서 “노조가 이렇게 쎈데”라는 말, 즉 노조가 쎄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얘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조가 강성하기 때문에 그 소문이 돌아서는 안된다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만약 김원규 사장이 60년 초에 출생한 임직원에게 다른 조건을 제시받았거나 또는 제시했고, 김 사장은 희망퇴직자 수를 채우기 위해 조건을 들어줬다는 사실을 노조 측이 알았다면 가만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희망퇴직 신청이 총 154명이었는데, 노조 측 답변은 이에 반발하지 않고 ‘적정 수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당초 업계가 예상한 수보다 적었던 것도 있지만 ‘적정수준’이라는 말은 ‘합의’라는 말과도 맥을 같이하는 의미로 노조의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노조 측이 ‘적정 수준’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社)측은 한 명이라도 더 내보내야하며, 노(勞)측은 어떻게든 더 버텨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간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로, 이렇기 때문에 60년대 초 임직원의 요구 또는 제안은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합의의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보인다.
가정이 또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가가 위기에 처할수록 힘을 합치고 그 아픔 또한 나눠야 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또는 더 큰 대의를 위해 희생이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약자에게 그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셀러리맨 대다수가 ‘나는 아니겠지, 지금은 아닐 거야’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당신도 퇴직자 명단’에 오를 수 있는 ‘약자’라는 것이다.
지금도 포스코그룹은 포항에서의 인력 수백여 명에게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으며, 오비맥주 또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미래에셋생명 또한 올해로 두 번째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희망퇴직은 말이 ‘희망’이지, 사실은 사측이 강제로 밀어내는 것이다. 사측 입장에서 희망퇴직이지 근로자 입장에서는 강제퇴직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한데, 이런 희망퇴직으로 또 김원규 사장의 퇴직 권유로 인해 세상의 시선은 따갑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사람이 미래’라는 광고로 청년들에 희망을 불어넣고 좋은 기업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얼마 전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까지 퇴직을 권유해 기업이미지는 크게 손상됐다.
이번 사안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례적으로 김원규 사장이 퇴직권유를 했든 안했든 또 추가 제안을 들어줬던 그렇지 않든 업계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실추를 범한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