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소식에 독과점 우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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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어제는 2020년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날이다. 10월 5일에서 10월 26일까지 국회는 3주 동안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간이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입법 활동 외에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기능을 보여주어 적절한 정부 정책 견제와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전부터 밤을 새가며 준비한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는 법제사법위원회가 모든 이슈를 장악하면서 민생과 관련된 질의들은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다행히도 산자위 국감 도중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가 현대자동차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성을 공식화하는 발언이 언론에 알려짐으로써 국민들이 이 사안에 관해 자체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현대차 중고차 진입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세히 찾아보면 대기업이 골목 상권 진출을 시도하려다 상임위의 국회의원들에게 지적되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우리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사안들은 소리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포스코 ‘해운업 진출 가능성 없다’ vs 해운업계 ‘새빨간 거짓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도 어느 상임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오늘 마지막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김복태 포스코 물류통합 TF 전무는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후 해운업 진출 가능성을 묻는 농해수위 상임위원들의 우려에 자신 있게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확답했지만 한국선주협회와 해양수산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이 앞으로 해운업 진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복태 전무의 “해운업 진출 가능성은 없다”는 계속된 답변에도 이들은 그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복태 전무는 현재 포스코 그룹과 내부에 물류를 담당하는 여러 개 조직이 있고, 이것을 통합해 효율화·전문화하려고 하는데 중복 업무가 있어 낭비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물류 자회사 설립 시 중복된 업무로 발생한 비효율성을 없앨 수 있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다만 비용 절감 효과는 없다고 밝혔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 전무의 발언을 동의하지 않았다. 국민의 힘 이만희 의원이 김 전무의 발언을 들은 후 포스코 자회사 설립이 적절하냐는 질의에 ‘물류 기본 육성 원칙에는 어긋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도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포스코는 1990년대 이후부터 해운업 진출을 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를 한 사례를 근거로 들며 현재는 해운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하겠지만 나중에 말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은 시장 지배적 위치를 통해 해운 물류 기업에 저가 운임을 강요할 것이라며 해운선사와 그와 관련된 기업 모두가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간기업이 자회사 설립을 하는데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고 문성혁 해수부 장관의 발언을 근거를 든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포스코가 자회사 설립을 하면 업계 내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국무회의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의견을 내니 문 장관은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을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와 해운업계 갈등 시작점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최근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8일 이사회를 연 포스코그룹은 연내 본사,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널에 분산돼있는 물류팀을 합쳐 ‘포스코 GSP(가칭)’을 설립을 계획하며 물류자회사 설립을 의결하면서 해운업계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때 역시도 포스코는 “해운업계 진출 가능성은 없다”고 했으나 당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거짓말”이라며 각종 해운업계 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했다.

당시 포스코 측은 ‘포스코 GSP(가칭)’ 설립 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 물류 경쟁력 향상을 강조했다. 또한 해운업계에서 주장한 ‘해운업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해운 법상 불가하다고 밝혔으며 현재 우려하는 국내 물류 생태계 교란은 무관할 것이라고 내용을 담은 설명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통행세를 명목으로 물류 기업에게 수수료 장사를 할 것이 예상된다고 포스코의 골목 상권 침해 시도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부당한 가격 인하와 갑질 등의 악습을 빈번히 보여왔는데 포스코 같은 대기업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한 해운법은 제철원료에 대한 자가 수송만 규제하고 있지만 철제품 수송 규제 내용은 없다고 김 부회장은 말했다. 포스코는 제철회사이니 해운업 진출이 가능한 것이다. 자회사에 대한 포스코 지분이 40%에 못 미치는 경우 원료를 운송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편법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포스코 측의 해운법상 불가하다는 의견은 억지라는 셈이다. 포스코와 해운업계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해 농해수위 국감장까지 이어져온 것이었다.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성공할까?


현 정부는 기업·지역 간 상생 협력을 통한 균형 발전을 중시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현대차 중고차 진입과 관련된 문제에 신중을 기하던 중소벤처기업부 역시도 26일 산자위 질의 답변 도중 우리나라도 엄격한 독점법이 필요하다고 말해 현대차를 정조준했다. 현대차가 기존 중고차 업계와 상생 협력을 통한 이익 취득을 하도록 느슨한 압박을 시도한 것이다. 포스코 해운업계 진출 가능성 논란에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해명이 아니라 단순히 ‘아니다’라는 형식적인 말만 되풀이한다면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설립이 어려울 것이다. 포스코는 당당하다면 해운업계와의 만남을 가져 진솔한 대화를 가져야 한다. 귀 닫고 힘으로 밀어붙이진다고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는 걸 아직 포스코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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