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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코로나19와 제약업계 9. 삼천당제약] 부모에게 물려받은 병원 재단과 인수한 제약회사 간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고정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삼천당제약이 2019년 말 연결기준 매출액 1866억원을 달성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삼천당제약은 1943년 12월 29일 의약용 약제품 제조 판매 영위 목적으로 설립했으며 1986년 윤대인 회장이 인수했으며 이후 200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윤 회장의 부친은 고 윤덕선 명예회장은 의사이자 교육자로 한림대학교과 한림대 재단인 일송학원을 설립했다. 별세 이후 장남 윤대원 씨에게 일송학원과 강남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을, 차남 윤대인 회장은 성심의료재단 이사장 직과 재단, 강동성심병원을 물려줬다. 그런데 이곳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병원-제약사 공존으로 고착화 된 내부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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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소화(윤대인, 윤대명, 박상준 대표)가 삼천당제약 지분을 장내매수하여 지난해 말 685만7818주에서 693주4611주로 늘어났고 지분율 또한 기존 31%에서 31.4%로 상승하며 지배력을 더 강화했다. 비상장사 소화는 삼천당제약의 최대주주이자 지배기업으로 이곳 주주는 윤대인 회장 72.2%, 인산엠티에스 27.78%로 구성되어 있다. 인산엠티에스는 윤 회장의 아들 윤희제 씨가 100% 소유한 개인 회사다. 소화는 삼천당제약 이외에 수인약품의 지분도 74%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6%는 윤 회장의 배우자 고화숙 씨가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지주체제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정리되어 있지 않지만 결국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인 인산엠티에스가 최상위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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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학원 설립자인 부친 고 윤선덕 명예회장이 장남 윤대원 이사장과 차남 윤대인 회장에게 남긴 각종 병원과 재단 덕분에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실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인산엠티에스와 소화 두 곳은 강남성심병원, 평촌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동탄 성심병원과 한림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등과의 매출액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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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의 아들 윤희제 씨의 회사 인산엠티에스는 ‘의료기기 및 의약품 판매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15.8%다. 이곳은 기타특수관계자인 강남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렸다. 병원에 대한 매출액이 점점 늘어났고 2016년 266억원이었던 내부거래 금액이 2019년 336억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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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는 ‘의료용품 및 의료용침대의 제조, 판매업 등’을 주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내부거래 비중이 같은 기간 평균 78.6% 수준으로 매우 높다. 소화는 인산엠티에스보다 내부거래 금액의 상승 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곳 역시 강남성심병원, 평촌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등과 큰 규모로 거래하고 있다. 최근 4년 중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큰 2019년에는 약 1618억원 매출 중 78.4%에 해당하는 1269억원이 기타특수관계자와의 매출 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목적 상 윤 회장 형제가 운영하는 병원 등과 밀접한 연계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지배구조 특성상 최상위에 있는 인산엠티에스와 삼천당제약을 지배하는 소화는 오너일가의 지분율도 높은 데다 일감몰아주기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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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당제약의 종속기업 디에이치피코리아도 최근 4년 매출액의 평균 20.2% 정도를 특수관계자와의 거래했는데 대부분 삼천당제약에 대한 매출 및 수익이었다. 2019년의 경우 특수관계자와의 매출 및 수익 거래금액이 128억원이었는데 이중 인산엠티에스에 3억원의 매출을 낸 것 빼면 125억원이 삼천당제약에 대한 거래였다. 삼천당제약은 2016년 4%로 비교적 내부거래 비중이 낮았으나 이듬해 2배 뛰어 올랐고 2019년에는 조금 줄어 6.7%를 기록했다. 특수관계기업 중 주요 매출 대상이 아들 회사 인산엠티에스에 대해 2019년 79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의약품 판매 등을 담당하는 인산엠티에스의 기업 특성 상 삼천당제약이 이곳에 약품을 판매한 뒤 이 약품을 윤 회장 형제의 병원 등에 판매하고 있는 수익 구조는 계속되고 있다.


영업성과 좋은 곳보다 나쁜 곳에서 더 많은 배당, 오너일가에 유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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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등의 제한적인 수익구조로 각 회사가 실적을 거둬들이는 사이 오너일가 및 오너일가 회사의 곳간은 자연스럽게 채워졌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인산엠티에스나 소화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오너 2세 윤희제 씨는 회사의 정점인 인산엠티에스로부터 4년 간 약 30억원의 배당수익을 받았다. 일감몰아주기 수준이 심각했던 소화는 윤대인 회장에 매년 약 2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아들 회사 인산엠티에스도 약 8억원씩 배당금을 수령했다. 그리고 윤 회장은 삼천당제약에서도 8천만 원씩 배당을 받았고 이들 부자가 받은 인산엠티에스, 소화, 삼천당제약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의 총액만 해도 평균 약 30억원이다. 내부거래로 수익을 내고 그대로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소화, 인산엠티에스로 배당을 지급해 이곳을 지배하는 오너회사도 어렵지 않게 부를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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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인 디에이치피코리아, 삼천당제약의 배당 정책을 두고 주주환원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이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높은 배당성향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단순히 주주환원정책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실제로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천당제약이나 디에이치피코리아의 배당성향은 나머지 두 곳보다 낮다. 최근 4년 13.7%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낸 삼천당제약의 배당성향은 2.5%에 불과하다. 또한 디에이치피코리아의 최근 4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24.4%인데 반해 같은 기간 평균 배당성향은 13.6%다. 반면 인산엠티에스와 소화의 최근 4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1.4%, 2.5%이지만 이 두 곳의 같은 기간 평균 배당성향은 각각 17.9%, 35.2%에 달한다. 수익성이 높은 상장사보다 수익성이 낮은 오너일가 회사에서 더 많은 배당을 실시하면서 주주환원정책이라고 보기에 다소 애매할 정도로 윤대인 회장과 아들 윤희제 씨 등에 유리한 배당 정책이 이루어졌다.

고 윤선덕 명예회장이 물려준 병원 재단과의 끈끈한 관계로 수익을 내며 알짜기업에 오른 삼천당제약은 새로운 수입원 확보를 위해 수출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곳 위주로 일감몰아주기가 이루어지고 있고 의아한 배당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사익편취 정황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법인 설립 소식을 전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도전한 삼천당제약이 기존의 한정적인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우물안에서 탈출한 개구리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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