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글로벌 과세체계에서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전환하는 추세 속에서 법인세율의 하향평준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본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

반면에 법인세가 인상될 경우 국내에서 외국으로 유출되는 자본은 늘고 국내로 유입되는 자본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모회사를 두고 외국에 자회사를 두었을 경우, 한국이 외국보다 법인세율이 1% 포인트 높아지면 국내 모회사에서 해외 자회사로의 소득이전이 2.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을 떠나는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20% 수준인 영국 법인세를 15% 이하로 낮춰 주요 국가 대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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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법인세를 15%로 낮추면 대표적으로 법인세가 낮아 기업들의 절세 안식처로 활용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12.5%에 근접하게 된다는 판단이다.

영국은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중국 투자자금 유치, 은행 대출 지원, 노던 파워하우스(Northern Powerhouse·북부지방을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바꾸는 계획) 투자 확대, 영국 재정신뢰도 유지 등 총 5가지를 브렉시트 이후 경제전략으로 들었다.

▲ 영국 메이 총리 (사진:FT)

 

◆ 메이 英 총리 '법인세 인하' 공식화, 글로벌 경쟁 가속..
  
   독일 50% → 30%, 일본 40% → 30%, 
   이탈리아 27.5% → 24%, 미국 트럼프 35% → 15% 공약

지난 21일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히며 세계 각국이 감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영국산업연맹 콘퍼런스에서 "영국 정부는 조세체계를 통해 혁신적인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 가장 낮은 법인세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혁신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영국이 법인세 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현행 20%인 법인세를 오는 2020년까지 17%로 내리기로 지난 3월 결정했다. 

이에 앞서 독일은 2000년 이전 50% 넘던 법인세율을 2008년 현재의 30% 선으로 낮췄다. 이탈리아도 지난해 법인세율을 27.5%에서 24%로 낮췄으며 40%를 웃돌던 일본의 법인세율도 2013년 아베 총리 취임 후 꾸준히 낮아지며 30%가 됐다. 

영국은 올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대국민 투표 가결로 현실화하면서 EU 경제권에서 벗어난 이후의 관세 장벽을 우려한 기업 이탈을 막고자 과감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기업들은 금융 중심가인 런던에서 철수를 준비하고 있어 이들 기업을 붙들고자 하는 영국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도 법인세 인하 작업에 착수하긴 했지만 인하 정도가 얼마나 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국면에서 법인세율을 종전 35%에서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 세계각국 법인세율 (자료:딜로이트,나무위키 재구성)

 

◆ OECD 34개 회원국 중 19개국 법인세율 인하 

지난해 OECD 34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2008년과 비교해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의 경우 법인세율을 2008년 28%에서 2015년 20%로 8% 포인트 낮춰 가장 높은 인하율을 나타냈으며 이어 일본은 2008년 39.5%에서 2015년 32.1%로 법인세율을 7.4% 포인트 낮췄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7.5%에서 24.2%로 법인세율을 3.3% 포인트 인하했다. 한편 OECD 평균세율도 1985년 43.4%에서 2015년 23.3%로 20.1% 포인트 감소했다. 

법인세율 인하 국가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록셈부르크, 미국,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영국, 이스라엘, 일본, 체코, 캐나다, 핀란드, 한국, 헝가리 등 19개국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일 컨퍼런스센터 토론회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현행 세율 24.2%을 1~2% 포인트 낮추는 것이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연구결과 법인세율을 현행 세율보다 1%에서 2% 포인트 낮추면 자본순유입이 최소 9조8천억원에서 최대 19조6천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며 “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세수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복지국가인 북유럽 국가도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며 “법인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소득재분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법인세율이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50%를 넘고 있기 때문에 현행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하방위험성이 예상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 추이 (자료: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현행 글로벌 과세체계,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전환하는 추세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해외사례를 보면 과세 제도를 글로벌 과세체계에서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존에 글로벌 과세체계를 채택하고 있던 일본과 영국, 뉴질랜드가 2009년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전환하면서 현재는 OECD 국가 중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 7개 국가 만이 글로벌 과세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과세체계에서는 국내소득이든 해외소득이든 과세권한이 자국에 있는 반면 영토주의 과세체계에서는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권한이 해당국가에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과세제도를 전환하는 이유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해외소득을 국내로 송금하는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과세체계를 유지할 경우 해외에서 납부한 세액을 국내에서 전액 공제받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기업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BEPS 프로젝트가 국제적 공조로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영토주의과세 체계로의 과세제도 전환이 시급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는 다국적 기업이 저세율 국가로 소득을 이전하여 세원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한으로 OECD 국가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행동계획이다.

 

◆ KDI "법인세 인하, 투자 늘리지만 경영진 사익추구로 효과 감소"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기업 투자 역시 늘어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실증분석이 나왔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28일 KDI 정책포럼에 실린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법인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부진하므로 이를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됨에 따라 법인세율이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경영진이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사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이런 법인세 인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법인세 인상에는 신중하되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기업 경영진의 사익추구 행위가 심해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기업 경영진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거나 불법적으로 회사자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가 존재하면 투자에 대한 왜곡된 결정이 발생해 기업조세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기업은 부실이 심화되면서 일반주주들은 4년 동안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경영진인 B씨는 성과보수 및 퇴직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챙겼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지면 재정은 조금 더 확장으로 가야 한다”며 “통화정책도 지금은 동결로 가는 게 맞는데, 경기가 문제가 된다면 한 차례 정도 더 인하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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