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김동민 기자] "일본 자동차의 자동운전 기술이 무섭게 바뀌고 있습니다. 향후 전개될 무인자동차 시대에서 구글, 독일 브랜드와 함께 등과 함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입니다." - 마틴 머레이 GM 전기차 개발 담당 임원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자동운전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5일 일본 자동차 브랜드 중 닛산의 자동운전기술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세계 자동운전 기술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운전이 가진 ‘실패 리스크’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소심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볼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닛산은 다른 기업과 달리 공격적인 전략을 취면서 약진을 노리고 있다. 특히 세계최초자동운전 미니밴 ‘세레나’로 보여준 자동운전 기능의 강점을 활용해 2018년에는 고속도로에서 차선 변경을, 2020년까지는 시내에서의 완전 자동운전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다.

◆자동운전? 무인운전? 

자동운전과 무인운전은 다른 개념으로 자동운전의 경우 운전자에게 자동차 칸트롤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무인운전과 다르다. 완전한 무인운전 전에 운전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운전에 대한 권한을 자동차와 운전자가 나눠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그룹 구글은 무인운전을 궁극적인 목표로 보고 데이터베이스 수집, 무인운전을 목표로 전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자동차 사고의 90%가 사람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간주하고 컴퓨터를 사용해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뛰어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구글이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닌 IT회사이기 때문에 이같은 기술 개발 방향이 설정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자동운전의 주체를 자동차로 생각해 인지·판단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는 반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자동운전을 운전자를 도와주는 지원기술로 간주하고 있다.

메이커의 근본적인 방향성 차이에 따라 개발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닛산의 자동운전기능 탑재 미니벤 세레나. 자료:Moby 코트라 

◆ 닛산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운전기술 확보하다 

우선 자동 운전 및 무인 운전 기술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되고 있는 닛산의 경우 구글과 비슷하게 무인 운전을 목표로 한 자동운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닛산은 자동차의 인지·판단 능력에 중점을 두고 오는 2020년까지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현재 닛산의 자동운전은 긴급 시 대처 가능한 면허 자격을 가진 운전자가 운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자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운전자보다 자동차의 인지·판단 능력에 중점을 둔 자동운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회근 닛산은 세계최초 자동운전기능 미니밴 ‘세레나’를 발매, '저렴한 자동운전 자동차'라는  승부수를 시장에 던졌다. 닛산 자동차이 출시한 세레나는 기존 고가의 자동운전 자동차와 달리 300만 엔 이하(291만 6000엔)의 가격대의 판매가로 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세레나는 고속도로의 단일차선에서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동주행 하거나 앞차의 속도에 맞춰서 자동 정지하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해당 기술이 탑재된 미니벤은 세계 최초다.

◆ 닛산을 자동운전 최강자로 만든 프로파일럿 기술·단일 렌즈 카메라 기술   

닛산이 개발한 자동운전 프로파일럿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파일럿은 닛산이 개발한 자동운전기술로서 고속도로의 같은 차선을 자동운전으로 지원하는 일본최초의 기술이다. 앞 차와의 거리를 파악해 정지, 전진 혹은 자동으로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으로 특히 정체상황에서 운전자가 계속해서 정지하고 다시 전진하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자동운행이 가능하다.

닛산 관계자는 “프로파일럿 기술은 고속도로에서의 단조로운 정체주행과 장시간의 순항주행에서 강점을 발휘하며 해당 상황에서 운전자 대신 엑셀, 브레이크, 핸들을 자동으로 제어해준다”며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크게 줄여주므로 동행자들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럿의 자동운전기능 자료:Moby 코트라 

또 운전자가 미리 설정한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며 코너에서는 핸들을 제어해 옆 차선에서 갑자기 들어오는 차량에도 대처할 수 있다. 앞에서 달리는 차량과 차선을 파악하고 자동차의 크기 및 형태를 인식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닛산은 올해는 우선 프로파일럿 기술 중 고속도로 단일차선 기준으로 미니벤 세레나에 적용하고 오는 2018년까지 고속도로 복수차선까지 발전시키고 나아갈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0년에는 교차로 등 복잡한 환경을 가진 시내에서도 주행할 수 있게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계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단일 렌즈 카메라로 닛산 세레나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닛산의 프로파일럿 기술발전 향후 목표 자료:Moby 코트라 

타 기업의 모델은 앞 차와의 간격을 맞추거나 따라가기 위해 단일 렌즈 카메라만이 아닌 밀리리터파(EHF, 극고주파)레이더나 레이저 레이더을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닛산의 세레나는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모빌아이와 영상해석기술을 공동 개발해 단일 렌즈 카메라만으로 같은 수준의 기능을 실현했다.

밀리리터파 레이더나 레이저 레이더는 물체의 존재와 다른 차와의 거리를 인식하는데는 적합하지만 그 물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능은 없다. 세레나의 단일 렌즈 카메라는 전방에 있는 물체가 차인지 또는 도로 위에 있는 선이 차선인지 등의 상황파악을 물체의 형태와 배치를 통해 판단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각종 레이더를 꼭 적용할 필요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회사가 적용하는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떠한 물체가 경로를 방해한 상황에 대응할 만큼 단일 렌즈 카메라의 기술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닛산 자동운전 기술의 최강자로 급상승 

닛산은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빌아이가 개발한 최신의 제어기판을 탑재하고 이와 동시에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해 독자적으로 추가 개량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단일 렌즈 카메라만으로 ACC(Adaptive Cruise Control)와 차선 지키기 기능이 가능한 세레나를 개발하게 된 것.
 
이에 따라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닛산의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완전자동운전에 대응 할 수 있는 센서의 기술혁신과 해당 기술에 적합한 교통 시스템과 인프라 정비와 같은 추가적인 과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재와 같은 운행 상황에서 자동운전 자동차의ㅣ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자동차 제조업체의 생존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닛산은 이번에 발매한 세레나는 현재와 비슷한 운행 상황에서 자동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점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게 확보할 전략차량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닛산은 자동운전방식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자동운전을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즉, 높은 기술력을 우선시 해 부담되는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아 외면받기보다는 우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일본 완성차 메이커의 자동운전기능 비교 자료:코트라 

◆토요타는 자동운전 기술 개발의 골든타임 잡을 수 있나

토요타 역시 2020년경에 고속도로에서 자동운전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아직 추가발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토요타 그룹 내에서의 자동운전기술의 지위는 아직 애매한 상황으로, 2013년까지 CEO인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토요타의 자동운전기술은 이미 1990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그룹 내에서는 ‘자동운전’이 아니라 ADAS(선진운전지원시스템)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로 토요다 사장의 우려가 반영돼 있는 상태다.

토요타 자동운전기술 개발 효율성을 위해 3개 회사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토요타는 자동운전기술과 관련된부서를 만들고 사내 연관부문으로부터 엔지니어를 차출해 기술 집중력 높이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운전의 기술영역을 ‘인지’, ’판단’, ’제어’의 3개의 영역으로 정리해 각 부분에 강점이 있는 그룹 내 자회사에 개발을 맡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기술 개발의 주축을 맡고 있는 ‘인지’ 분야의 경우 카메라와 밀리리터파 레이더와 같은 주요 센서류를 담당하는 자동차 부품메이커인 덴소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기능인 ‘판단’의 핵심은 ‘AI(인공지능)’이지만, 기존의 자동차에서 AI의 중요성은 낮게 평가받고 있다. 이에 토요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6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토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 사를(TRI)를 직접 설립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제어’부분에서는 토요타 본사가 중심이 돼 협력관계에 있는 아이신 그룹과 제휴를 하는 등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혼다가 자랑하는 2족 보행로봇 ASIMO 자료:코트라 

◆로봇기술을 자동기술에 도입하려는 혼다 

혼다는 ASIMO(2족 보행로봇)의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를 활용한 ‘path planning(이동계획)’로, 목적지까지의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AI의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혼다는 2016년 9월에 도쿄 미나토구에 새로운 연구소인 ‘혼다 이노베이션 연구실((Honda R&D Innovation Lab Tokyo)’을 개설했다.

‘path planning(이동계획)’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서 혼다에서 장기간 개발하고 있는 2족 보행로봇(ASIMO)을 활용, 주위의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최적의 길로 가기 위한 기술을 자동차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ASIMO의 개발 스텝들이 자동운전개발팀에 기술을 전수 중인 상태다.

혼다도 토요타와 같이 ‘자동운전’이란 단어를 사용하길 꺼리며 “자동운전은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해서이며, 미숙한 상태로 발매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철저하게 실증실험을 반복해 확신을 가진 시점에서 시장에 투입할 것이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증실험에 더욱 힘을 싣고 있으며, 4월에는 토치키현 사쿠라시에 있는 기존 실험 코스 근처에 시가지를 재현한 자동운전용 실험코스(크기는 도쿄돔의 4.5배)를 완성시켰다. 

◆대중적 자동기술차 가능할까

현재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자동기술 자동차에 앞서 주력차종인 ‘대중차’의 족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핵심과제로 부상한 상태다. 독일 완성차 메이커의 주종인 고급차에 고성능 센서를 복수 부착해도 해당 부분이 전체 자동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기 때문에 충분히 타산에 맞다. 반면 일본의 주종인 보급자동차, 이른바 대중차 모델의 경우에는 타산이 맞지 않아 그만큼 실용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일본 메이커의 성능은 기존에 공개돼 있는 자동운전 시험차량을 비교해볼 때 독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차량에서 독일계 메이커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바로 대중차의 족쇄 때문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분석결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완성차 메이커와 주력부품 제조업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략적 혁신창조 프로그램(SIP)’과 ‘혁신적 연구개발추진 프로그램(ImPACT)’을 정책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판매가격을 조정해 실용성 이 높은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면  일본계 메이커는 자동운전기술 승부처인 2020년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KIST 유범재 박사는 "한국 기업은 자동운전차량 분야에서 세계 수준과 격차가 있는 상황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태도를 지속적으로 취하며 세계적인 추세에 발 맞추지 않으면 자동운전차량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한국정부도 일본정부와 같이 적극적인 개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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