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이 아파트값 상승의 주범…바다는 10년 10만원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터

▲ 바다가 보이는 집은 꿈에 그리는 집이다. 해변가에 멋진 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은 있다. 그렇다면 바다 한 가운데 아파트를 짓고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일간 리웍스리포트가 집짓기 황당프로젝트 그 두번째로 바다위에 집짓기를 꾸몄다.
요즘 아파트 값 너무 비싸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값이 비싸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파트 값이 비싼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파트 값을 상승시킨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땅 값’아닐까. 이미 이 나라 땅 100% 가까이 안 쓰인 땅이 없다고 하니 앞으로 아파트 값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아파트를 몇 십 억씩을 호가하는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인가.

특히 서울·경기 부근에는 더 이상 남는 땅(?)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바다! 그것도 서울과 가장 가까운 인천 앞바다! 최근 세계에서 5번째로 긴 인천대교의 개통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천대교 옆의 서해바다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랜드마크’는 거저 되는 것이다. (하하)

바다에 건물 짓는다는 것만 가능하다면 그 비싼 ‘땅 값’이 분양가격에 포함되지 않을 테니 분양 가격도 내려가고 ‘랜드마크’도 되는(아마 국내를 넘어서 세계에서 주목하는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떡 먹고 알 먹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에 집짓기’ 가능하다!
그것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선택할 수도 있다

아파트 분양가를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엉뚱한 이번 프로젝트에 예상을 뒤엎는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가능하다”
최근 바다 위에 장장 8.2km에 달하는 거대한 다리 ‘거가대교’를 설계한 DM엔지니어링 김종화 상무는 “바다 위에 다리를 만든 것처럼 아파트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라고 명확하게 대답했다. 인공섬도 만드는 세상에 아파트를 못 지을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까?
단순한 원리로 김종화 상무는 거가대교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거가대교는 거대한 파일(pile)을 박아 만들었다. 바다 속 땅위에 거대한 파일을 박아 쇠줄을 매달아가면서 하나씩 늘려가는 방식이다.

거대한 파일 위에 도로를 이어 다리를 만들었듯이 파일 위에 아파트를 지으면 된다는 것. 대신 아파트를 짓고 사람이 살려면 아파트 단지가 필요한 만큼, 여러 개의 파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역시 파일 공법이긴 한데, 파일을 여러 개 따로 박는다고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보다는 ‘우물통’이라는 것으로 지반을 다진다면 더 간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물통은 쉽게 말해 파일들을 박스 안에 담아 한 번에 가라앉혀서 지반을 만드는 공법이다.

어쨌든 파일 공법으로 바다 위 지반을 다져 그 위에 건설을 할 수 있으니 바다 위에 아파트 짓기 프로젝트는 달나라에 집짓기 보단 훨씬 현실감 있는 프로젝트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파일의 가격이다. 땅 값을 아껴 분양가격을 줄이겠다는 첫 의도와 이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성이 있으려면 파일 가격이 일단 땅 값보다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러 건설사 엔지니어팀과 설계회사 등에게 파일 가격을 물었지만 원가공개에 예민해, 파일 가격을 밝힐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정확하게는 아닌 대략의 가격만이라도 알 수 있길 바랐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미궁 속으로 들어간 파일가격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만약 아파트가 지어졌다면 인천에 있는 주변 아파트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랜드마크’ 되는 건 누워서 떡 먹기
평당 분양가 500~600만 원선 예상

인천시에서 랜드마크로 꼽히고 있는 송도의 아파트들은 평당 1,399만원(NAVER 부동산)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도는 지역 특색 때문인지 자이, 힐스테이트, 아이파크, 더 샾, 푸르지오 등 이름난 아파트들이 모여 있어 편의시설, 교육 등 주거환경으로써는 최고의 입지에 자리해 서울이 아닌 지역임에도 분양가가 1000만원을 웃돈다.

▲ 그래픽=민정희
하지만 짓기만 해도 ‘랜드마크’가 되는 인천대교 옆 아파트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일 가격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바다 위 아파트를 짓는다면 파일을 박는 비용 등을 포함해서라도 땅 값 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구체적인 가격을 산정할 순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500~600만 원정 도를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낮다는 것보다 더 획기적인 것은 바다 위에 아파트라는 것”이라며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해볼 만한 기획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천대교를 관광하는 관광객보다 그 옆에 있는 아파트를 보러 더 많이 올 것 같다는 농담도 하며.
하지만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랜드마크가 될 수도, 아니면 현재 두바이의 인공섬처럼 잠깐 반짝했다가 지는 별이 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거가대교 같은 대형 교각, 지진이나 해일 1000년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
파일 위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또 다른 안전성 검토 필요

바다 위에 섬을 만들어 한 때 큰 이슈가 됐던 두바이 인공섬은 현재, 수천억의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점차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모래로 바다 밑에서부터 지반을 다지는 방식으로 알려진 두바이 인공섬은 그 모래들이 파도에 의해 휩쓸려가면서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위 건설사 관계자의 말처럼 바다 위에 큰돈이 한순간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순간 파일이 지진이나 해일에 떠내려가거나 부서지진 않을지 걱정됐다.

DM엔지니어링의 김종화 상무는 “그럴 일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미 설계 자체서 부터지진 7~8정도를 견딜 수 있도록 파일이 만들어졌고 떠내려가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파일이 박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다리가 아닌 파일 위에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이므로 다리와는 다른 안전성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를 대여하는 가격 싸다. 달나라 토지거래 사이트의 ‘문샵’에서는 1200평당 5만원이었지만 바다는 개인이 1만㎡(1ha)를 불하받는데 10년에 10만원이다. 1회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 즉 20년까지 20만원에 쓸 수 있다. 어촌계처럼 단체일 경우에는 더 연장이 가능하며, 가격도 무료다. 바다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매입하는 것은 불가하다. 바다 가격에 대한 가격은 지금까지 사례가 없어 가두리양식을 할 경우 얼마를 부담하는지 부산시 강서구청과 인천시 강화군청에 물었다.

어쨌든 바다에 아파트 짓는 일이 꿈만 꾸는 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짓기만 해도 랜드마크가 되는 비법중의 비법인데, 어떤가? 한 번 시도해 보겠나?/

기사협조 : DM엔지니어링, 부산시 강서구청, 인천시 강화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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