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Risatimes

[뉴스워커]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일본이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를 거부하자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며 무역분쟁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무역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 수출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이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 지위 부여를 거부했다.

어에 중국 정부가 "강렬한 불만"을 표시하며 무역분쟁을 예고했다.

10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선단양(沈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데 대해 "강렬한 불만을 갖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선단양 대변인은 "일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예정대로 15년전 중국의 WTO 가입 협정상 의무를 이행하는 문제에 모호한 입장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계속 '제3국 가격 적용 조항'을 이어가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非) 시장경제국 지위를 15년동안 유지토록 한 중국의 WTO 가입 협정은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또는 반보조금 조사에서 역내 가격이 아닌 비슷한 경제상황의 제3국 역내 가격과 수출 판매가격을 비교해 덤핑률을 산정토록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 EU 등지에서 이뤄지는 반덤핑 조사에서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중국은 그동안 15년 약속이 종료되는 11일까지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할 것을 미국, EU 등에 요구해왔다.

▲ 우리나라 반덤핑 연도별 발생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선 대변인은 "11일 이후에는 모든 WTO 회권국이 제3국 가격 적용 방식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공정, 합리, 투명한 방식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WTO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은 주요 국가들의 시장경제지위 거부에 반발해 WTO에 제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경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주요 국가들간의 무역분쟁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도 덩달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입규제 수단이나 정책은 한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의 기업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앞서 미국, EU에 이어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 호주 등 80여개국으로부터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은 시장경제국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5년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현재 한국 연예인의 출연 및 광고 규제나 롯데에 대한 동시다발적 조사 등 비시장경제적 조치를 서슴지 않고 있는 상태다.

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은 0.36% 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몇 년 우리 수출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2014년 당시 중국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그러니까 최종재로 수출했거나 아니면 중간재로 수출해 현지 재가공 후 중국에서 쓰이는 우리 수출 비중은 75.1%였다. 이는 5년 전인 2009년(64.0%)보다 11.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 자료: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재구성

간접적인 여파도 있다. 중국의 수출 부진으로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 우리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경로다.  

한은 추정에 따르면 간판 산업군인 전자와 반도체 분야가 수출 감소분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도 10% 비중으로 예상된다.

권태현 한은 경제통계국 투입산출팀장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주력 제조업에 집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변화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팀장은 “중국의 수출 부진이 경기 악화로 전이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재구성

 

◆ 韓 산업기상도 자동차와 조선 업종은 ‘겨울비’철강, 기계 '흐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10여개 업종별 협·단체와 공동으로 ‘4분기 산업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IT·가전, 정유·유화 업종은 그나마 좋은 편인 ‘구름조금’으로 나타났지만 철강, 기계, 섬유·의류, 건설은 ‘흐림’으로, 그리고 자동차와 조선 업종은 ‘겨울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IT·가전은 메모리반도체 수요증가의 영향으로 그리고 정유·유화는 적정수준의 저유가가 지속되며 햇살이 들 전망이지만, 글로벌 과잉공급 상태인 철강업종, 전방산업과 동반 어려움을 겪는 기계업종, 과당경쟁의 섬유업종, 주택공급과잉의 건설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자동차업종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좋았으나 해외현지공장 완공과 노조파업 등의 영향으로 수주가뭄이 계속되는 조선과 함께 ‘비’로 전망됐다. 

‘메모리 반도체, 없어 못판다’는 IT·가전 업종은 ‘구름조금’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그동안 PC 저장장치 시장을 지배해 온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빠르게 대체중이며, 4분기엔 낸드 반도체 판매량이 50.9% 증가할 전망이다. 대형TV 수요증가로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보급률이 76%에 육박해 성숙기에 접어들어 고속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재구성

유가가 적정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유·유화업종은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한국기업들은 석탄, 셰일가스보다는 석유에서 에틸렌을 추출하는데 저유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용구조가 갖추어졌다는 말이다. 에틸렌은 유화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원료로, 이 에틸렌을 다시 가공해 페트병, 타이어, 플라스틱 등을 만든다. 또 인도 자동차시장 확대로 4분기 정유 수출물량은 전년대비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이 높아져 대중수출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철강 과잉공급으로 통상분쟁이 진행 중인 철강업종은 ‘구름’으로 예보됐다. 미·중 간 무역분쟁 여파로 한국제품에 대해 50% 내외의 관세가 매겨졌고, 인도, 태국, 대만 등 신흥국도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갈 곳 잃은 중국산 철강의 덤핑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과잉생산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이 가동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섬유·의류 업종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가 하락하는 등 ‘구름’으로 예보됐다. 업계는 10년전만 해도 5~6달러이던 면니트 셔츠가 지금은 3달러로 반토막났다고 밝혔다. 과거 내수를 주도했던 아웃도어 시장도 포화국면에 접어들었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기계업종도 ‘구름’이다. 내수는 조선업 구조조정,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으로 전망이 좋지 못하고, 최대 수출처인 중국시장도 수요부족으로 초과공급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연말 EU의 노후생산시설 교체수요와 세계의 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추가될 기계수요는 호전요인이다. 

지방주택의 과잉공급 조짐이 나타나는 건설도 ‘구름’이다. 구조조정 지역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방 미분양주택은 올해 8월까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0% 늘었다. 해외건설도 저유가 영향의 중동지역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9월까지 46% 감소했다. 다만 수도권에서 주택 등 건설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요인이다. 

파업, 공장이전, 개별소비세 종료 등 악재가 겹친 자동차 업종은 ‘비’로 예보됐다. 노조 파업으로 대규모 생산차질액이 발생했고, 최근 준공된 멕시코공장, 중국 창저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4분기 국내 생산량은 10.5% 감소할 전망이다.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종료돼 4분기 국산차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21.4% 감소할 전망이다. 

수주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조선 업종도 ‘비’로 전망됐다. 실제로 8월까지 세계 전체의 누적 수주량은 전년대비 68% 감소한 가운데 한국의 수주도 87% 급감했다. 조선사의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도 2003년 10월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어 업계는 이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올해도 어렵지만 일감이 바닥날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전체 업종에 걸쳐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인 교역량이 감소하고 한국산업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며 “기존산업의 고부가가치와 새로운 분야와의 융합 등을 통해 기존의 사업영역을 파괴하고 새로운 핵심역량을 강화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매우 좋음)-구름조금(좋음)-흐림(어려움)-비(매우 어려움) 4단계로 표현된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재구성

◆ 중국의 구조조정...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수출 위축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

현재 중국 정부가 과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산업은 석탄, 철강, 시멘트, 조선, 전해알루미늄, 평판유리 등 6개 산업이다. 

이들은 오래전에 생산능력 과잉 산업으로 지정되었으나 여전히 과잉 목록에 남아있는 ‘역전의 용사들’이다. 업황이 좋지 않고 정부가 종용을 하면 마지 못해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가 업황이 개선되거나 정부 감시가 느슨해지면 설비를 재가동하거나 확충하는 행태를 반복해온 ‘문제아들’이다. 

6개 산업의 생산능력 이용률은 2013년처럼 상황이 좋지 않았던 때는 대부분 60% 이하에 머물렀다. 그나마 정부가 고삐를 죈 덕분에 최근에는 60~80%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재구성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중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함에 따라 우리 경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저성장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수출 위축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구조조정 대상 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산업들은 시장 수급 변화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 변화를 통해서 직접적으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서 중국이 2차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우리의 산업들은 중국이 생산능력을 줄임에 따라 업황이 호전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철강(약 50%)과 조선산업(약 30%)의 경우,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시장의 초과공급이 줄고 제품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기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덩치 큰 수출업체들보다 주로 내수시장에서 활동하는 중소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수급 갭의 축소 효과는 수출시장보다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글로벌 시장의 수급 양측면에서 점유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출시장의 제품 가격은 중국 로컬 가격과 동조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생산능력 감축이 해당산업의 업황을 개선시키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업황의 근본적인 개선은 수요 회복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요의 근본적인 개선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의 구조조정은 우리 기업들에게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주겠지만 중국 구조조정의 효과만 탐닉하고 미래 준비를 게을리 한다면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우려가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은 철저히 해당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 산업 가운데 수출시장 의존도가 큰 철강과 조선에서 이러한 중국의 의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두 산업에서 구조조정은 생존 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들을 아웃시키고, 강자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며, 가장 강한 자들을 하나로 묶는 집중화 및 대형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구조조정은 중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및 초우량 기업들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도록 하는, 제조강국 전략 실행의 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일례로, 조선산업에서는 국영 조선소들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보유한 대형 조선소가 중소형 조선소를 인수하는 형태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보조금 지급, 각종 과세 및 금융 우대를 통해 대형화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경우 한국에서는 성사되기 힘든 초대형 기업들 간의 합병이나 빅딜(big deal)이 정부의 진두지휘 하에 착착 진행되고 있다. 시너지 효과만 확실히 나올 수 있다면, 거래조건과 가격은 그다지 장애가 되지 않는다.

▲ 사진:포스코경영연구소

이렇게 구조조정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효율적으로 역량을 배가한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몇 년 뒤에는 글로벌 시장에 나와 시장 지배자 지위를 노릴 것이다. 우선은 물량으로 시장을 흔들고 점차 글로벌 기업의 기술과 브랜드를 사들여 질적 리더십을 확보해가려 할 것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구조조정이 단순히 낙후한 과다 설비를 줄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글로벌 산업 경쟁에 대비해 제반 산업 역량을 국가 수준에서 최적으로 재조합하는 노력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원은 "우리도 생산능력 과잉으로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있는 전통 제조산업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들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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