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전경련 탈퇴가 도미노처럼 이뤄지고 있다. 전경련이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의견과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헤리티지와 전경련은 재정 운용의 투명성에서 명확히 갈린다. 

헤리티지는 매년 후원금액과 사용 내용을 담은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를 발표한다. 

반면 전경련은 매년 기업들이 내는 회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매년 연례보고서를 발간하지만 예산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1973년 2월 공공정책 연구기관으로 조지프 쿠어스 쿠어스맥주회사 사장의 재정 지원을 받아 미국 의회 보좌관이었던 폴 와이릭과 에드윈 퓰너가 설립했다.

이 재단은 개인의 자유와 자유로운 기업활동, 작은 정부, 강한 국방 등 전통적이고 보수적 미국적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

◆ 전경련이 헤리티지처럼 투명할 수 있을까? 털갈이로 퇴로 만드나?

수출입은행도 다른 금융 공공기관들 전경련 탈퇴 시기에 제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책 금융기관들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검토 중인 민간 금융회사도 탈퇴 행렬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까지 전경련이 탈퇴 신청을 처리한 공기업은 인천공항공사,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서부발전, 에너지공단, 석유관리원, 산업단지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9곳이 전경련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이 손을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반대 의사를 전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사진:포커스뉴스)

8일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제14차 정무위원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경련 탈퇴 여부를 묻자 "다음주 월요일(12일) 탈퇴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이번 금융권 탈퇴 러시에 동참했다. 이동걸 회장을 대신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 역시 전경련 회원사 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다음 주 내로 내부 조율을 거친 뒤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전경련 회원사, 다음주부터 공식의견 수렴 돌입

다음주부터 전경련은 회원사들의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한다. 

삼성과 SK는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지만 GS나 한화 등은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이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자료:전경련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전경련을 공익적 재단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소신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경력 해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간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전경련 탈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전경련 탈퇴 의사가 있는가"라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의사가 있다. 자연히 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허창수 회장이 내년 2월말 퇴임을 앞둔 데다,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주도에 책임이 있는 허 회장이 쇄신안을 추진하는 게 맞느냐는 시각도 있다. 당장 후임 회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 잡혀 있는 공식 일정은 내년 1월 정례 회장단 회의와 2월 중순 정기총회가 전부다. 2월 총회는 전경련 회장 이·취임을 위한 것으로 그 전까지 쇄신안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그룹 총수들의 의견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향후 사회 각계 각층과 회원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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