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NN Money

 

[뉴스워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후 형성된 '강(强)달러' 흐름을 다시 기억 속에서 꺼내야 할 시기다. 

전 세계를 흔드는 강달러 흐름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부족 현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달러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섰고, 미국 은행권은 해외 여신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그동안 원화 강세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원화 약세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 일본과 같은 수출 경쟁국들도 똑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우려도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6분 현재 1172.90원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3분기 말 1,101.30원이었던 환율은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일 환율을 달러당 6.908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9일 고시환율 달러당 6.8972위안에 비해 달러 대비 위안 가치가 0.17% 하락했다. 

일본 은행들의 달러 조달 비용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 국채 금리도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고 있어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 은행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719억9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1억8000만달러달러 감소했다. 지난 2015년 7월(39억3000만달러 감소)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 미국 양적완화 종료 앞두고 본격적인 달러화 강세장 진입 (자료: Thomson Reuters, 유진투자증권)

모건스탠리는 달러화에 대해 '추세는 당신의 친구(The trend is your friend)'라는 표현을 빌어 상승세 지속을 기대했다. 기존 흐름에 그대로 앉아 있으라는 대표적 '추세추종 전략'이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이른바 달러화 디레버리징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이는 내년 전세계 경제 성장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2조7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개혁이 맞물리면서 파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경고다.

각국 중앙은행이 제시하는 대출 금리와 은행간 대출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리보-OIS와 외환 스왑 사이에 두드러진 동조화가 달러화 디레버리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씨티그룹은 설명했다. 

미츠이스미토모자산운용의 이치카와 마사히로는 “당분간 달러화 강세에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지고, 달러화 보유량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유동성 문제까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선물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매수+매도) 중 매수 비중은 83%에 육박하고 있다"며 "경험적으로 투기적 달러 매수 비중은 84%를 정점으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 매수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당장은 달러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있을 이벤트들에 따라 환율의 향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쉽게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 자료: Thomson Reuters,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 중국, 위안화 약세 막으려 고강도 자본 통제

중국은 달러 강세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수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급격한 가치 하락은 자본 이탈 우려를 키울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중국의 시장환율은 매일 아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인민은행은 기준환율을 통해 위안화 움직임을 제어해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각종 자본거래를 통제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어서다. 

▲ 사진:CNN Money

FT는 이 같은 조치가 ‘통화의 자유로운 사용’을 핵심으로 하는 위안화 국제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5조1000억위안으로 유입된 자금 3조1000억위안 보다 2조위안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내년에 1달러당 7위안대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중국 금융 당국이 3거래일 연속 절상 고시하면서 환율 방어에 나섰다.

올해 앞서 역내와 역외의 환율 차이가 벌어졌을 때 인민은행은 국유 은행들이 홍콩 시장에서 위안화를 대량 매입하도록 했다. 그 결과 위안화의 하루짜리 은행 간 대출금리가 급등해 투자자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 미국과 유럽간 통화정책 차이로 금리차 확대 (자료: Infomax, 유진투자증권)

 

◆ 강달러 영향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크게 줄어

달러 강세 영향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719억9000만달러로 10월 말(3751억7000만달러) 대비 31억8000만달러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11월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지난해 7월 39억3000만달러 줄어든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의 원인을 달러 가치 급등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월보다 더 높은 100 이상을 형성하고 있다.

달러 상승으로 유로나 엔 등 여타 통화로 갖고 있던 외화자산을 미국 달러로 환산한 금액이 줄었다는 것이다.

11월 한 달간 유로는 달러 대비 3.0% 떨어졌고 엔화 가치도 7.0%나 하락했다.

금 보유액은 매입 당시 장부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변동이 없는 47억9000만달러로 조사됐다.외환보유액 중 국채와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MBS) 등의 유가증권은 3368억8000만달러로 10월 말보다 54억1000만 달러 줄었다. IMF에서 교환성 통화를 수시로 찾을 수 있는 권리인 IMF 포지션도 17억4000만달러로 3000만달러 감소했다.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8위로 9월 말보다 1단계 떨어졌다. 1위 중국부터 6위 러시아까지는 순위 변동이 없었지만 10위였던 홍콩이 7위로 올라섰다.

▲ 출처 : Bloomberg, 삼성선물

 

◆ 글로벌 머니 신흥국서 빠진다…한국 등 亞주식서 1년3개월만에 최대 썰물

4일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인 11월 10일부터 같은달 말까지 3주간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73억 달러, 채권펀드에서는 97억 달러가 각각 순유출됐다. 순유출액은 17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외국인 자금은 신흥국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신흥 유럽이나 아프리카, 중동지역 유출규모는 소폭에 그쳤지만 아시아지역은 타격이 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달 한 달간 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모두 86억5천300만 달러 빠져나갔다.

이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급격히 절하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던 작년 8월 102억3천만 달러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규모다.

▲ 자료: Thomson Reuters,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외국이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국가는 대만으로 모두 32억4천400만 달러가 순유출됐으며 인도에서도 25억5천900만 달러, 태국에서는 10억4천400만 달러가 각각 빠져나가 유출규모가 컸다.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 주식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한국에서는 4억3천6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미국 대선 이후 자동차 등 주요부문 수출 부진 우려로 셋째 주까지는 유출규모가 12억2천만 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자금이탈 규모가 축소됐다.

EPFR에 따르면 11월 10~30일 3주간에 걸쳐 선진국 주식펀드로는 41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북미 주식펀드로의 유입액이 408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증시에서 3대 주요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례없는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간 여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 경제가 미달러를 지지해 왔다"며 "가장 빠르게 경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ECONOMIC SURPRISE INDEX 는 강달러가 가파르게 진행됐던 ’14 년 하반기에 미국 성장 모멘텀이 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15 년 이후에는 미국의 성장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GDP 성장률도 미국과 유로존,일본과의 성장률 차가 ’14 년도에 확대됐다가 작년 가파르게 축소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ECONOMIC SURPRISE INDEX 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IMF 의 ’16 년 성장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상대적 성장 속도가 여타국에 비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 : Bloomberg, 삼성선물

 

◆ 韓 "필요시 내년 상반기 추경 편성해야…금리인하도 필요"

한국도 그동안 원화 강세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원화 약세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 일본과 같은 수출 경쟁국들도 똑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우려도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연준 이사들의 시각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 보다 긴축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는데 의의가 있다. 미국과 다른 지역간의 통화 정책 차별화는 결국 달러화 강세로 반영되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재정정책 기조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달러 영향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이 재정을 확장하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 수출 채널을 통해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반대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경우에도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KDI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추경을 편성해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를 생각했을 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하기에도 충분하다"며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그간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통화정책을 더 강조해왔으나 재정정책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김 부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해서도 "거시건전성 조치 중 가장 강력하다"며 완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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