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울경찰청

[뉴스워커] AFC(아시아축구연맹)는 북한이 고의적으로 패했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렸다. 북한의 16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예선전에서 유리한 대진을 받기 위해 고의로 패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은 "가장 우스꽝스러운 득점"이라고까지 소개되었다. 후반전에 먼저 내리 3골을 먹어주고, 1골을 만회했다고 평가했다. (유트브 동영상 참조)

북한 16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지난 9월 23일(한국시간) 인도 고아 GMC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북한은 우즈베크전 패배로 8강전에서 약체 오만과 만났다. 이날 승리했었다면 강팀 이라크와 만났어야 했다. 북한은 오만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4강에 진출했다.

AFC에 따르면 징계 내용은 북한 축구협회에 벌금 2만 달러, 17세 이하 대표팀 윤정수 감독에게 벌금 5천 달러와 1년 출장정지, 골키퍼 장백호에게 벌금 1천 달러와 1년 출장정지이다. 

당시 북한 골키퍼 장백호는 후반 4분 상대 팀 골키퍼의 골킥을 점프해서 잡으려 하다 낙하지점 보다 훨씬 앞으로 나와 공을 놓치며 누가 봐도 경기 중 실수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고의적 실수를 범했다. 이어 골대로 굴러 가는 공을 쫓아가다 두 차례나 넘어지는 ‘몸 개그’도 선보이며 실점을 내줬다. 

 

북한 축구팀 경기 하이라이트 [자료화면:유투브]

◆ 승부 조작, '몰카'…탈선으로 얼룩진 한국 KBO 스포츠계

북한 축구대표팀은 경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승부조작을 펼쳤다면 한국 스포츠계는 자본이라는 댓가가 따르는 승부 조작을 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올해 KBO리그를 흔들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사상 최초 8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하며 단꿈에 젖었던 한국프로야구(KBO리그)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승부조작 혐의로 군 검찰의 조사를 받아온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프로야구 선수 문우람 씨가 11월 구속됐다.

군 관계자는 "군 검찰이 지난주 문 씨를 승무조작 혐의로 구속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은 문 씨의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그를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검은 지난 7월 프로야구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 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조사하던 상무 소속 현역병 신분인 문 씨는 군 검찰에 넘겼다.

군 검찰은 문 씨를 포함한 상무 소속 선수 몇 명을 조사했으나 아직 구속한 사람은 문 씨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군 검찰은 문 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무 소속 다른 선수들로 조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사진:서울경찰청

◆ 구단까지 쉬쉬...섬세해지고 반복되는 승부조작...한국스포츠의 초라한 현실

더 놀라운 건 구단의 은폐다. 그리고 구단의 은폐로 다른 구단까지 피해를 봤다.

NC 다이노스는 소속 선수가 2014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KBO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정의, 명예, 존중'을 외치며 KBO리그에 뛰어든 NC는 전혀 정의롭지 않은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다른 구단의 명예를 훼손했다. 상대 구단은 물론, KBO리그를 존중하지 않았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승부조작에 관여한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 브로커 2명 등 19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범행을 시인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신생 구단에 특별 지명을 받게 하여 10억원을 편취한 구단 관계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검거하는 등 총 21명 검거, 브로커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KBO리그를 뒤흔든 2012년 승부조작 때는 현역 선수 2명만 처벌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규모 면에서 4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NC가 2013년 우선지명으로 영입한 이성민은 2014년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구단은 이를 파악했다. 신생팀 케이티 위즈는 2014년 11월 이성민을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 선수로 택했다. 케이티는 NC에 10억원을 주고 이성민을 영입했다.

경찰은 이를 '사기 행위'로 봤다. KBO리그로 시야를 좁히면, 9번째 구단이 10번째 구단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꼴이다.

이성민은 이후 트레이드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그리고 롯데 선수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NC가 사건을 은폐하면서, 막내 구단 NC와 KBO리그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팀 중 하나인 롯데마저 상처를 입었다.

KBO리그는 2012년 봄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LG 트윈스 소속이던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의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둘 다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KBO는 박현준과 김성현에게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리며 야구판에서 몰아냈다.

이후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공정센터를 운영하며 5개 구장에서 진행하는 전 경기를 모니터링하겠다고 했고, 전직 경찰 출신으로 구성한 '암행관찰관'을 파견해 승부조작을 감시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법무부와 '배려, 법질서 실천 운동과 클린 베이스볼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기는커녕, 사건이 더 확대됐다. 사실 KBO리그는 승부조작을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개인의 일탈을 막고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구단이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NC의 은폐 사실이 확인되면서 승부조작은 구단과 리그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됐다.

▲ 사진:서울경찰청

◆ 농구 히어로 강동희 전 감독도 연루...농구계 영구제명까지..승부조작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란 지적

강동희(50) 전 남자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은 프로농구 경기의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현역감독 신분으로 실형을 받고 농구계에서 영구제명됐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월부터 3월까지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브로커들에게 네 차례에 걸쳐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강 전 감독의 강사 선임과 관련, “강 전 감독의 경험이 선수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프로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해주셨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강의를 하기로 하셨다”고 설명했다. 강 전 감독은 3개월 전 쯤 협회로부터 이같은 요청을 받고 고민을 해오단 최근에 강의를 하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

강 전 감독은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 선수단을 상대로 교육하는 자리에서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분이 접근하는데, 이런 분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고 했다."고 며 "강 전 감독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스포츠 선수에게 친분을 내세워서 접근하는 분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 잘못 걸려들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상벌규정 개정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

KBL은 우선 'KBL 또는 구단의 권익에 반하는 행위로 인해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금을 연봉의 최대 5%까지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제재금이 일률적으로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이었지만, 개인 연봉에 따라 제재금을 차등 부과하기로 했다.

 

제재금이 적용되는 행위에는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은 물론, 음주운전 등도 포함된다고 KBL측은 설명했다.

가령 프로농구에서 최대 연봉(7억4천700만원)을 받는 선수가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르면 최대 3천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승부조작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란 지적도 나온다.

'승부조작 제안받았다 15명(5.5%). 승부조작이 법률적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17명(6.2%). 승부조작은 스포츠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16명(5.8%).'

작년 10월 한국체육학회지 제54권 6호에 게재된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 논문 일부 내용이다.

정영열·김진국 고려대 체육교육과 강사는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선수 27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걸 고백한 선수가 있었고, 승부조작이 법률적·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선수까지 드러났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이태양을 시작으로 문우람·유창식까지 프로야구에서 승부조작 가담 선수가 속속 드러나면서 작년 승부조작을 연구한 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는 분별력 없이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선수도 문제지만, 어릴 때부터 공정한 스포츠를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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