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헌법재판소

[뉴스워커] "강제퇴거명령 대상자를 본국에 돌려보낼 때까지 보호시설에 수감하는 조항(구 출입국관리법 제63조) 때문에 신체의 자유를 침해 당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의 보호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에 관한 위헌소원을 각하했다.

이란 국적인 자바헤리니아 측은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사이에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보호시설에 사실상 구금해 신체의 자유를 제한했다”라며 “이 조항이 장기나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므로 적법 절차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내는 동시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행정법원에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걸었고,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에 따라 보호시설에서 나오게 되었고 헌법재판소 심리 당시 자바헤리니아 씨는 난민으로 인정돼 보호시설에서 풀려난 상태였다. 이에 헌재는 위헌심판을 통해 보호될 법익이 없다며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각하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옛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해 재판관 5(각하)대 4(반대)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A씨의 이익과 관계없이 이 조항이 위헌일 수 있는 만큼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조항은 보호기간에 상한을 두고있지 않아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무기한 보호조치에 처해질 수 있다"며 "자신이 언제 풀려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그 자체로 심각한 정신적 압박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각하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보충 의견을 통해 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호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에게 도주의 가능성이나 잠재적 위험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난민신청자라고 해고 달라지지 않으며 본국으로 송환될 때까지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2013년 5월, 원고를 대리하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7월 2일 원고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는 거의 5개월 만에야 외국인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사진: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주민노동자운동후원회)

◆ 이주민·난민 심사에만 2~3년… 구금당하는 외국인

정치적·종교적 박해 등을 피해 우리나라에 온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난민법’이 2013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난민 신청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법무당국이 난민 신청자를 구금하는 등 난민 행정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신청자의 경우에는 난민심사절차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강제퇴거집행이 불가능한 것인바 보호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보호를 하고 있어 문제이며, 현재 3년 이상 외국인 보호소에 보호되고 있는 난민이 6명이나 된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난민 신청자 수는 1만 5250명으로 이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3.8%인 580명이다. 그 중 법무부 1차 심사를 통한 인정자는 176명으로 1차 심사에서의 인정률은 30%이다.

그러나 현장의 난민 지원가들은 “난민의 국내 유입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생계·취업 지원 등을 핵심으로 하는 난민법 시행 이후 외국인들이 기대를 가지고 대규모로 난민 신청할 것을 우려해 난민 신청자 중 1년 이상 불법 체류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지원 한 변호사는 “법 시행 이전에는 불법 체류 상태로 국내에서 1년 넘게 지내다 난민 신청을 해도 대부분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면서 “하지만 법 시행 이후 남용적 신청을 우려해서인지 난민신청자 중 1년 이상 불법체류한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 보호소 등에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호소에 구금된 난민은 이곳에 1~3년가량 갇힌 채 지내며 난민 인정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강제 퇴거 명령 등을 당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민 신청이 늦어진 외국인들도 많다. 이 변호사는 “난민 신청 절차를 몰라 시간을 흘려보낸 사람도 있고 국내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다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등 뒤늦게 난민 신청 사유가 생긴 아랍권 외국인도 있다”면서 “불법체류를 했다고 무조건 구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난민 신청 뒤 지위를 인정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문제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신청자 1인당 심사 기간이 평균 2~3년인데 이 기간에 난민들은 아무 보호도 못 받고 불안정한 신분으로 숨죽여 산다”면서 “심사 인력을 대폭 늘려서 기간을 줄여야 난민의 불법 취업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법 시행 이후 신청자가 늘어 심사인력을 4~5명 충원했지만 여전히 인력 한계로 빠른 심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면 비교적 잘 인정하지만 종교·문화적 이유로 신청하면 인정 비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을 사유별로 보면 정치적 이유가 13건, 종교적 이유 5건, 인종적 이유 4건, 다른 가족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함께 지위를 인정받은 사례가 33건이었다. 김 국장은 “난민심사를 하는 공무원이 동남아 등지의 정치 박해 등은 뉴스를 통해 잘 이해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등의 종교적 박해는 이해하지 못해 인정 비율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본) 행정구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29일(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토론회는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진:이주민 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 이주민·난민 행정구금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외국인보호소는 법무부 산하기관인 출입국사무소에 설치된 기관으로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보호하고 있다. 불법체류 등으로 본국으로 송환될 처지에 놓인 외국인 가운데 난민 신청, 여권 미소지, 교통편 미확보 등으로 본국에 갈 수 없는 이들이 머무른다. 그러나 이곳에 수용되는 외국인 대다수가 구금을 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 보호소의 큰 특징은 보호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법으로 규정돼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인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여권 미소지,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의 범죄 등을 막기 위해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정책위의장실은 국내에서 행해지는 주요 행정구금(감염병 격리, 합동신문, 이주민·난민 구금)의 ‘요건, 절차, 처우, 구제 등’에 관한 제 문제를 살피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본) 행정구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29일(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토론회는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고지운 변호사는 첫째, 보호시설과 구금시설의 외국인 보호에 있어 적법절차 준수 여부, 둘째, 제한 없는 장기구금, 셋째, 보호 일시해제조치의 자의성과 변호인 접견권 보장, 넷째, 외국인 보호소 내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법무부 이민조사과 이상한 사무관은 "법무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외국인도 동일한 인권을 가진 존재로서 차별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만 법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법을 위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 최근 3년 난민현황 (자료:난민인권센터)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 이주외국인·난민인권소위 간사를 맡고 있는 고지운(38·변시 1회) 감동 대표변호사도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하는 외국인 보호시설은 형사절차법이 적용되는 구금시설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보호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구금에 대한 헌법상 일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주민·난민 구금의 적법 여부를 심사하는 객관적인 기관을 두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세진(38·변호사시험 2회)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본 행정구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을 보호할 때 인신구속에 대한 영장주의가 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이민조사과 이상한 사무관은 "만일 영장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면 이는 행정 낭비일 뿐이며, 영장 발부로 인하여 오히려 외국인의 구금 기간이 늘어날 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중하고 더 나아가 보호 비용을 증가시켜 국가행정력을 낭비 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있다"고 반론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이주민 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측은 "결국 우리의 인식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니 구금돼야 한다"가 아닌,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일어나게 된 경위와 행정법 위반과 형사법 위반은 전혀 다르다는 점,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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