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지금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된 뒤 아들 김한솔 등 이들 가족들이 네덜란드로 도피하기까지 과정이 전해지면서 주목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수키 킴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한 ‘북한 정권을 뒤집으려는 지하운동’이라는 글을 통해 김한솔의 도피 과정을 전했다.

뉴요커·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김 작가가 자유조선 멤버들을 취재해 작성한 기고문에서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직후 자유조선의 수장인 에이드리언 홍 창에게 전화했다.

김한솔은 홍 창에게 자신의 집을 경비하던 마카오 경찰병력이 사라졌다고 알리며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마카오를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김한솔과 홍 창이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다.

도움을 요청받은 홍 창은 자유조선 멤버이자 전직 미 해병대원 크리스토퍼 안에게 대만 타이베이공항에서 김한솔 가족을 만나 그들을 쫓는 이가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홍 창은 김한솔에게 ‘검은색 티셔츠와 LA다저스 모자를 쓴 남자를 스티브라고 부르면 대답할 것’이라며 접선 방법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김한솔의 어머니가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묻자 김한솔은 크리스토퍼 안을 가리키며 “에이드리언을 믿기에 그도 믿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크리스토퍼 안은 개별 방이 있는 공항 라운지에 김한솔 가족을 들여보냈다.

이후 홍 창으로부터 김한솔 가족을 받아들일 국가로 ‘3개국과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왔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한 국가가 김한솔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표를 끊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 스히폴 국제공항으로 가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김한솔 도피에 CIA 개입설…에이드리언 홍 창과는 2013년 처음 만나


김한솔 가족이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순간 항공사 직원이 돌연 “너무 늦게 와 탈 수 없다”고 했고, 아직 탑승 중이라고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한솔 가족은 라운지로 돌아왔고, CIA 요원 2명이 나타났다. 크리스토퍼 안에 따르면 CIA 요원 중 한 명은 웨스라는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다른 한명은 백인이었다.

CIA 요원들은 다음 날 다시 나타나 암스테르담행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을 도왔다. 웨스라는 요원은 김한솔 가족과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크리스토퍼 안은 김한솔과 헤어지기 전 홍 창의 지시에 따라 이를 증명할 셀카를 찍었다.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에 도착한 김한솔 가족은 홍 창을 만났고, 홍 창은 김한솔에게 난민지위 신청을 원하는 지를 물은 후 자유조선 멤버와 변호사를 호텔 로비로 보냈다. 김한솔은 난민지위 신청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수키 김은 “여러 관계자가 CIA가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모처로 데려갔다고 말해줬다”며 “(김한솔 가족을 데려간 곳이) 네덜란드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자유조선, 조성길 北대사대리 잠적 과정에서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은 천리마민방위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단체다. 이들은 지난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조선은 2018년 11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부부가 잠적하는 과정에서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조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잠적 당일 아침 산책을 핑계로 외출한 뒤 한 차량에 탑승했고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가 탄 차량의 운전석에는 자유조선 관계자가 있었다고 전했다.

자유조선의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이 조 전 대사대리와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WSJ는 “감시 관계로 추정되는 남성이 늘 조 전 대사대리와 동행했다”며 “에이드리언 홍은 북한 사업 투자를 구실로 조 전 대사대리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부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다가 지난 10월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 된 바 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으로 조 전 대사대리와 20년 지기라고 밝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은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만약 대한민국으로 망명하면 그들을 배신자, 변절자라고 규정한다”며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에 있음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언론의 조명을 받아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