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 프로듀스101 제작진 김용범 PD와 안준영 PD에게 실형 선고해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어제(18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CJENM 김용범 PD는 항소심에서도 1심 형량 그대로인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이 의혹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걸로 밝혀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는 김용범 PD뿐만 아니라 김 PD 밑에서 메인 PD로 일했던 안준영 PD에게도 징역 2년을 실형을 선고했다. 김용범 PD의 사기 범죄 중 일부분은 사기 혐의로 인정되지 않아 1심 형량 유지 선고가 내려졌지만 안준영 PD는 연예 기획사로부터 3천6백여 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가 인정되면서 징역 2년과 추징금 3천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시청자들은 이 소식에 본인들이 피해 입은 상처를 뒤로 한 채 가장 마음 아파할 피해 아이돌 연습생을 위로했다.


국민 아이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서바이벌 아이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방영 당시 매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10대들에게 있어 프로듀스101은 큰 사랑을 받았었다.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아이돌 연습생을 데뷔시켜주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뽑은 아이돌 연습생이 데뷔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건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시청자들의 참여율이 늘 수록 흥행은 비례해갔다.

그러나 지난해 방영된 프로듀스101 시리즈 4 마지막 방송에서 최종 멤버 11인으로 선정돼 데뷔 멤버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순위를 지켜본 일부 팬들이 프로듀스101 순위 결과표를 보고 결과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곧바로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 의혹’ 논란이 불거지자 작년 7월 24일 당시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이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은 취업 비리와 같다고 규정하면서 기자회견하자 투표 조작 의혹 논란은 불같이 빠르게 번져갔다.

Mnet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의혹을 갖기 시작하자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계속 확인해 봤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라며 “문자 투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조작도 없다”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제기했던 투표 조작 의혹 증거는 신빙성 있다고 판단될 정도로 구체적이고 정확했다.


내 원픽은 내가 지킨다. 시청자들의 ‘집단지성’


첫 번째 의혹은 ‘7천494표 득표수 차이’다. 순위 득표차가 7천494표의 배수로 차이가 났던 것이다. 배수 차이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19위를 한 토니 연습생의 득표수 28만 4천789표는 7천494표의 38배수한 값과 같기도 했다. 두 번째 의혹은 토니 연습생 득표수인 28만 4천789표를 15위에서 17위 연습생의 득표수를 더하면 8~10위 연습생 득표수의 총합이 된다는 규칙성을 찾은 것이다. 예시로 28만 4천789표를 15위 송유빈 연습생의 득표수 47만 9천644표를 더할 경우 8위 남도현 연습생 득표수 76만 4천433표와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시청자들의 의혹을 종합 분석한 결과 1위부터 20위의 득표수가 7494.442의 배수로 프로그램 되어있던 걸 확인했다. 1위를 한 김요한 연습생의 득표수 133만 4천11표는 7494.442의 178배인 걸 시작으로 2위를 한 김우석 연습생의 득표수 130만 4천33표는 7494.442의 130배로 나왔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위를 한 연습생의 득표수는 7494.442의 38배인 걸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Mnet 관계자들이 계속 의혹을 부정하는데 유료 문자를 받았으니 통신사에 요청해 통신사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Mnet 관계자와 프로듀스101 제작진은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결국 법정 다툼까지 벌여진 것이다.

프로듀스101 시즌 4 투표 조작 의혹을 조사하던 중 프로듀스101 시리즈 전체가 투표 조작된 것 같다는 의혹이 생기면서 수사 범위는 커져만 갔다. 결국 프로듀스101 시즌 4만이 아닌 프로듀스101 시리즈 모두 투표 조작을 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배신감을 줬고 연습생을 응원했던 팬들은 크게 상처받게 된다.


재판부, 피해 구제 위해 재판 도중 특정 명단 언급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프듀 시즌1 김수현·서혜린, 시즌2 성현우·강동호, 시즌3 이가은·한초원, 시즌4 앙자르디 디모데, 김국헌, 이진우,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 연습생을 피해자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프로듀스101 제작진이 김수현, 서혜린, 성현우 연습생을 1차 투표 조작으로 탈락시켰고, 강동호 연습생은 4차 투표 조작에서 탈락됐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이가은, 한초원 연습생은 데뷔 확정권인 5위, 6위였으나 4차 투표 조작으로 탈락했고 마찬가지 4차 투표 조작으로 탈락한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 연습생 역시 최종 실제 순위는 6위, 7위, 8위였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단, 재판부는 언론에게 “이번 재판은 순위를 조작한 피고인들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운 연습생들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이번 사건은 마무리됐다.

프로듀스101 제작진들은 방송의 흥행과 개인의 야욕을 위해 투표 조작을 감행했고 시청자들은 이에 큰 배신감을 느끼며 그들을 원망하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아 순위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탈락된 피해 연습생들은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데뷔를 위해 정말 자신들의 모든 걸 걸었는데 모든 게 짜인 대본대로 흘러간 것을 알게 된 이들의 절규와 고통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아 보인다.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졌다. 어쩌면 그들에겐 의혹에 끝나기를 바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 옆에는 언제나 자신들을 응원해 줄 팬들이 있다는 사실에 용기 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건을 밝혀낸 시청자들의 집단지성 덕분에 취업 비리를 막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교묘해진 수법으로 우리 사회에 취업 비리와 같은 범죄가 늘어날까 걱정이 있었다. 이들이 나서기 전까지 말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진실은 언제든지 밝혀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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