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스마트 팩토리가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반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독일, 미국, 일본이다. 

세 나라는 모두 제조업의 생산성 고도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전략 방향은 약간씩 다르다. 그 배경은 국가별 제조업 특성, 기술/사업 강점 역량, 기업간 구조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스마트 팩토리 정책에서도 국내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나준호 연구원은 "향후 우리 실정에 맞는 스마트 팩토리 추진 전략을 모색, 구현하는 것이 우리 나라 및 기업들에게 특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국가, 기업들의 전략 동향을 주시하되 우리의 주력 제조업, 기술/사업 역량, 기업간 구조의 특성을 감안해 우리 체질에 맞는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LG경제연구원 제공

◆ 스마트 팩토리는 이젠 필수?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진원지로서 스마트 팩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선진국, 신흥국 모두에서 새로운 생산성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저원가 혁신/생산 능력으로 무장하고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중인 신흥국 제조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선진국 제조 기업들은 고품질, 고기술 제품을 고도의 생산 효율로 제작해내야 한다. 

동시에 신흥국 기업들도 품질 개선과 효율성 증대 필요성을 점차 느끼고 있다. 노무비 상승으로 저비용 우위가 점차 희석되는 상황에서 고질적인 저마진 문제를 극복하려면 고부가가치 제조로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고기량 제조 인력들의 은퇴, 청년들의 공장 근무 기피로 제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 협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경영자 중 84%가 고기량 제조 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단카이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이후 공장 내 노하우 소실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힘들고, 위험하고, 보수도 낮고, 지방에 위치한 제조 공장에의 취업을 기피한다. 또한 취업했더라도 얼마 있지 않아 도시의 서비스 직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실력있는 젊은 현장 인력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공장을 유지하려면 스마트 팩토리의 도입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 스마트 팩토리 도입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확산을 가로막는 다양한 장애 요인들도 아직 많다. 

나준호 연구원은 장애요인으로 ▲투자 사이클 이슈와 기존 장비 문제 ▲ 표준화 지연 및 투자 비용 하락 이슈 ▲ 보안 및 내부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 ▲운영 유연화와 재무 유연화의 상충 ▲ 아웃소싱같은 다른 제조 대안의 존재 등을 꼽았다.

 

먼저 투자 사이클 이슈와 기존 장비 투자가 문제이다. 기업들은 경기가 좋아지면 장비 투자를 늘리고, 경기가 나빠지면 투자를 줄인다. 

문제는 지난 15년간 상당한 양의 자본투자가 이루어졌고 향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의 지속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세계 자본적 지출은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때에 역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5%대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그리고 2012년 이래 경제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자본적 지출 성장률은 이미 크게 낮아졌다. 특히 지난 15년간 상당한 자본 투자가 이루어져 과잉 생산용량(Over-Capacity) 이슈마저 불거지는 산업이 많은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 추가 신기술이나 시설 투자 의욕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개 설비는 10~20년, 산업용 로봇은 12~15년의 내용연수를 갖는다. 

표준화 지연 가능성 및 투자 비용 하락 이슈도 스마트팩토리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 공통 프로토콜이나 표준이 없어, 서로 다른 회사 장비나 로봇들을 연동시키기란 쉽지 않다. 

보안 이슈 및 내부 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본적으로 장비들에 인터넷 주소를 부여하고, 장비, 공장, 기업들을 이더넷과 인터넷 망으로 연결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때 보안 사고의 발생은 장비 가동 중단, 조업 차질로 이어져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 스마트 팩토리 도리어 비용을 증가시킨다?

스마트 팩토리가 추구하는 공장 운영 측면의 유연화는 역설적으로 재무 측면의 유연화와 상충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즉, 스마트 팩토리는 직접노무비(라인 노동자)를 절감시키지만, 동시에 간접노무비(장비 관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노무비는 변동비이고 간접노무비는 생산량 증감에도 변화 없는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 또한 자동화 장비의 유지관리비나 네트워크 비용도 간접비를 늘린다. 

즉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면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수요 감소 및 장비 가동률 저하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웃소싱 같은 다른 제조 대안들이 스마트 팩토리의 매력을 저하시킬 수있다. 

전자 산업에서는 수요 변동성의 분산을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해왔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전문제조수탁회사인 홍하이를 통해 아이폰을 생산한다. 

또한 많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중국 심천의 얼굴 없는 공장들을 이용해 시제품이나 소량의 초도물량을 생산한다. 즉 스마트 팩토리가 추구하는 생산용량의 빠른 변화나 다품종 소량생산은 적어도 전자 산업에서는 아웃소싱을 통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같은 듯 다른 스마트 팩토리 경쟁 본격화 '독일 vs 미국 vs 일본'   

현재 독일은 정부 주도 하에 산, 학, 연 연계를 통해 공적 표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기계 및 관련 부품 산업이 강한 독일은 21세기형 차세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스마트 팩토리의 글로벌 표준을 장악하려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독일 산업계 전역을 ‘세계의공장을 만드는 공장’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기업 주도 하에 개방적 구조로 시장 기반의 표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사물인터넷의 연장선 상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과 수익 흐름의 창출이라는 현실적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느슨한 표준 전략을 추구하며, 기업들이 각개 약진하는 양상이다. 또한 JIT, 카이젠, 모노즈쿠리 등 기존 생산성 제고 방식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보완적 수단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활용하면서, 독일, 미국과 다른 제3의 현실적 노선을 탐색하고 있다.

기업들의 추진 동향도 국가별로 각각 다르다. 독일 기업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제거, 설비 및 공장 간의 연결, 가상과 현실의 결합,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을 모색한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당장 확보 가능한 사업상 효익을 추구하고, 이에 기반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플랫폼 선점과 적극적인 외부연계로 관련 역량 강화와 세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엣지 컴퓨팅이라는 차별적인 관점 하에 거대 프레임의 구축보다는 강점 있는 기계, 계측, 자동화 제품들의 스마트화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 나아가 일본에서는 부품, 소재 기업들도 스마트 팩토리 관련 신사업 기회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 스마트 팩토리 정책 전략 왜 다를까

스마트 팩토리 전략 방향 및 추진 동향에 있어 이같은 국가별 차이의 배경은 근본적으로 주력 제조업, 기술/사업 역량, 기업간 구조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새로운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려 하는 것은, 주력 업종이 자동차, 기계 및 관련 부품 등 고정밀, 고중량 제품인데다가 고객 기반이 다양해 맞춤화 생산의 압력에 크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사물인터넷의 연장선 상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려 하는 것은 핵심 역량이 ICT 기술과 사업모델 기획력, SCM 운영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우리 실정에 맞는 스마트 팩토리 추진 전략을 모색, 구현하는 것이 우리 나라 및 기업들에게 특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국가, 기업들의 전략 동향을 주시하되 우리의 주력 제조업, 기술/사업 역량, 기업간 구조의 특성을 감안해 우리 체질에 맞는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전자,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등의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 

또한 개념 설계 역량이나 사업모델 구상 능력은 부족하나 제조 전반에 걸쳐 고정밀 고품질 통합 역량이 강하다. 또한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우수한 공정 관리 능력과 압도적인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기업과 중견, 중소 기업 간에 생산성 격차도 크다.

이같은 특성을 맞춘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 정책 전략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스마트 팩토리 중국이 앞서나간다?

한국의 스마트팩토리 정책이 시급하게 확립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추월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도 ‘중국 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전략 등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며 ICT 결합을 통한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또한 한스레이저(Han’s Laser), 에버윈(Everwin) 등 중국 로컬자동화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중국 백색가전 업체인 메이디가 세계 산업용 로봇 4대 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쿠카(Kuka)를 인수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은 제조업 역사가 길지 않아 현장의 관성, 습관, 내부 저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의외로 빠르게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올해 들어 폭스콘은 자체 제작한 로봇(Foxbot)을 공장에 본격 배치하고 있다. 수탁제조전문회사(EMS)의 특징은 다양한 고객, 다양한 제품, 대규모 생산물량이다. 

이러한 EMS 업체가 스마트 팩토리로 변신을 시도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다품종 대량 생산 체제가 출현할 수도 있다.

◆ 스마트 팩토리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시장, 제품, 공정 특성에 맞는 도입 전략을 사려깊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 기술은 일반 IT 기술과 분명히 다르다. 표준화된 IT 기술은 범용성을 가지나, 스마트 팩토리 기술은 업종, 기업, 추진 목표에 따라 각각 요구사항이 달라진다. 

특히 시장, 제품, 공정 특성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추진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를 자기 주도적으로 구축 화제가 된 바 SEW 유로드라이브 관계자는 "스마트 팩토리는 일단 자기 공장을 100%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먼저 공장부터 청소하고, 정리하고, 어디가 비효율성의 원천인지부터 찾아야 한다"며 "우리 공장의 특성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스마트 팩토리를 자력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나준호 연구원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고려하는 기업들의 경우 산업 유행의 추종보다는 명확한 추진 목표 하에 자신들의 시장, 제품, 공정 특성에 맞도록 도입 전략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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