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기업이라고 불리는 한계기업이 국내 생산성 저하를 몰고오고 이는 결국 국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_사진_pixabay.com,그래픽: 진우현 기자

[뉴스워커] 한계기업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런 한계기업이 많아짐에 따라 생산성이 둔화되는 등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되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 성장회복을 위해서는 한계기업 즉 좀비기업의 퇴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원규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혁신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성장회복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은 필수적 과제"라며 "특히, 최근 정치불안정 등으로 한계기업의 퇴출에 대해 완화·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고 구조조정이 국내산업의 붕괴보다는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총요소생산성(At) 추이

◆ 한국경제 생산성, 위기 국면 직면 우려

한국경제는 지난  2010년대 들어 경제전체의 혁신과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 요소생산성 증가율이 2000년대 전·후반에 비해 크게 둔화된 1.0%를 나타냄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2.9%로 크게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11년 이후 연도별 총 요소생산성 증가율을 보더라도 2012년과 2014년에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고, 2015년에도 증가율이 0.9%에 그친 상황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최근처럼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인 시기는 1970년대 뿐이었다. 해당 시기는 현재와 달리 노동·자본 등 요소주도형 성장방식을 추구하였던 시기였다.

특히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1970년대 말 정치적 불안정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거의 연도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보더라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연도는 경제위기 시점들인 1972년, 1980년, 1998년, 2009년에 불과했다. 그리고 각 시기의 경제 위기 직후에 바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다시 크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들의 최근 경제전망에 기초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추정해 본 결과, 2016년에는 1.7% 내외로 다소 회복되나 2017년에는 다시 1.0% 내외로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2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2.3%)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2010년대 전반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현상이 2010년대 후반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 주요 업종별 총요소생산성 수준과 증가율

◆ 총 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 좀비기업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최현경 연구위원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의 원인은 기업구조조정 지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결과, 1990년대 초 일본의 경제위기 이후 일본 정부 및 금융기관의 안이한 지원으로 좀비기업이 확대됐다. 이러한 좀비기업의 확대는 일본 경제의 투자, 고용, 총요소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산출됐다.

특히, 생산성이 낮은 좀비기업의 확대는 직접적으로 경제전체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생산성이 높은 신규기업의 진입을 저해함으로써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 정책자료인 '산업별 한계기업 현황분석과 정책적 시사점'(2016년 12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계기업이 2011년 9.4%에서 2015년 12.7%로 4년 사이에 3.4%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전산업, 제조업, 건설업 및 서비스업 총요소생산성 추이

◆ 2010년 이후 구조조정 대상 취약업종 등에서 생산성 감소 

한계기업이 증가한 반면, 총 요소생산성도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를 기초해 산출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에 따르면, 2011~2014년 기간 동안 전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은 연평균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 정부가 취약업종으로 언급한 석유화학, 철강, 조선을 포함하고 있는 화학제품, 1차금속제품, 기타운송장비의 경우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각각 ?8.8%, -3.6%, -15.3%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총요소생산성이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각각 3.7%와 1.7% 감소함으로써 제조업보다 총요소생산성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전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모두 2015년 한계기업 비중이 2011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한계기업 비중 확대는 총요소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계기업의 업종별 비중을 가중치로 부여한 한계기업 비중이 1%p 증가할 경우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은 0.2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한 고용안정책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계기업 법인회생 신청 627건(10년) → 925건(15년)

한계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인상과 실업급여 수급 기간 연장 등은 물론, 지역 일자리 창출 지원, 실업자 능력개발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숙련된 고급인력들은 관련 분야에 신속히 재취업할 수 있도록 대체 일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 

9일 금융위원회의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금융당국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산업별 잠재리스크를 분석해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신용위험평가 여부와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한다.

그동안 온정적 신용 위험 평가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부실채권 가격 합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매각이 어려웠던 점들을 뿌리 뽑기 위해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독립기관에서 채권 가치평가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공급 규모는 올해 187조원으로 예정돼 지난해보다 8조원 늘릴 계획이다. 

중기청은 한계기업비중은 2009년 12.8%(2,698개) 에서 2015년 14.7%(3,278개)으로 크게 늘었다. 법인회생신청건수: (’10년) 627건 → (‘15년) 925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계기업의 증가로 법원 회생절차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청(청장 주영섭)은 중소기업 회생절차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대전지방법원(법원장 안철상)과 ‘중소기업 회생컨설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들어간다. 

중기청은 회생가능기업을 발굴하여 전문가를 통해 회생계획안 작성 및 협상지원 자문과 회생컨설팅 자문 소요비용 등을 지원하며 대전지법은 중기청 지원사업을 거쳐 회생 신청된 기업에게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면제 및 예납금 환급 등을 지원하게 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영준 연구위원이 발표한 '기업 취약성지수 개발 및 기업 부실화와의 연관성' 보고서에 따르면, 취약성지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하락세를 유지했지만 2011년부터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영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제조업, 건설업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도소매업, 부동산·임대업의 비중은 증대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부품, 특수목적용 기계, 전자부품, 1차 철강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실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성적 한계 기업의 취약성 정도가 커질수록 기업 부실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만성적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노력을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생산성 증대 위한 필수 과제로 부각

이에 따라 한계기업 비중 증가가 우리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계기업의 비중 증가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상응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부진함을 의미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두 차례 구조개혁으로 총요소생산성을 증가시킨 바 있다. IMF는 한국의 경우 1980년대초에 이루어진 구조개혁을 통해 이후 10년간 경제전체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3.6%로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행된 구조개혁으로 2000~2008년 기간 경제전체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도 다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혁신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성장회복을 위해서 기업 구조조정은 필수적 과제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원규 선임연구위원은 "일시적인 경제충격을 우려하여 기업 구조조정이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되며 회복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자원배분의 효율성 확보차원에서 시장원리에 의해 과감히 퇴출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국내산업의 붕괴보다는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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