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민은행. [사진=인민망]

[뉴스워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9일 환율을 달러당 6.9262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6일 고시환율 달러당 6.8668위안에 비해 달러 대비 위안 가치가 0.87% 하락했다. 

시장은 여전히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과거 중국발 환율전쟁에 따른 후유증을 떠올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절하폭은 2016년 6월 27일(0.91%) 이후 최대다. 이보다 앞서 인민은행은 2015년 8월 11일과 12일, 13일 각각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대해 1.86%, 1.62%, 1.11% 절하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준 바 있다.

이날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한 것은 뉴욕 시장에서 지난 6일 미 달러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위안화를 자신들의 통제 아래에 두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전문매체 FX스트리트는 “중국이 환율전쟁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기업들의 해외 투자 및 인수·합병(M&A) 승인 조건을 강화한 데 이어 개인의 외화 매입도 엄격하게 승인하는 등 자본 통제에 나섰다”며 “그러나 외환 보유액 방어와 환율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 "중국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에 유의해야"…국제금융센터 경고

G2(미국과 중국) 간 통상 관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선 1년 전 중국발 금융 불안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 자료: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국제금융센터는 9일 중국 외환보유액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중국 정부의 자본통제 강화가 우선될 전망이나 가파른 위안화 약세나 외환보유액 3조 달러 하회에 따른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00억 달러로 한달 사이 411억 달러 줄었다.

최근 미국의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에 대응하려고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가 중국에 통상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위악화 약세를 자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갈등이라는 잠재적 리스크가 남아 있지만 아직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난해 초와 같은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올 상반기 중국에 '환율조작국' 지정할까

오는 20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자료:NH투자증권

트럼프는 중국이 위안화의 인위적 약세를 유도해 대규모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고 판단,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삼성증권 오현석 차이나센터장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보호무역주의로 가자는 얘기인데,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 등 미국의 소비자는 물론 기업도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며 "환율조작국 지정은 말한 것처럼 쉽게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중국팀장은 "환율조작국 지정은 위안화를 절상시켜 중국의 대미국 수출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위안화는 지금 약세로 자본유출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환율조작국 지정보다는 고율관세 부과 등 더 실익을 챙길 수 있는 통상 부문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지 않더라도 우회해 통화패권국으로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강대 정유신 교수는 "트럼프 내각에 진입한 월가 인사들이 통상 부분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위안화 등 금융 부문을 흔들어 중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