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발장은 프랑스 라브리 지방의 노동자로 가난과 배고픔, 가엾은 조카들을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툴롱의 감옥에서 복무하다 4차례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19년의 징역을 살았다. 죄수번호 24601으로 냉혹한 경찰 자베르에게 20년간 추격을 받게 된다 (사진:영화 레미제라블 포스터)

[뉴스워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생계형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하루평균 144건꼴로 이같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생계형 범죄의 증가는 우리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다는 방증이다. 

생계형 범죄,틈새 절도를 저지르는 피의자들은 대부분 초범들”이라며 “경기불황 장기화와 맞물려 이들이 상습 전과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100만원 이하 소액 강`절도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생계형 범죄는 2010년 9만6천27건에서 2014년 19만455건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강`절도 사건은 27만3천819건에서 26만8천450건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캔 음료 6개, 라면 5봉지 요구르트 10여 개 등을 모두 3차례에 걸쳐 훔쳤다가 기소됐다. 

법원은 절도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된 A씨가 두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최종 형량 범위에서 가장 낮은 징역 8월을 선고했다. 

▲ 자료:경찰청

◆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범죄에 멍드는 2030 청년들
생계형 범죄 늘어나는 주요 이유..경제난과 양극화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주요 이유는 경제난과 양극화로 지적된다. 생활고와 경제난에 허덕이다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계형 범죄는 결국 양극화의 산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10%와 상위10%의 평균 실질소득 격차는 8.28배로 외환위기 때보다 7배가량 늘었다. 빈곤층의 소득은 4% 줄어든 반면 부자는 14%나 늘어나 격차가 이처럼 커졌다. 우리 사회의 소득재분배 구조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뜻이다.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2030세대가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총 범죄자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청년층인 19~30세는 2014년 23만7941명에서 2015년 24만7867명으로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31~40세, 41~50세가 각각 2.8%, 2.3%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특히 대표적인 생계형 범죄로 분류되는 절도 범행에 있어 청년층의 비중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4 범죄통계'를 보면 절도피의자 9만5645명 중 19~30세는 2만424명으로 전체 21.4%를 차지했다. 10대 중·후반(14~18세·27.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13년에도 전체 10만2658명 중 2만2086명(21.5%)이었다.  

절도범죄로 인한 피해금액은 100만원 이하가 48.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10만원 이하는 18.3%였다. 범행동기는 우발적인 경우가 28.1%로 가장 높고, 이욕(13.4%), 생활비(10.6%) 등 순이었다.

이같은 청년빈곤은 범행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경찰은 '2016 치안전망'에서 청년실업의 증가와 실업 장기화는 이들을 새로운 사회 불만세력으로 변화시켜 자살률의 증가, 취업사기 등의 다양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실직한 30대 남성이 강도행각을 벌였고, 또 다른 남성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다니던 조선소에서 실직 후 부산의 한 원룸에서 지내던 박모씨(34)는 지난달 22일 옆방 여대생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였다. 훔친 직불카드로 90만원을 찾은 박씨는 3만원을 음식값으로 사용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생활고를 겪던 중 옆집에 여성이 살아 범행이 쉬울 것 같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 자료:청주지방검찰청

◆ 엄격한 처벌만으로는 오히려 중범죄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처벌이 능사?

최근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생계형 범죄는 법원의 감형 사유로 참작되기도 하지만 처벌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생필품 절도, 소액 차용금 편취 등 생계형 범죄자들은 합의여부에 따라 주로 기소유예 처분이나 소액 벌금 처벌을 받고 있으나,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대구 수성구의 한 마트에서는 30대 남성이 2만 5천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치다가 붙잡혔다. 이 남성이 훔친 식료품은 떡국용 떡, 만두 등으로 새해 떡국을 끓여 먹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에는 광주에서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아들을 키워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에 참석하기 위해 9만9천원 상당 겉옷을 훔친 50대 아버지가 붙잡혀 안타깝게 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이 20만원을 줬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 집세를 내기 위해 옷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경찰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푼돈'을 훔쳐 붙잡히는 절도 범죄가 급증 추세다.

같은 기간 1만원 초과∼10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3만9천566건에서 5만1천551건으로 32%, 1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11만2천486건에서 12만3천225건으로 17% 늘었다.

금태섭 의원은 "생계형 범죄는 생활고와 취업난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엄격한 처벌만 강조하면 사회적 분노만 키워 중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기술교육원 운영현황 (자료:청주지방검찰청)

◆ 법조계 "생계형 범죄자, 처벌 대신 직업훈련 기회 제공"

생계형 범죄자를 처벌 대신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도 추진되고 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생계형 범죄자에게 직업훈련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기회를 주는 제도를 지난해 4월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직업훈련과 취업에 대한 열의가 높고 반성하는 생계형 범죄자에 대해 직업훈련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청주지검은 생계형 범죄자의 악순환을 막고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제공하는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로 약속하면 기소유예 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자로 선정되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직업훈련을 통해 단기간 내 자격증 취득 후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김석재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청주지검은 생계형 범죄자 중 개전의 정이 뚜렷하고 구직 의지가 확고한 대상자를 선별해 직업훈련 참가 등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하되, 불성실한 교육 미이수자 발생시 사건을 재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할 계획"이라며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해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직업훈련 등을 제공해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 및 재범 방지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검찰에서 직업훈련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일부 시범실시했다가, 교육참가자의 생계문제, 직업훈련 프로그램 및 교육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전면 시행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 제도는 교육참여수당 지급 및 숙식제공, 취업지원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법무보호복지공단 충북지부 보호사업과 담당은 "나도 충분히 기회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많이 밝아지시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 자료: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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