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ISA는 영국이나 일본에 비해 세제 혜택이 부족한 실정인 데 반해, 가입 기간이나 자격 제한은 가장 까다롭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뉴스워커]‘국민 만능통장’으로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가입자는 빠르게 줄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상 세제혜택도 미미해 투자 매력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ISA 제도는 저금리 시대 개인의 종합자산관리를 통해 국민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새로운 세제 금융상품이었다. 과거의 세제금융상품은 특정한 하나의 금융상품에 세제혜택을 주었다면, ISA는 투자상품 바구니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금융사가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제혜택이 금융기관 수수료로 지불되는 상품구조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없다는 점에이 지적되어 왔다. 

금융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금융위는 ISA 세제혜택을 현행대비 2배 확대, 중도인출 허용, 만 60세 이상 노년층 가입허용 등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으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 통해 제도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상품에 대한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수수료 구조를 무시했다. ISA는 위험이 큰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익이 불안정하다. 여기에 금융사에게 수수료까지 물어주면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ISA 금융사 임직원 가입 현황' 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에 개설된 자사 임직원 계좌는 6만9000여개로 36%인 2만5000개 잔액이 1만원 이하였다. 증권사에는 자사 임직원 계좌가 2만개 개설됐는데 이 중 30%인 6000개 잔액이 1만원 이하로 조사됐다.

적지 않은 금융사 임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 ISA를 개설해 투자 목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계좌 수 실적을 올리는 데 의의를 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병두 의원은 "금융사 임직원의 자사 ISA 가입률이 60~70%에 이르고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많다는 것은 실적 경쟁에 치중한 결과로 봐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ISA가 제대로 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기능할 수 있게 내실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은행권 전체 ISA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0.22%이고 반면 수수료는 0.77%로 수익의 4배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상황이다. 각 은행별 출시 전체 ISA 상품의 수익률을 보면 시중은행 중에서 신한은행은 0.94%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지방은행 가운데서는 대구은행이 1.23%의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자료:금융소비자원)

◆ 수익률보다 수수료가 더 큰 ISA...전 상품의 평균 수익률 0.49%, 수수료 0.88%로 투자자 손실

ISA라는 국민부자 만들기 금융세제상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세제혜택이 가입자인 금융소비자가 아닌 금융사를 위한 상품설계이고 ▲과도한 위험상품 가입으로 인한 국민 대다수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현재의 금융사가 이런 ISA와 같은 상품을 운영할 인적·물적 시스템의 능력 부족 ▲무능한 금융위의 청와대 실적내기 보고용 정책과 허술한 시행 등 근본적 문제를 갖고 도입한 것 자체가 실패를 예고했다고 볼 수 있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 이하 ‘금소원’)은 작년 3월 도입된 ISA 수익률이 전 금융권 평균 수익률이 0.49%인 반면 수수료가 0.88%로 지급되는 세제 상품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ISA 수익률을 보면 은행·증권사들의 ISA상품 201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이 0.49%이지만 수수료 0.88%를 지불하게 됨으로서 모든 가입자가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소원은 세제 금융 상품 가입자 전체가 손실이 발생하는 서민금융 세제 상품이라는 점에서도 국민이 아닌 금융회사에 초점을 둔 상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ISA의 근본적 폐지 검토와 함께 새로운 금융세제 상품의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전체 ISA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0.22%이고 반면 수수료는 0.77%로 수익의 4배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상황이다. 각 은행별 출시 전체 ISA 상품의 수익률을 보면 시중은행 중에서 신한은행은 0.94%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지방은행 가운데서는 대구은행이 1.23%의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1.19%의 수익률에 수수료는 0.99%로 실질적으로 원금의 2%이상이 손실이 발생했으며 광주은행의 경우 -0.88%의 수익률에 수수료는 1.06%로 원금의 2%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증권업계의 ISA 수익률을 보면 증권업계 전체 상품의 ISA 출시이후 평균 수익률은 0.9%를 나타냈지만 수수료가 0.95%인 점을 감안한다면 증권사의 ISA상품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수익을 보이고 있다. 

증권회사 중에서는 ISA 출시이후 NH투자증권의 전체 상품의 평균 수익률이 2.63%로 나타나 평균 수수료 0.79%를 제외한다면 1.84%의 수익률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증권의 경우 ISA 출시 이후 모든 상품의 평균 수익률이 -0.84%이고 수수료가 1.13%라는 점에서 오히려 -2% 정도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 증권업계의 ISA 수익률을 보면 증권업계 전체 상품의 ISA 출시이후 평균 수익률은 0.9%를 나타냈지만 수수료가 0.95%인 점을 감안한다면 증권사의 ISA상품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수익을 보이고 있다 (자료:금융소비자원)

 
◆ ISA제도,국민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지적도 나와

ISA제도 자체가 국민들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지적이 나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ISA제도가 먼저 도입돼 활성화된 영국(1999년)과 일본(2014)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더 많은 국민의 안정적 재산증식 수단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ISA는 한 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하고 수익금에 대한 절세를 통해 국민재산의 안정적 증식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로 지난 3월 출범했다. 출범 첫달에 121만 계좌에 달했던 신규가입이 10월에는 3만2000좌에 그칠 정도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ISA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은행에 ISA 계좌를 개설했다가 해지한 고객은 7만5천명, 반환된 투자금은 1천17억원이었다.

 

박용진 의원은 "은행의 ISA 계좌에서 이탈하는 투자금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애초 기대했던 것에 비해 수익률이 시원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종석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ISA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ISA 비과세 혜택 2배 확대, 중도인출 및 가입기간 연장 허용, 소득 없는 60세 이상 노인 가입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종석 의원은 "깡통계좌와 수익률 공시 오류 논란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이지만, 침체의 가장 큰 이유는 ISA 제도 자체가 국민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라며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ISA가 더 많은 국민의 안정적 재산증식 수단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어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 하나의 통장에 예금이나 적금은 물론 주식·펀드·ELS와 같이 파생상품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통합계좌. 계좌 운용을 가입자가 직접하는 ‘신탁형’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길 수 있는 ‘일임형’ 2종류로, 연간 2000만원까지 5년간 총 1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 200만원의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초과분에 대해서는 9.9%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