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아베 총리의 입’으로 불리는 스가 요시히데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어떤 경기부양수단보다 日 수출기업들에 해 줄 수 있는 지원이 바로 ‘고환율정책’이라고 단언했다 (뉴스워커)

[뉴스워커] 최근 '엔저(엔화가치 하락)' 현상이 다시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기계 등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품목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엔저로 인해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수출 품목은 자동차와 기계 품목이다. 특히 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경쟁이 가장 심한 품목이다.

특히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엔화 약세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보다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현대·기아차에게는 도전적인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유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엔화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은 원화절하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특히 자동차와 기계 등 품목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엔화가치의 하락세도 걸림돌이지만,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책방향이 잡힐 때까지는 기업 수출이나 경영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 강달러와 엔저,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

12일(현지시간)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시장의 기대치와는 상반되어 실망스러운 재료라는 평가다.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부재. 이에 달러/엔은 하락하는 동시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내려갔다.

▲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무역불균형 시정을 차기 정부의 중요과제를 설정하고, 중국, 멕시코와 함께 일본을 지적. 미즈호증권의 山本雅文(Masafumi Yamamoto),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달러화 가치 하락과 엔고 압력이 강화되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2016년 12월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강달러에도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미국경기는 확장국면을 시사. 이에 금리인상 기대가 커져 달러화
가치 하락과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최근 달러화 매입, 엔화 매도가 우세한 상황으로,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 감세와 인프라 투자 방침을 내세우면,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내재하고 있다.

반면에 WSJ은 트럼프 차기 정부는 아베총리의 정책을 뒷받침. 트럼프는 중국과의 외교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엔화 관심도는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취임 직후 시장의 혼란과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 통화 수요가 확대로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여지는 존재한다고 지적이다.

◆ 日수출 14개월째 줄었지만…트럼프發 엔저에 -0.4% 그치며 호전...日 정부 '올해 엔저에 올인'

일본의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해 14개월째 내리막을 이어갔다.

일본 재무성이 19일 발표한 무역 통계 속보 예비치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수입은 8.8% 각각 줄었다.

▲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일본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로 줄어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14개월째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14개월 연속 줄어든 것과 같은 기록이다.

그러나 10월 수출 감소 폭은 전월(-10.3%)이나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2.3%)보다 축소됐다. 수입 감소 폭도 전달(-16.5%)이나 예상치(-12.1%)보다 줄어들었다.

이처럼 일본 수출이 예상보다 선전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강세에 심해지면서 엔화 강세가 약세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무역수지는 1천525억엔 흑자를 기록해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2천274억엔 흑자)를 밑돌았지만 3개월째 흑자를 이어갔다.

한편, 지난 27일 ‘아베 총리의 입’으로 불리는 스가 요시히데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어떤 경기부양수단보다 日 수출기업들에 해 줄 수 있는 지원이 바로 ‘고환율정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엔고에 대해 다양한 위기대처 매뉴얼이 준비 돼 있다면서 외환시장에 지대한 관심 만큼 日정부의 의지 또한 크다는 입장이다.

▲ 자료: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축소, 엔화 강세 예단은 시기상조

일본 기업과 가계의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 또한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가 시도한 역사적인 통화정책도 역할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구로다 총재가 연은을 모방한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자산매입규모를 축소하는 것과 더불어 금리인상에도 나설 수 있다고 예상. 이는 중앙은행의 다양한 투자대상 위상 강화 종료를 의미함에 따라 2017년에 엔화강세로 연결된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경제지표에 따르면, 2016년 12월 소비자태도지수가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소비지출 감소세는 지속. 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소비심리의 개선효과로 연결되지 않아 지출과 임금 개선이 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또한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강구해도 일본 인구 감소의 영향이 그 효과를 초과하기 시작했다.2016년은 향후 일본에게는 인구 감소의 변곡점. 영국은 소득증가보다 빠른 속도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횡보하는 심리에도 소비가 개선. 이러한 차이점은 유럽국가는 이민자의 유입으로 청년층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로다 총재가 양적완화의 실험을 점차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시기상조. 일본경제는 실질적으로 통화정책만 지원되는 상황이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변경은 국내총생산 축소, 엔화 절상, 디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 자료: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韓 자동차 "일본이 내년 '엔저 신차'로 반격…엔저는 도전적 과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올해보다 침체된 가운데 엔저로 무장한 일본 업체들의 거센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홍재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부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2017년 세계 자동차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경쟁판도에서 일본이 대단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2012년 10월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엔저가 장기화하면 그 영향이 단순 판촉 경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엔저 효과가 가격에만 반영되지만, 이후에는 일본 업체들이 엔저에서 얻은 고수익을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자동차 개발 주기가 통상 4~5년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엔저 효과를 입은 신차가 나온다는 게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 주요 산업의 경기 국면. /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 韓 기계, "엔저 효과로 수출 부진 전망"

올해 기계 업종 표정은 좋지 않다.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마이너스 수출이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일반 기계 수출은 43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7%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감소폭(-0.4%)보다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수출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는데, 이 또한 중국의 경기 둔화, 엔저 기조에 따른 일본과의 제품 경쟁 심화 등이 원인이 됐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 목적 수입이 증가하는 등 일부 품목의 수입 수요도 형성됐으나, 국내외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 설비 수요업체들의 투자 보류 등의 영향을 받았다.

산업은행도 "중국 경기 둔화와 엔저 효과로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면서도 "국내 설비투자 증가로 내수가 소폭 증가해 전체 생산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품목별로는 △산업용 로봇 △농업용 기계 △운반기계 등은 수요가 괜찮지만 △건설광산기계 △압축기 △가열냉각장치는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9일 신년인사회에서 기계산업 실적 및 전망을 발표했다. 2016년 기계 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출이 2015년보다 2.9%(453억달러), 생산이 2.3%(101조원) 줄었다.

진흥회는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중국 성장 둔화 등 변수로 당분간 회복세가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지택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기계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8위 기계 수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올해 어려운 경제여건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계산업이 제조업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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