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 총리는 8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EU를 떠나되 회원국 자격 일부를 여전히 유지하길 원한다고 얘기한다"며 "우리는 정말로 떠난다. 더는 EU 회원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유럽연합 홈페이지)

[뉴스워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단일시장을 접근권을 가지지 않는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했다. 브렉시트 협상 개시 시한인 오는 3월말이 다가오면서 브렉시트 셈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 메이 총리는 EU 탈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직 영국 외교관 등의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메이 총리는 8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EU를 떠나되 회원국 자격 일부를 여전히 유지하길 원한다고 얘기한다"며 "우리는 정말로 떠난다. 더는 EU 회원일 수 없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몇 주 이내로 브렉시트와 관련해서 세부 계획을 모두 밝힐 것”이라고 하면서 3월 말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이 이민자 유입과 국경 통제를 위해 EU 단일 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는 ‘완전한 결별’을 의미한다. EU는 영국이 국경을 통제하며 유럽 국가들이 헌법처럼 여기는 ‘이동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5억명 규모의 EU 단일 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이같은 메이 총리의 입장은 스코틀랜드 지방 정부의 입장과는 상충되는 것이라 앞으로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유럽에서의 스코틀랜드의 위치'라는 제안서를 발표해 "스코틀랜드는 EU 단일시장에서의 현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경제적으로는 스코틀랜드만이라도 EU 단일시장 남아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당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나 이것이 "실용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향후 브렉시트 절차 (자료:뉴스워커 재구성)

◆ 잉글랜드 은행 총재, 급격한 브렉시트는 영국보다 EU에 더 커다란 리스크

영국이 EU 시장 접근 상실 시 EU에 커다란 리스크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잉글랜드 카니 총재는 영국의 금융서비스업은 EU 접근이 일부 상실되더라도 특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수년간 확대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정시점에서 대규모의 구성요소를 상실하여 특혜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하며, 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카니 총재는 영국의 EU 이탈을 원활하게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행기간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은행부문은 브렉시트 이후 패스포트를 잃을 경우에 가장 타격을 받는 산업이라고 지적. 이는 금융과 고용의 불안으로 연결된다고 제시했다.

이는 역내 기업이 영국의 금융서비스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SBC의 더글라스 플린트 회장과 마찬가지로 카니 총재도 EU 이탈은 조약에서 규정된 2년 이행기간보다 장기간 소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자국 기업에게는 브렉시트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기업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쾰른 경제연구소의 기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10%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 반면, 25%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브렉시트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 응답자들은 구체적으로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영국 수출 감소와 인력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 불가능으로 인한 가치사슬(value chain)의 혼란 등을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한편,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과 이지선 선임연구원은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이라며 "국내 경제도 브렉시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브렉시트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수출부진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다.  

▲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과 이지선 선임연구원은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이라며 "국내 경제도 브렉시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LG경제연구원)

◆ 영국 메이 총리, 17일 브렉시트 관련 정책 제시 예정...협상 전략 구체화하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17일 '진정한 글로벌 영국'을 주제로 브렉시트 비전을 제시하는 연설에 나선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계획돼 있던 것으로 많은 정치가, 사업가들이 메이 총리의 구체적인 목표와 브렉시트 과정을 밝혀줄 것을 요청해 이뤄지게 됐다. 

헬렌 바우어 대변인은 "브렉시트 협상 접근과 외부지향적인 국가를 지속하기 위한 준비 등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정치권과 시장 등의 거센 요구를 수용해 이달 중 브렉시트 협상 계획에 관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협상 입지 악화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협상 계획의 공개 수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이에 따라 '메이 총리의 불확실성' 요인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 1월9일까지 최근 10거래일간 달러·파운드 환율 변화 추이. (사진 = 파이낸셜타임즈(FT), 로이터)

현재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일정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영국 고등법원은 앞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정부 상고에 따른 대법원 판결은 이달 안에 나온다.

정부가 최종 패소해도 브렉시트는 무를 수 없다. 영국인들은 작년 6월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로 EU 탈퇴를 선택했다. 다만 의회가 협상 개시 승인 여부를 놓고 토론에 들어가면 협상 일정은 지연될 전망이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BBC방송에서 "메이 총리가 영국 총리로서 행동하기보다는 분열된 보수당 통합이라는 당내 과제를 우선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머물기 위한 현명한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