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최근 정치권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1월 10일 성명을 내고 “시행 100여일 만에‘김영란법’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정치권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지난해 8월 경실련 기자회견, 경실련)

[뉴스워커] 2017년 정부의 경제 분야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장이 나와 국내 경제에 비상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월 5일 업무보고에 참석해 김영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식대 3만원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상향 조정해야 하며, 축·부의금과 별개로 인식되는 화훼도 별도의 상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청탁금지법 개정 검토가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식사·선물·경조사 비용의 상한을 3·5·10만원으로 정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토할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을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월 중에 종합적 소비촉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마련하고 청탁금지법은 제도 개선과 관련한 부분이기 때문에 오늘 토론 내용을 근거로 해서 시간을 두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집행기관인 권익위는 당장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권익위 고위관계자는 검토가 이뤄지더라도 기재부를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권익위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식대 3만원은 2003년 기준으로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현실화해 요식업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과 반면 김영란법이 부정부패 해소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팽팽하다.

▲ 청탁금지법 ‘3·5·10 기준’ 상향조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매우 찬성 17.6%, 찬성하는 편 32.0%)은 49.6%로, ‘반대한다’는 응답(매우 반대 17.7%, 반대하는 편 22.6%) 40.3%보다 9.3%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료:리얼미터)

◆ 법 시행 불과 3개월여 만의 개정?...여론조사 찬성 49.6% vs 반대 40.3%

법 시행 불과 3개월여 만의 개정은 물론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지만 애초 제정 당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종합적 고려 없이 졸속으로 통과됐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김영란법 ‘3·5·10 기준’ 상향조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매우 찬성 17.6%, 찬성하는 편 32.0%)은 49.6%로, ‘반대한다’는 응답(매우 반대 17.7%, 반대하는 편 22.6%) 40.3%보다 9.3%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결과를 2016년 8월 3일 조사와 비교하면, 상향 조정 찬성 의견(30.0%)은 19.6%p 상승했고, 상향 조정 반대 의견은(59.3%)은 19.0%p 하락한 것이다.

먼저 직업별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림어업 계층에서 ‘매우 찬성’ 의견이 29.5%로 가장 높았고, 자영업층에서의 ‘매우 찬성’ 의견이 23.1%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 노동직이 20.7%, 사무직이 18.3%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찬성 60.6% vs 반대 34.8%)와 20대(53.7% vs 32.2%)에서 ‘김영란법 상향 조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다수였고, 40대(43.2% vs 46.5%)와 60대 이상(47.9% vs 45.4%), 30대(43.1% vs 40.5%)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찬성’ 응답이 높았는데, 부산·경남·울산(찬성 57.9% vs 반대 34.6%)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대전·충청·세종(54.4% vs 27.9%), 대구·경북(50.0% vs 40.1%), 수도권(47.9% vs 44.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광주·전라(찬성 43.5% vs 반대 43.7%)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월 11일(수)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앱(49%)과 무선(40%)·유선(11%)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9%)와 유선전화(11%) 병행 무작위생성·자체구축 표집틀을 통한 임의 스마트폰알림 및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13.1%(총 통화 3,894명 중 512명 응답 완료)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이다.

◆ “식사비 3만원이 적나”…시민단체 ‘청탁금지법 시행령’ 지키기 나서 VS 농수산업 피해액 늘어나

지난 8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경실련은 “(김영란법 기준 완화는) 부패를 방지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국민적 염원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식사비·선물 기준을 상향하면 김영란법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법이 정한 식사비 3만원은 최저임금 다섯 배에 달하는 만큼 서민경제와 무관한 영역을 선의의 피해자로 두둔해서는 안 된다”며 “김영란법 기준 완화 시도는 공공성이 강한 공직자와 민간영역에서 접대와 향응을 이어 가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는 입법예고한 대로 기준을 확정해 부정부패 근절과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공공성이 강한 민간과 공직자의 영역에서 부패의 고리가 되는 일상적인 접대와 향응을 끊어내기 위한 근원적인 조치이고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친 ‘김영란법’에 대해 부패척결을 선도하고 반부패의 모범이 돼야한다는 설명이다.

▲ 자료:각 기관

반면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약 2조원의 농수산업 피해액이 발생해 400만 농축수산인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면서 "국회가 나서서 김영란법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평소 선물용으로 농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10명 가운데 4명은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구매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12일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 3개월이 지나 실시한 ‘소비자의 선물용 농식품 구매의향’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2.7%가 선물용 농식품 구매를 줄였다고 답했다.

또 앞으로도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41.5%로 선물용 농식품 판매를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진흥청 황정환 기술협력국장은 “가격부담을 줄인 실속형 상품개발로 수요를 촉진하면서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경실련 김영란법 기준 완화에 대한 성명서 (사진:경실련 홈페이지 캡처)

◆ 경실련, "청렴해서 망한 나라 없다"…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손질 비판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최근 정치권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10일 성명을 내고  “시행 100여일 만에‘김영란법’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정치권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김영란법이 서민경제의 파탄 원인이라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호도하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실련은 농·수·축산물 적용 예외 주장에 대해서도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무책임한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접대와 향응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실련은 "부패 때문에 망한 나라는 있어도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며 "김영란법은 공공성이 강한 민간과 공직자의 영역에서 부패의 고리가 되는 일상적인 접대와 향응을 끊어내기 위한 근원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친 김영란법에 대해 부패척결을 선도하고 반부패의 모범이 돼야 할 대선 주자와 국회의원까지 나서 기준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부정부패 근절과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바람을 또다시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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