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던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의 영화포스터와 기자가 구매한 영화표.

[뉴스워커] 담담하지만 거친 몸짓, 7년이라는 세월은 그들을 겉으로는 느릿하게 흐르지만 그 속에서는 미친 듯한 절규하듯 몸부림치게 만든 세월이었다.

담담한 심정, 아니 굳이 과거의 심정을 들춰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침 출근길과도 같이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의 인사를 받으면서 “잘 갔다 올게”라는 말이 나올 것만 같은 모습의 거칠 고도 투박한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나타난 모습. 덜컹거리는 열차 속도 아닌 과속방지턱을 덜컹거리듯 넘어가는 승합차 속의 그들 YTN 해직기자들은 그렇게 대법원의 판결을 그동안 노력한 보상이라도 바라듯 그렇게 그 속으로 들어간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관 입구

지난 1월 12일 ‘7년 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국민들 앞에 선보였다. 이 영화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 잘려나간 해직 언론인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왜 YTN에서, MBC에서 그리고 KBS에서 강제로 퇴직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안언론이라고 말하는 뉴스타파와 고발뉴스 등이 탄생하게 됐는지에 대한 7년여 간의 세월을 추적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롯데시네마 4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개봉 첫날 목요일. 유난히 기친 숨을 몰아쉬는 듯 춥고 바람이 거세게 휘몰았던 날이었다. 연신 손이 시려 잠바주머니 깊은 곳까지 파고 들던 추운 겨울날 오후.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산함이 엄중해 보이기까지 한 극장 안 분위기에서 이 영화가 어떨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게 해주는 극장 속 풍경은 왜 우리가 이것을 봐야만 하는지, 특히 19금을 표시해서라도 그래서 국민에게 말초적 자극을 주어서라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국민이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기도 했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관 입구 간판

기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왜 극장에서 상영했을까. MBC, KBS, SBS 등 또는 JTVC 등과 협의해 다큐멘터리 방송으로 내보내면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이 이것을 보고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을지 않을까”라는 생각. 이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상영함으로써 얻어가는 수익이 과연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감독이나 제작진 그리고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하는 해직기자들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이것을 극장상영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되었을까가 궁금했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으리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보지는 않아도 이것이 영화로 상영되고 또 비록 극소수일지언정 그것을 봤던 국민이 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회자되고 또 회자되는 속에서 그들 해직기자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일으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하지만, 1000만명의 촛불혁명을 만들었던 기대와 달리 영화관 내부는 빈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빈 공간이 오히려 비장함을 보여주는 모습과도 같은 느낌을 연상케 했다.

2008년 YTN 기자들은 파업이라는 강경한 수단을, 지금까지 방송사에서 파업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국민들은 다소 의아한, 그래서 생소한 풍경을 현실 앞에 맞닥트린다.

당시 MB는 대통령에 올라섬과 동시에 대부분의 요직에 있는 인사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일구어진 ‘공영방송’ 사장도 어김없는 일이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명된 KBS 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한 채 ‘불법 해임’이라는 오명을 안게 했고, MB의 언론 특보를 맡았던 그래서 자기 입맛에는 더더욱 잘 어울릴 듯한 자들을 YTN에 이어 MBC로 낙하산 떨어트리듯 내려 보냈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 스크린 중에서

이렇게 해서 사라졌거나 흐릿해진 방송 중 대표적인 것이 YTN의 고발뉴스, MBC의 PD수첩이다. 또 28대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새롭게 기획된 프로그램은 없으면서 사라진 시사프로그램만 W, 후 플러스, 2010 MBC 현대사 연속기획 등 폐지됐다. 또한 국민이 즐겨보고 인기리에 방영됐던 ‘신강균의 사실은’ 또한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그해 10월 폐지됐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 스크린 중에서

KBS 또한 다르지 않다. 2008년 이병순 KBS 18대 사장이 취임한 이후 ‘미디어포커스’가 그 해 11월 폐지됐으며, 시사투나잇이 같은 해 같은 달에 페지 됐다. 이후 19대 사장인 김인규 씨가 취임한 이후 사태는 더욱 악화돼, ‘시사기획 쌈’, ‘시사 360’등이 폐지됐다. 이에 KBS 노조는 Reset Korea를 외쳤지만 당시 정권은 끄덕없는 모습을 보였고, MB에 이어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벌어졌다. 김인규 KBS사장은 일명 ‘땡전뉴스’로도 유명했던 인물이다. 9시 뉴스가 시작되기 몇 초전 ‘띠 띠 띠 땡~’하는 순간 ‘전두환 대통령이…’를 말하던 것을 빗대어 ‘땡전뉴스’라고 국민들은 비하했는데, 이 김인규 사장이 이제는 땡박뉴스 사장이 됐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던 때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 스크린 중에서

PD수첩은 지금도 방송되고 있지만 당시의 예리함은 사라지고 무딘 그리고 초점을 벗어난 이슈만을 다루고 있는 모습은 우리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그래서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 스크린 중에서...최일국 MBC 뉴스 전 앵커가 노조원들에게 "니들 여기서 기사 안쓰고 뭐하는거냐?"하고 호통을 치고 있다.

‘개, 돼지’ 지난 2015년 11월에 개봉해 1천만 관객을 몰고 온 영화 ‘내부자들’에서의 한 장면이 기억난다. 당시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가 오현수 미래자동차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대중은 개 돼지’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이어 지난해 7월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당시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라는 표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단어이자 국민을 폄하하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서도 잘 지적되고 있는 듯 보인다. 왜 MB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즐겨보는 뉴스의 방송사들을 자기 입맛에 맞는 친분있는 자들로 구성하려고 했을까. 바로 보여주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국민들의 편향된 의식 때문이었으리라.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 스크린 중에서

정보는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의 창이 넓다면 선택의 폭도 넓게 되지만, 주어지는 정보가 적고 또 일방적이라면 그 정보를 믿고 선택하고 따르는 국민은 결국 편향된 정보에 의한 선택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영화관 입구 간판

이것을 MB나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인인 최순실 등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정보만을 흘릴 수 있는 방송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진실은 심리학자로써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에는 인간에 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 결정은 어떤 기준에서 내려지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결국 그러한 관점에서 MB와 박근혜 측근들은 그러한 결정의 기준을 국민들에게 편향적으로 전달해 오래도록 사랑받는 (삐뚤어진) 지도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잘못되고 헛된 생각은 결국 세월호 사태에서의 오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학생들이 아직 300여 명의 친구들이 남아 있는 세월호가 가라 앉는 모습을 보면서도 중앙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곳들이 ‘전원 구출’이라는 잘못된 보도를 내면서 제대로 된 사과한마디 없이 덮어버리듯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언론의 장악이 그리고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잘못된 방식이 얼마나 큰 사건을 만들어내는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 지난 2015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 조국일보 논설주간은 인간은 개 돼지와 같다는 표현을 했다. 이 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라는 표현을 해 사회적으로 큰 무리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행태는 고스란히 언론 장악의 행태로 나타났고, 발행, 편집인을 포함한 5인 이상이 있어야 만이 언론이라는 엉뚱한 발상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결국 대법원에 의해 이 같은 언론장악 시나리오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언론 장악에 이은 언론 탄압은 계속되는 모습이라는 점은 ‘아니다’ 말할 수 없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공적책무를 지고 있는 공영방송의 몰락이 ‘기레기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기레기’란 쓰레기와 기자를 합친 말이다. 직접 취재하지 않고 정부에 의해 배포되어진 보도자료만을 받아 쓰는 그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는 기자 쓰레기, ‘기레기’인 것이다.

▲ 심리학자로써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주관은 불완전하며 충동적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정부의 끈에 이어진 언론이 얼마나 처참하리만치 꾸겨져 가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 사태가 바로 세월호 오보사태가 아닐까. 그토록 사실과 심층 그리고 분석적 보도만을 주창했던 그들이 정권의 끄나풀 속에 힘없이 무너져야만 했던, 그래서 국민을 외면하고, 국민의 반대편에서 서서 정권의 나팔역할만을 했던 그들은 역시 국민들의 기억속에 기레기로 남아야 했던 것이다.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있어야만 했던 절망적이었던 7년, 그리고 이제 그들의 영혼이 깃든 앞으로 국민이 바라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남긴 말은 우리 국민을 다소 의아해하게 했고, 그들이 특권층이 된 것 마냥 말하는 태도는 우리 국민과 가까이 하겠다던, 그래서 동네 친구, 동네아저씨가 되겠다던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해직되면서 수염을 기르고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을 하고 카메라 앞에 등장한 그들의 모습은 옆집아저씨이기에 충분했지만 “국민에게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했던 기억이 이 한 마디로 와장창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정확한 말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분위기는 마치 인기 정치인이 잠시 외유로 인해 멀어졌던 국민의 마음속을 다시 헤집고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유를 억압받고, 인권이 매몰되어 그 자유와 인권을 찾으려 노력했던 민주항쟁운동가 그 누구도 그들의 감회를 ‘국민에게 돌아가고 싶다’ 말로 대신하지 않았다. 기자 스스로 특권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이 시대에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만드는 의식과도 같다는 느낌이다.

끝으로 영화는 담담하게 흐르지만 그 안에서 진행되는 모습은 결렬하며,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태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말은 아래의 한 줄로 압축된다.

“이일이 한두 달 내에 끝날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랜 세월을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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