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장병원은 의사 자격이 없이 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병원을 개설한 뒤 의료진을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로, ▲의사의 잦은 교체로 인한 진료 연속성 결여 ▲영리추구 목적으로 환자유인, 과대광고, 과다진료 ▲주변 의료기관과 마찰 및 부당수급 등의 문제점이 있다 (자료:문정림 의원실)

[뉴스워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받고 나서 건강보험공단에도 요양급여를 이중청구하는 비양심 병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갖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는 사무장병원 척결은 의료업계의 과제다. 특히 최근에는 합법의 탈을 쓴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 양산의 주축이 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부당청구로 적발된 금액이 처음으로 6천억 원을 넘었고 5년 새 5배로 늘었나 건보재정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부당청구로 적발돼 환수하기로 결정한 금액(환수 결정 금액)은 6204억 3100만원으로 2011년보다 1240억 1800만원으로 5배 늘어났다. 

환자가 실제로 의원을 방문해 진료받은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의원도 적발됐다. 

또한, 의료 취약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제도가 불법 사무장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적발건수는 지난 2009년 7건, 2010년 46건에서 2014년 229건, 지난해 220건으로 7년간 3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장병원의 적발건수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효율적인 예방 및 사후관리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의료생협을 만들려면 조합원을 300명 모집하고 출자금 3천만원을 모아 시`도지사의 인가만 받으면 된다.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2011년을 기점으로 매년 100곳 이상의 의료 생협이 생겨나고 있다. 2014~2015년만 해도 불법으로 축난 건강보험 재정이 2천294억원에 이를 정도다.

포항남부경찰서는 1월 의료생협 인가를 받은 뒤 실제로는 전국 16개 시군에 사무장병원 20곳을 운영한 혐의로 현직 한의사와 의사, 변호사, 알선 브로커 등 20명을 적발해 5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의료생협 출자금을 납입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의료생협을 차린 뒤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와 보험회사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등을 허위`부당 청구해 2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당청구를 적발하기 위해서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방문확인에 나서고는 있지만, 조사 인력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탓에 공단의 조사권한 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자료:건강보험공단

◆ 병의원·약국, 의료비 부당청구 적발 해마다 증가

최근 3년간 병․의원, 약국 등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 건수 및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서울 성북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건강보험공단 요양기관 현지조사 결과·현황자료’에 따르면, 2013년 770개 기관 911건의 부당청구 사례가 적발됐다. 2014년에는 679개 기관 872건으로 약간 줄어들었으나, 2015년 725개 기관 1042건, 2016년 6월 현재 396개 기관 535건의 부당청구 사례가 적발되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관들의 부당청구 금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연도별 부당청구 금액 현황을 살펴보면 일선 기관들은 2013년 130억 7979만원, 2014년 193억 6918만원, 2015년 316억 5965만원을 부당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년 대비 148%, 163.5%씩 증가한 수치다.  

2016년 6월 현재 집계된 부당청구금액은 211억 5817만원으로 작년 대비 68%의 수치를 보이고 있어 작년보다 더 많은 부당청구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관의 부당청구 유형을 살펴보면 요양급여를 기준에 맞지 않게 청구한 사례인 산정기준 위반이 32.2%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거짓청구(25.4%), 대체초과청구(10.5%), 본인부담과다(9.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3년 동안 부당청구로 신고 되어 현지조사를 받은 2,360개의 기관 중 부당청구로 두 번 이상 적발된 기관은 126개였다. 이중 업무정지처분을 받고도 부당청구를 한 기관도 53개나 됐다. 

건강보험 공단에 부당으로 보험금을 신청한 병․의원, 약국 등은 관련법에 의거 환수, 업무정지, 과징금 부과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처벌 현황을 살펴보면, 3년 동안 부당청구로 조사를 받은 기관의 45.9%는 아직 처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처분절차가 진행 중인 기관은 28.3%, 부당금액 정산 중인 기관은 17.6%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 처분이 확정되어 업무정지를 받은 기관의 수는 438개로 17%의 수치를 나타냈고, 부당금액 환수는 430개(16.7%), 과징금 부과 267개(10.4%) 등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실시 결과 부당청구 사실이 없음이 확인된 건수 역시 전체의 9.1%(233건)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효율적인 현지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동민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이에 따른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들의 부당청구는 엄격히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의의 피해자 발생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 방식과 대상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해 국민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규 부당청구 유형에 대응하기 위한 분석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서는등 부당청구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자료:건강보험공단)

◆ 건보공단, 진료비 거짓·부당청구 신고인에게 포상금 지급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지난 15일 ‘2016년도 제3차 부당청구 요양기관 신고포상 심의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거짓·부당 청구한 요양기관 신고자 21명에게 포상금으로 2억1905만원을 지급키로 의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지급 의결한 건들은 거짓·부당한 방법으로 23억4177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요양기관들로, 이 중 신고 내용에 해당되는 부당청구 금액은 18억5840만원이다. 포상금은 부당청구 금액의 11.7%에 해당한다.

부당청구 유형은 △의료인력·간호인력 산정기준 위반(5건) △지인 및 친인척 거짓청구(5건) △건강검진 비용 산정기준 위반(2건) 등 11개 유형이다.

A병원은 약사가 뇌출혈 등의 사유로 병원에 거의 출근하지 못하자 무자격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게 한 뒤, 마치 상근하는 약사가 조제한 것처럼 속여 요양급여비용 1억9397만원을 부당 청구했다. 신고인에게는 2135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부당청구 요양기관 신고 포상금제도는 요양기관의 거짓 부당청구를 신고 받아 해당 부당금액을 환수하고, 신고인에게 포상하는 제도다. 건전한 요양급여비용 청구 풍토 조성을 통해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건보공단은 거짓 부당청구는 보험재정을 축내는 ‘반사회적 범죄행위’로 요양기관 관계자의 지인과 공모하거나 의약담합, 의료인력 편법운영 등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적발이 쉽지 않다면서 몇몇 신고인들의 적극적인 신고 의식과 참여가 부당청구 예방에 적지 않게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내부 종사자의 신고가 중요하다는 인식아래 신고인의 신분보장을 강화하고, 신속한 포상금 지급 등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신고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 자료:건강보험공단

◆ 의료비 부당청구 조사 중 의사 잇단 자살… 의협 “방식 개선” 목소리

의료비 부당청구 혐의로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던 의사가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의사단체의 조사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현지조사 대상에 오른 비뇨기과 개원의들의 잇단 자살 배경에 사마귀 제거술 이중청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시술에 대한 모호한 급여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7월 경기 안산시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 이후 5개월 만에 강릉에서 비뇨기과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가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재발하자 당혹해 하면서도 부당청구 조사는 적법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일 의료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비뇨기과 의사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관할 지역의 건강보험공단 지역본부 및 지사로부터 “비급여 진료(환자 본인이 진료비 전액 부담)를 하고도 건보공단에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이 발견됐다”며 방문확인 및 자료제출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로부터 직접 조사 받겠다”며 공단 요청을 거부했다. 건보공단의 자료제출 및 방문확인은 복지부 현지조사의 예비조사 성격으로, 부당청구 금액이 행정처분 기준 미만이면 청구액을 자체 환수하고 이상이면 복지부에 조사를 의뢰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비뇨기과의사회는 건보공단이 강제조사권이나 행정처분권이 없는데도 A씨에게 권한 밖의 처벌을 거론하며 고압적 태도를 취해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장은 “고인이 공단 대신 상급기관인 복지부의 실사를 받겠다고 하니 공단 조사원이 ‘조사를 거부하면 최고 1년 간의 자격정지와 검찰 고발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조사원이 공단의 내부 지침을 어겼다는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공단 조사를 거부하는 부당청구 혐의자에 대해 공단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복지부 조사 의뢰뿐이다. 조사 거부에 따른 행정처분(자격정지) 및 고발 역시 복지부 현지조사 단계에서 적용된다.

건보공단은 강압 조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담당 직원 및 기관을 조사한 결과 문제의 발언이나 태도를 취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유족 측에서 해당 직원이나 공단을 고발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보공단의 현장방문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의협은 의사들이 부당청구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건보 급여 적용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부당청구 조사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라며 “의료기관은 복지부 현지조사까지 더해 이중삼중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안산 개원의에 이어 A씨 역시 사마귀 제거 시술 비용 청구가 문제가 됐는데, 현행 기준에선 사마귀가 난 부위마다 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의협 요구에 신중한 반응이다. 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은 직후 자살한 안산 개원의 사건을 계기로 의사단체 요구를 대거 받아들여 조사 지침을 개정(1월 1일 시행)한 만큼 제도 정착에 주력할 때라는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심평원과 건보공단이 이중 조사를 하게되면 의료기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두 기관의 통합 노력 등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어떤 이유로든 의사 사망 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SOP(표준운영지침) 개선 여지를 다시 한 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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