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파이넨셜 트리뷴(Financial Tribune)은 지난 달 22일 인터넷 판 보도를 통해 ‘골드이란(Gold Iran)’이라는 업체가 이란 당국에 의해 7억5000만 불, 우리 돈 약 9000억 원, 1조원 규모의 과징금(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골드이란이라는 업체는 국내 전자업체인 LG전자(회장, 구본무)와 관련이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파이넨셜 트리뷴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 이란은 이란 현지에서 수입규제 위반 및 관세를 회피하는 등의 이유로 벌금을 부과 받았다는 것이다.
파이넨셜 트리뷴은 골드 이란이 분리된 세관을 통해 완제품이 아닌 부품형태의 제품 운송으로 이란 돈 18조2000억 리얄. 미화로 약 4억5000만 불에 달하며, 우리 돈으로는 약 5300억 원에 이르는 세금 지불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가전제품 수입은 최종제품 즉, 완제품의 경우 50%(품목에 따라 다름)의 수입관세가 부과되지만 이란 정부는 이란 내 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수입할 경우 수입관세를 상당히 적게 부과하고 있다.
이 보도대로라면 이란에서 부품으로 수입해 이란 내 완제품을 조립하는 공장에서 조립을 완료하고 이란 소비자에게 판매돼야 하지만 이 경우 인력수급이나 기타 소요 경비 문제 등으로 겉으로는 부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꾸몄고, 완제품에 가까운 제품을 수입해 이란 소비자에게 유통을 시킨 혐의로 벌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파이넨셜 트리뷴은 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란 내 가전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이란 가전시장에서 해외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한국의 두 회사(삼성전자와 LG전자)가 5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LG전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 해당 보도는 LG전자와 무관하다”
파이넨셜 트리뷴에서 보도한 뉴스에 대해 LG전자 측은 ‘오보’라는 입장이었고, 또 다른 LG전자 측 관계자와의 통화에서는 오보라는 말은 없고, “LG전자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LG전자 측은 “우리회사(LG전자)와 관련 있는 업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 측은 외신이 우리에게 일일이 확인하고 보도하는 것이 아니고 또, LG전자 일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 측은 “파이넨셜 트리뷴의 보도가 사실이냐”라는 질문에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했으며, 확인하지 않은 것은 LG전자가 아닌데 그것에 대해, 이란 쪽에 일일이 확인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LG전자 측의 말은 골드 이란이 LG전자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확인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 코트라 관계자 “확인은 어렵지만 보도는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도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본 사안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란 내 테헤란무역관 측에서 확인을 해보려 했지만 “정확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코트라 측은 이란 내 관련 네트워크가 없어 세부적으로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 코트라 이란지사가 LG전자 측에 물었지만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이란 정부가 골드이란에 9000억 원이라는 1조원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했지만 이것이 한국과 관련이 있는 회사인지 아니면 이란의 독자적인 회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며, LG전자에 물어도 답을 듣지 못했다는 얘기로 보인다.
하지만 코트라 관계자는 “파이넨셜 트리뷴의 보도가 허위보도는 아닌 것 같은 판단이 든다”며 “골드이란은 LG전자와 합작회사로 알고 있으며, 지분관계는 정확하지 않지만 지난 1989년 설립된 회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이란이 89년 당시 설립되면서 LG전자의 지분이 실렸는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지만 그 당시 골드이란이 설립될 때 LG전자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에어컨 등을 완제품이든 부품형태든 해당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LG전자 측에 확인한 결과는 골드이란은 이란 내의 유통채널이며, 전자제품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으로 조립하는 회사는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LG전자가 골드이란에 얼마만큼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 우리 돈 1조원에 가까운 벌금 부과의 대상이 어느 쪽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이후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은 LG전자가 골드 이란의 회사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LG전자 측은 전했다. 이 말을 사실로 간주한다면, 이란 정부가 골드이란에 부과한 벌금은 LG전자와 무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란 시장 내 유통채널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란 시장 내 LG전자의 점유율 또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 골드이란, 지난 2006년 LG전자와 에어컨 기술협약 체결 업체…LG전자 부품 수입해 완제품으로 시장 판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인 지난 2006년 2월 21일 전자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란 가전제품 거래선인 골드이란과 에어컨 관련 기술 협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고 전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골드이란은 이란 테헤란에서 약 120㎞ 가량 떨어진 카스피안공단에 연 생산 20만대 규모의 에어컨 조립공장을 건설하고, LG전자는 에어컨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LG전자 측은 이 같이 조립품 형태의 수입방식을 취한 것은 이란의 완제품 수입관세가 높은데다 이란 정부의 외산 가전제품 거래 선에 대한 세무조사 압력이 고조돼 현지 생산 방식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관세가 높으면 제품 원가가 높아지고 결국 시장을 우위적으로 점유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궁여지책으로 이란 내 현지 조립라인 업체를 택하게 됐다는 얘기다.
골드이란에서 완제품을 조립해 생산되지만 LG전자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이란 내 소비자들에게는 LG전자의 냉장고, 에어컨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LG전자 측은 골드이란을 ‘유통채널’이라 말하고, LG전자의 부품을 수입, 완제품으로 만드는 회사는 다른 곳이라고 하는 주장은 2006년도 보도와는 상이한 부분이다. 또 이런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음이 확인되고 있어 이 보도는 LG전자 측에 제공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기사로 보인다.
◆ 이란 정부, 왜 골드 이란에 우리 돈 ‘9000억 원’ 부과했나
이란 관세청이 LG전자의 현지 수입 또는 유통업체 골드이란에게 관세를 부과한 이유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완제품과 다름없는 조립제품을 납품했다는 것이다.
이란의 경우 완제품 가전제품은 품목에 따라 30~50% 안팎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완제품이 아닌 조립공정이 필요한 상태로 수입될 경우 관세를 인하해 주는 이란 정부의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이는 조립공정에서 이란 현지인을 고용하거나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란정부가 고용효과와 아울러 기술의 발전을 꾀한 것이라 판단된다.
LG전자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올레드 TV, 울트라 HD TV, 휴대폰,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을 판매하며 이란 내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강화된 이란 관세 시스템에 의해 수입 규정 위반이라고 결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관세 시스템을 바뀌기 전 까지는 분해된 조립제품으로 수입되면 모두 50%의 관세를 인하 받았다. 하지만 강화된 관세 시스템에 의해 LG전자 제품의 조립제품은 단순 조립으로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분해된 완제품’으로 분류, 완제품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이란 측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이넨셜 트리뷴의 보도에 따른 것이지, 이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둔다.)
◆ 골드 이란의 9000억 원 벌금 부과 ‘과연 에어컨에서 뿐일까?’
골드이란이 이란 관세청으로부터 부과 받은 금액은 무려 美화 7억5000만 불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는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골드이란이라는 업체가 얼마나 규모 있는 회사이기에 이토록 육중한 과징금을 부과 받아쓸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바(파이넨셜 트리뷴의 보도)로는 골드이란이 벌금을 부과 받게 된 경위는 LG전자의 조립제품이 아닌 완제품에 가까운 제품을 수입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골드이란은 앞서도 언급됐듯(전자신문 등의 보도) LG전자와의 기술협약을 통해 부품을 공급받고 에어컨을 완제품으로 조립해 이란 시장에 LG전자 브랜드로 판매하는 업체 또는 유통채널이다.
단순히 에어컨 하나만으로 9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는 것은 다소 거대한 액수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 동안 누적되어 온 편법 수입으로 인한 것일 수 있으며, 또 골드이란이 LG전자 뿐 아니라 타 국가의 전자제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적발돼 이 같은 벌금이 부과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골드이란의 웹사이트(http://goldiran.ir)를 찾아봤다. 타 업체 즉, 국내의 삼성전자나 아니면 외국기업인 소니 등의 제품도 이란 내에 유통하고 있는지를 찾아봤다. 하지만 골드이란은 LG전자의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드이란은 LG전자에서 생산 판매하는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볼 때, 골드이란이 9000억 원 벌금 부과로 휘청거린다면 LG전자의 이란 내 유통채널 또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파이넨셜 트리뷴은 확정된 사항이 아니며 추후 법정 다툼에 의해 금액이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LG전자와 골드이란과의 관계 꼬리 끊기(?)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관세는 이란 현지 파트너사에 부과된 것이어서 LG전자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며 “(과징금과 관련해서는) 골드이란은 LG전자 지분이 전혀 투자되지 않은 현지 업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골드이란 측의 이 같은 수입규정 위반이 LG전자와는 무관한 단순 현지 업체만의 문제로 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LG전자와 골드이란은 지난 2006년 이란 테헤란에서 에어컨 생산기술 및 브랜드 사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골드 이란은 LG전자 일부 에어컨 모델에 한해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부품을 조달받아 현지에서 조립·생산, 이란 내수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현재 LG전자는 에어컨뿐만 아니라 올레드 TV, 울트라 HD TV, 휴대폰,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등을 조립,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골드 이란 뿐 아니라 다른 업체를 통해서도 부품을 수출(공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해당 업체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현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란 정부로부터 TV와 세탁기 등을 각각 5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현지 공장 건설 요청을 받고, 설립을 검토 중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경력직 모집, 공장설립 검토…전자업계, 이란시장 선점 잰걸음’이라는 제목의 지난해 1월 24일자 기사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해온 LG전자는 최근 이란 정부로부터 수도 테헤란 인근에 가전 조립공장 설립을 요청받고 초기 검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놓고 볼 때, 현재까지 이란 현지에는 에어컨을 제외한 이란 규정에 적합한 공장은 현지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순이든 복잡한 공정이든 어느 한 쪽 공정을 통해 생산 가능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 제재가 풀린 과정에서 LG전자는 이란 시장의 선점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편법적인 수출을 추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LG전자가 자체 자금으로 이란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브랜드숍 개념의 매장을 현지에서 구축, 유통망에 뛰어든 것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숍에 들어가는 제품에 대해 LG전자 측은 “완제품을 직접 수입하든 또는 부품으로 들여와 조립공정을 거쳐 가져오든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 설명은 브랜드숍에 들어오는 LG전자의 제품은 한국에서 직접 완제품으로 들여오는 경우와 골드이란과 같은 유통채널을 통해 들여오는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며, 다만 어떤 방법을 이용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골드이란은 이란 현지에서 LG전자를 통해 수입한 부품의 조립공정을 또는 유통만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부품 제공과 일부 유통까지 LG전자가 책임지고 추진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골드이란은 일종의 파트너사를 가장한 유통의 중간 단계이고, LG전자가 실제적으로 이란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골드이란의 위반 행위에 대해 LG전자가 ‘모르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이어지면서 LG전자의 이란 진출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상태다.
골드이란은 이란이 관세 시스템을 강화한 직후 첫 번째 적발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이란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파이넨셜 트리뷴은 이란관세청을 인용해 LG전자(파이넨셜 트리뷴의 보도에는 골드 이란이 아닌 ‘LG Electronics’라고 표현했다.)의 최근 위반은 관세율을 감안할 때 최초 발생한 사안이라고 보도하며,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유사 사례가 있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골드이란의 벌금 부과는 확정된 것이 아닌 일종의 예비 판결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재판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