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

[뉴스워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미국 경제·통상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매튜 굿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미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미 FTA는 미국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자의 타겟이 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재협상으로 가기에는 NAFTA 등에 비해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굿맨 수석연구원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3대 위협요인으로 ‘미·중 무역전쟁’, ‘强 달러’, ‘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IMF 보고서를 인용하며 “중국 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할시 한국은 GDP가 0.5% 포인트 감소할 것이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공급체인이 손상되면 한국은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强달러 현상에 따른 자본 이탈’, ‘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가능성’도 추가 위협요인으로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 이후 감세, 규제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미국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한국이 미국의 부를 뺏어갔다며 한미FTA재협상 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다 (사진=연합뉴스TV갈무리)

◆ 한국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 미국의 공세는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어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한국에게 큰 통상공세 압박이 밀려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을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공세는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빅터 차(Victor Cha)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전망’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미국과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우방과 그렇지 않은 비우방의 구분이 명확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정치적 위기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지역 내 군사적 자산의 풍부한 증강을 필요로 한다”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속도를 높이고 한반도에서의 확장된 억지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에 대한 진지하고 혁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도 계속될 것이라고 빅터 차는 전망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목적은 북한의 붕괴에 있지 않으며 비핵화약속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의 일부분이다”며 “미국에게는 단지 전술상의 이유뿐만 아닌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므로 인권문제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이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 개입정책을 펼쳐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인프라 확대 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며 “결국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증가 문제에 직면해있는 한국도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미국의 경상수지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회복하는 경기는 미국의 수입 증가세를 가속화할 것이다”며 “또 미국 내 이자율 상승은 强달러 현상을 유도하여 경상수지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산업통상자원부 "한미FTA 예단 불가..신통상로드맵 곧 발표"

정부가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향배를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보호무역에 대비한 신통상 정책을 오는 2월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2013년 6월 수립한 ‘신통상 로드맵’을 보완한 것으로 전문가 회의, 업계 의견수렴(1월),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는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질문 받자 “상황을 봐야 한다”며 “(향배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차관보는 “보호무역 확산, 다자 통상체제 약화, 교역 부진,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대내외 통상환경 변화를 반영해 로드맵을 보완할 것”이라며 “(주형환)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모든 방안을 포함한 통상 대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행정부의 주요 통상 압박 수단 (자료:코트라)

◆ 잠잠해진 한미FTA 재협상론..업계 "트럼프 불안 여전"

트럼프 정부 출범에 수출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우려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한미 FTA는 일자리 킬러(killer)”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자체보다 FTA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주요 현안 해결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양국 간 FTA의 당위성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피터 나바로와 윌버 로스는 정책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포함한 ‘실패한 협정’에 대해 대대적으로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바라는 대로 재협상이 추진되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우리 수출업계는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는 미국에 48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수출 증가 효과를 가져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가 2011년 69억불에서 2015년 94억불로,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가 2011년 116억불에서 2015년 258억불로 늘었다.

이를 근거로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경우 양국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 주장은 선거용 멘트”라는 풀이까지 나온다.

하지만,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했던 피터 나바로는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의장을 맡으면서 수출업계는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 한 보호무역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전 세계로부터 당한 수입규제(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는 184건(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9건 늘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NAFTA 등 기존 FTA에 대한 전면적 재협상을 주장한 만큼 극단적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이 일자리 감소와 해외 유출을 초래하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규제 예상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미FTA 재협상에 따른 수출손실의 경제적 효과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미 FTA 원점 재검토시 2021년까지 수출액 269억 달러 손실”...그간 미국은 '자동차 일자리' 손실 가장 많아

미국 대선 이후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손실액이 269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한-미 FTA 재협상론과 한국 산업에 대한 경제적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대선이후 예상되는 통상정책 변화로 보호무역적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FTA 재협상에 따른 양허정지를 꼽고, 이 같은 변화가 각 산업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분석했다.

한경연은 만약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년에서 2021년 5년간 총 수출손실 269억 달러, 일자리 24만개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양허정지로 인한 수출손실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 산업으로, 손실액이 13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계 47억 달러, ICT 30억 달러, 석유화학 18억 달러, 철강 12억 달러, 가전 11억 달러, 섬유 10억 달러, 법률서비스 8억 달러 순이었다.

한편 같은 기간 국내 일자리 손실은 자동차가 11만 9천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기계 4만 8천 명, 법률서비스 2만 7천명, ICT정보통신기기 1만 8천 명, 섬유 1만 2천 명, 석유화학 9천 명, 철강 7천 명, 가전 6천명 순으로 분석됐다. 한편 생산유발액은 68조원, 부가가치유발액은 18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한경연은 추정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트럼프 후보는 기존 협정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장해 왔으며, 실제로 한미FTA는 어느 한 국가가 협정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통보하면 6개월 내 종료하도록 규정돼있다”면서, “한미 FTA 전면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양허정지 또는 협정 적용이 전면 중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부는 자동차, 기계, ICT 등 타격이 큰 산업의 수출손실을 막기 위해 미국 대선결과에 따른 산업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산업별로는 미국 대선 후보자가 어느 산업계의 로비를 집중적으로 받았는지 파악해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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