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의 시지프스 신화를 풍자한 그림 그리스 부채 '날 믿어다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쉬웠군 ! ...' (출처=yalibnan)

[뉴스워커] 트럼프 시대의 서막이 열리면서 반이민·반세계화를 표방한 트럼프에 열광하던 ‘트럼피즘(Trumpism)’이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넘나들고 있다.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기반의 트럼피즘은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를 백악관 새 주인으로 만든 원동력이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상징되는 미국과 유럽의 포퓰리즘은 배타적인 난민 정책, 엘리트주의 거부, 자유무역 반대에 불을 지피며 세력을 확장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올해에만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이 선거를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럽에서 경기 침체의 책임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앤드루 스티어 세계자원연구소 대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사진 제공 = WEF]

◆ 세계경제 최대위협은 `포퓰리즘'..."결국 저소득·중산층 희생"

"국가주의, 통제력 강화, 양극성 확대의 문제"

"올해가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원년이 될 것"

미국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립자 레이 달리오 (다보스포럼 2017)

“낮아진 경제성장, 높아진 불평등은 선진국에서 중산층 위기를 가져오기에 좋은 요인들”

“불평등과 불신, 희망 부재가 포퓰리즘을 키운다”

라가르드 IMF 총재 (다보스포럼 2017)

세계경제포럼 토론회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이에 따른 포퓰리즘 정치가 불러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블룸버그TV 토론회에 참석해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의 세금 감면 정책이 벌써 슈퍼리치에게 득이 되고 있고 겨우 끌어온 미국 내 일자리도 달러 강세로 사라진 일자리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표퓰리즘이 정책화됐을 때 언제나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적 불평등과 이에 따른 포퓰리즘 정치가 불러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블룸버그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 최고 부자 8명이 가진 부가 전 세계 하위 50%인 36억 명이 가진 재산과 같다는 옥스팜의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빈부 격차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해결책은 각국이 세계화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보다 촉진하고,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비등하는 포퓰리즘에 대처하려면 부의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강조했다.

당장 유럽에서는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등 굵직한 선거가 연달아 치러질 예정이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들의 올해 선거에서 반유럽, 반이민을 부르짖는 극우정당들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가 유럽 안팎의 최대 관심사다.

▲ 그리스의 비극은 200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가입하면서 본격화했다. 그리스인들은 서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우쭐해 낮은 금리로 빚을 내면서까지 흥청망청 돈을 썼다. 여기에다 포퓰리즘까지 기승을 부렸다. 북유럽처럼 ‘복지천국’을 만들겠다는 좌파의 허언은 그리스 직장인 4명 중 1명(85만명)이 혈세를 받는 공무원인 상황을 만들었고 15년만 일하더라도 은퇴 전 평균 월급의 95%를 연금으로 받게 되는 황당한 국가재정 구조를 만들었다 (사진=FT 재구성)

◆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세계 각국에 들어설 포퓰리즘 정부에 대비하라.”...韓 포퓰리즘 정부 가능성 20%

세계 20대 경제 대국 중 향후 2~3년 안에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확률을 점검한 결과, 11개국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정치인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13일 ‘세계와 포퓰리스트 새해’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멕시코는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의 인기가 높아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확률이 25%로 나타났다. 정치적 혼란에 빠진 브라질도 포퓰리즘 정부 탄생 가능성이 25%였다.

최근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대선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프랑스의 포퓰리즘 정부 출범 가능성 15%로 나타났고 또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 이후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약진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15%다.

보고서는 “서방세계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2017년 아시아의 유행어(buzzword)는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은 이민과 무역, 통치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금융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과 네덜란드, 프랑스의 포퓰리즘 정부 집권 가능성을 20%로 보아 공동 4위에 올랐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소추로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3위 수준이며 점점 상승하고 있다고 이 기관은 설명했다.

▲ 울고 베네수엘라 야당이 경제적 파탄을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 개시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들이 경찰의 방패벽을 밀며 선거관리위원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AP뉴시스

◆ 지구촌은 지금 포퓰리즘 몸살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에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복지 정책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최근 기본소득 법안에 이어 국민연금 10% 인상안을 반대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영웅이었다. 2003년 집권한 룰라 전 대통령은 저소득층 생계 보조제도인 ‘볼사 파밀리아’로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브라질 내에서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룰라 전 대통령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볼사 파밀리아 덕분에 저소득층 숫자는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흉터가 최근 브라질을 덮쳤다. 지난해 브라질 재정적자는 GDP의 10%를 넘는 1110억 헤알(약 36조 7200억 원)에 달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브라질 연방 검찰은 돈세탁과 허위진술 혐의로 룰라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브라질 역사상 최고의 스타 정치인의 처참한 몰락이었다.  
 
스위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직접 민주주의’ 나라다. 1848년 연방 헌법에 따라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해왔다. 9월 25일 스위스는 국민연금 지급액을 10% 올리는 ‘국가연금(AHV) 플러스’ 법안을 국민투표에서 59.4%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지난 6월엔 모든 국민에게 매월 2500 스위스 프랑(3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법 제정에 대해서도 76.9%가 반대해 무산됐다. 기본소득법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스위스 국민들은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이 우위를 점했다.

▲ 이 책의 저자인 세바스티안 에드워즈는 경제적 데이터 뿐만 아니라 역사적, 정치적인 자료까지 인용하며 라틴아메리카가 왜 몰락하게 됐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퓰리즘이 있었고, 그 것의 폐단과 문제점을 말하고 있다. 포퓰리즘에 빠진 각 국가의 정부는 통화팽창, 재정지출 증가, 사기업의 국유화, 보호무역, 고정환율제, 폐쇄적인 금융정책 등 반시장적인 정책들을 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맛을 봤지만 그 뒤 곧바로 과도한 무역적자, 통화가치 급락, 고 인플레이션, 실업률 증가, 빈곤율 상승, 외환위기 등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났다 (사진=살림biz)

◆ 포퓰리즘 19년 베네수엘라...미국과 각세우던 세계 1위 오일산유국 무상교육, 무상의료 선심정책 몰두...디폴트 위기에 생필품 전쟁

고유가 시절 막대한 ‘오일머니’를 자랑하며 미국에도 각을 세우던 베네수엘라가 몰락하고 있다.

원유 매장량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아 세계 1위다. 글로벌 저유가 현상으로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정작 베네수엘라 몰락의 결정적 원인은 포퓰리즘에 있었다. 2013년 사망 직전까지 정권을 잡고 있던 차베스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더 강하다.

차베스 정권은 원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펑펑 써댔다. 차베스 정권은 1998년 집권해 석유회사들을 국유화한 뒤 여기에서 나온 자금으로 공장을 짓기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선심 정책에 몰두했다.

베네수엘라 우파 세력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공짜’ 복지 정책이 재정 파탄을 불러왔다고 공격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14년 동안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로 비판했지만 그는 빈민들을 구원한 혁명가였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대규모의 빈곤 퇴치 프로그램으로 베네수엘라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암으로 사망한 이후로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차베스식 포퓰리즘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 하락 때문에 최근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중이다. 결국 2015년 12월 총선에서 베네수엘라 야권 연합은 16년 만에 집권 여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차베스의 포퓰리즘, 즉 ‘차비스모(Chavismo)’를 심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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