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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은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금융으로 분리해 장남 김 회장에게 동원금융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국내 최초 증권사 중심의 금융지주를 완성한 김 회장은 올해 3월 9년 만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회장직을 맡은 지 8개월이 된 현재, 비증권 계열사의 호실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은 자본 적정성 악화 및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잡음에 시달리며 그의 경영 능력에 태클을 거는 외국 기관 투자자도 등장했다.

==핵심 계열사 한투, 파생결합증권으로 적자 전환에 자본적정성 적신호까지

단위: 천원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결기준 실적에 따르면 2017년 6조2005억원의 영업수익을 냈으며 이듬해 29.5% 늘어 8조318억원으로 상승했고 작년 말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2018년 전년 대비 각각 6%, 5%씩 소폭 하락했으나 2019년 들어 크게 올랐다. 영업이익 8363억원, 당기순이익 6844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장점유율 11.6%를 달성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불안정해져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고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여 지난 1분기는 적자로 돌아섰다. 무려 11년 만에 발생한 첫 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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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9조7467억원의 영업수익을 내며 전년 동반기 대비 65.8% 증가했다. 금융자산(부채)평가및처분이익과 외환거래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업수익이 증가한 요인이 됐다. 반면 같은 기간 수수료 비용, 금융자산(부채)평가및순손실, 외환거래손실도 크게 늘어났고 결국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6.8%, 60.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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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주가연계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기타파생결합증권, 기타파생결합사채 등의 파생결합증권의 평가손익 총 합계액은 130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주가연계증권(ELS)에서만 304억원의 평가손실이 났고 기타파생결합증권 101억원 등을 포함해 파생결합증권 에서 314억원의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해외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 등에서 주로 피해가 나며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이 나서 ELS 발행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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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액인 자기자본은 2018년 4조1787억원, 2019년 5조1591억원이었다. 1년 새 순이익 증가로 이익잉여금이 크게 쌓이며 자본금이 1조원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올해 파생결합증권 등으로 인해 큰 손실이 순손실로 이어지며 자기자본이 704억원이 증발했다. 가뜩이나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자기자본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었다. 자기자본 대비 ELS 발행 잔액이 2018년 156.4%에서 2019년 117.1%로 떨어졌으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34.7%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11월 10일 기준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5조3396억원으로 크게 줄었으며 6월 말 자기자본 대비 104.9%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ELS의 자체헤지 운용의 부담으로 ELS 발행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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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의 자본적적성도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차감한 후 필요유지자기자본을 나눈 연결기준 순자본비율이 5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규제를 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100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증가와 감소를 반복 하고있다. 2017년 1469.90%로 비교적 양호했으나 이듬해 1016.93%로 452.97%p나 하락했다. 2019년에는 영업용 순자본이 4조6333억원으로 증가해 1260.08%로 상승했으나 다만 총위험액도 2조941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3억원이나 늘었다. 올해 들어 총위험액은 3조원 대로 넘어선 상황에서 1분기 적자 등으로 인해 영업용 순자본은 감소해 1분기 말에는 순자본비율이 100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자본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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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는 자본적정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다른 증권사와 달리 오직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신용등급만 부정적으로 평가헀다. 영업용 순자본 중 총위험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구, NCR에 따르면 2017년 237%에서 시작해 계속 하락 곡선을 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150%선마저 깨져 139.2%까지 하락했으며 2분기 149.5%로 회복했으나 여전히 150%를 밑돈다. 또 다른 자본적정성 지표인 조정 레버리지 비율 역시 6월 말 기준 7.1배를 기록해 부채의존도가 크게 나타났다. 레버리지 비율에 우발채무를 가산하여 계산하는 조정 레버리지 비율이 7배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 피해자에 총 287억원을 보상할 것이라고 한 만큼 재무 상태가 더 악화될 전망이어서 신용등급 하락까지 우려된다.


폐쇄적 지배구조 속 리스크 관리보다 실적 우선, 덕분에 연봉과 배당은 오름세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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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는 종속기업으로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퀴티 등이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분 20.70%를 보유한 김남구 회장이 최대주주다. 한국금융지주의 종속기업 중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의 종속기업을 두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무서운 속도로 실적 등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김 회장이 승진하는데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김남구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이사회의장, 임원후보추천위원회까지 맡고 있어 상당히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후보 등을 추천하는 곳으로 이 때문에 이미 수차례 ‘셀프연임’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서로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금융당국에서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최고경영자를 배제하도록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침을 준수하려면 김 회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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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6월 말 기준으로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만 39건이며 소송가액만 약 828억원이다. 이는 2019년 순이익의 12.1% 수준이며 올해 반기 말 누적 순이익으로 따지면 절반 이상이다. 불완전 판매 등 투자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 등에도 불구 그간의 실적 상승에만 집중한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불신하는 주주도 나타났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결권정보광장에서 확인한 바 BCI, CPPIB, CalPERS, CalSTRS, SBAFlorida 총 다섯 곳의 해외 기관투자자가 사내이사 김남구 회장 선임 건에 대하여 반대를 행사했다. BCI와 SBAFlorida에서 밝힌 사유는 모두 독립성이 결여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한 불신과 관련됐다. 실적만 올리려다 그 과정에서 각종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은 김남구 회장의 경영 능력에 과오로 남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증권사 업종의 성격상 신뢰 하락으로도 충분히 연결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폐쇄적인 구조를 개선해 내부 견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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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구조 덕분에 김 회장이 실적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고 이는 고액 상여 지급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한국금융지주 2017년 사업보고서에 연봉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2018년 5억7958만원, 2019년 5억9174만원이 연봉으로 지급됐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2017년 급여 5억2880만원, 상여 1억1887만원으로 6억4767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이듬해 성과급이 기존 10배 정도 늘어나며 연봉 총액이 약 16억원 가까이 뛰었다. 실적이 최근 3년 중 제일 좋았던 2019년에도 상여가 좀 더 늘어나 약 18억원으로 연봉 상승세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임원은 성과보수 40% 이상으로 이연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9년 김 회장의 12억9648만원의 상여에는 2015년, 2016년, 2017년의 성과급 중 이연된 금액과 2018년 성과에 따른 성과급 지급분이 포함되어 있다. 상여 책정 기준 등을 결정하는 보상위원회에는 김 회장과 20년 넘게 일한 이강행 한국금융지주 사장이 참여하고 있어 그 기준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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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 못지않게 김남구 회장은 배당수익으로도 미소 짓을 수 있었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김 회장은 2017년 180억원, 2018년 203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2019년 들어 주당 배당금액을 전년 1800원에서 2900원으로 늘리며 약 327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한국금융지주의 58.01%의 소액 투자자를 위한 배당 환원 정책으로 단순히 생각하기에 안전성보다 무조건 수익성을 강조하는 김 회장의 경영 행보는 위기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미지 훼손 등의 우려가 더 커 보인다. 현재의 위기를 단순한 감기와 같이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여겨 비판을 수용하여 변화를 통해 확실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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