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거리를 메울 때 나는 포천에 있는 2000평 규모의 임야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을 가보았다. 매각물건 명세서에는 “분묘기지권 성립여부 불분명”이라고 나와 있어서 나는 현장에 도착 하자마자 마을 회관으로 가서 경매가 진행 중인 임야에 대해 동네 어르신들에게 여쭤 보았지만 아는 이가 없어서 면사무소에서 발급받은 임야도를 가지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닐 때였다.

근처에서 유심히 나를 지켜보던 할아버지 한분이 내게 다가와서는 무엇 때문에 왔는지를 물어 보시기에 채무자겸 소유자의 이름을 말씀드리니 그분 또한 고개를 갸웃 거리며 모르겠다고 하시기에 나는 곧바로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던 전 소유자의 이름을 다시 말씀드리니 반가운 얼굴로 전 소유자를 잘 안다고 하시면서 그 분의 임야를 알려주신다.

다시금 임야도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임야를 자세히 살펴보니 임야 중간쯤에 잡풀이 무성한 묘지 1구가 있어 할아버지에게 다시금 여쭤보았더니 오랫동안 찾는 이가 없는 묘라고만 말씀 하신다.

매각물건 명세서에서는 “분묘기지권 성립여부 불분명”이라고 나와 있었고 이처럼 묘가 2000평 임야의 중간에 있다 보니 입찰을 포기하려 했지만 인근 지역 임야가 평당 5만 원 이상에 호가가 형성되어 있는 반면, 이 물건은 평당 2만3000원에 감정평가 되었고 두 번 유찰 되어 최저가가 평당 1만4000원까지 낮아져 있어, 평당 1만5000원씩을 계산하여 입찰을 하게 되었다.

다행이 입찰에 참가한 분들이 없어서 내가 단독으로 낙찰을 받았다.
그렇게 낙찰을 받고 소유권이전까지 마친 후 나는 낙찰을 받은 임야에 가서 임야 중간에 있던 묘지에 작은 팻말을 꽂아 놓았다.

“땅주인입니다. 묘지의 자손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017-000=000”
그렇게 팻말을 붙여 놓고 추석이 지난 뒤 묘지에 가보았지만 팻말은 그냥 그대로 있었고, 아무도 온 흔적이 없었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아무도 연락이 없어서 묘지에 팻말을 설치한 것을 사진을 찍어 소유권을 이전한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면사무소에 가서 무연고처리에 대해 담당자와 상의를 하였더니 신문 공고를 하라고 해서 16만원을 내고 2회에 걸쳐 일간지에 광고를 냈는데도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면사무소에 가서 개장허가를 신청하였더니 2주일 뒤에 허가가 나왔고 묘지이장을 전문으로 장례업체에 의뢰를 하였더니 15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제 각각 이장비용이 달랐다. 그래서 이곳저곳 알아본 뒤 나는 한곳을 정해 200만원을 주고 이장을 맡겼다.

이장 하는 날... 간단한 제사상을 차렸다. 절을 마친 인부들은 “파묘”를 외쳐대기 시작하는데 산속에서 울려 퍼지는 인부들의 “파묘‘의 목소리는 내 심금을 울렸다.

누구도 와보지 않는 “묘” 이분도 누군가의 조상이었을 텐데 이렇게 남모르는 이들에 의해 이장을 하게 된 묘를 바라볼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나는 정성 드려 이장을 한 다음 시신은 화장을 하여 포천 인근에 있는 납골당에 모셨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묘지의 자손들은 연락이 없다. 경매는 너무나 좋은 재테크 방법이다,

그중에 임야는 “분묘기지권”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입찰을 꺼려하므로 시세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임야를 낙찰 받아 소유할 수 있다. 다만 현장을 꼼꼼하게 확인하여 분묘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하는데 실무를 하다 보니 이러한 무연고 묘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유연고 묘지더라도 자손들과 이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원만히 해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무리 “분묘기지권”이 막대한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조상님이 남의 땅에 편안하게 누워있지 못함을 아는 후손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또한 그 묘가 자신의 부모라면 이사 가라고 떠드는 땅주인(임야) 때문에 돌아가신 분이 편안한 쉼을 얻지 못할까봐 마음을 조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장을 못하겠다고 버티다가도 이장비용에 대해 협의를 해보자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닉네임 야생화로 더 알려진 배중열 대표는 공주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연세영어학원 강사로 활동하다가 부동산 경매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후 명지투자연구소 이사, 부경아카데미 부원장, 한국법학권 경매담당 강사, 수원디지털대학, 한성대학 사회교육원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백배의 축복’, ‘경매천재가된 홍대리’ 등 부동산 재테크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