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강세·유로화 약세 추이로 1달러와 1유로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등가·parity) 현상이 임박하며 미국과 유럽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수출기업들은 유로화 절하로 수혜를 누리는 반면, 미국의 수출기업들은 달러가치 강세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결국 유로화와 엔화 모두 동반 절하되는 수출환경에서 우리나라 역시 환율정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해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스워커] 유로화가 도입된 2002년 12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으로 패리티가 실현될까? 

최근 달러화와 유로화 환율이 등가(Parity)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14년여 만에 유로-달러가 패리티(등가)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평균 달러/유로 환율은 1.10달러 수준이었지만 연말 1.03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 1.05달러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 자료: Bloomberg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8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올해 안으로 유로-달러 패리티를 점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와 같은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을 반기고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지만, 초저금리기조를 반대해왔던 독일의 경우 유로화 가치 약세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의 우에노 다이사쿠 외환 전략가는 유럽에서 예정된 각종 선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지속으로 유로화가 올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우에노 전략가는 미국 경제 호전으로 미국과 유럽의 금리차가 확대된다면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말까지 1.02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유로존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유로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경상흑자의 약 80%가 미국이 아닌 다른 무역 상대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 최근 3 개월 주가변동성과 환율변동성 (자료: Bloomberg, Thomson Reuters, IMF)

◆ 유로화,경기 회복에 따른 ECB 테이퍼링 리스크 높아

현재 유로화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2위 통화이다. 미국은 트럼프 효과 및 연준 금리인상 등으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로존은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며 금리가 낮다. 즉 대내외 금리차가 더 확대
되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에도 달러화의 강세 및 유로화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IB 평균치 기준 향후 12개월 이후 달러/유로 환율은 1.03달러이다. 또한 그 중 일부는 같은 기간 달러/유로 환율이 1:1 등가(Parity)를 하회한 0.95달러 수준으로 가파른 유로화 약세를 전망한다.

김환 NH투자증권 F/X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 측면에서 유로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이코노미스트는 "3월 전후로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 미국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및 연준 금리인상 우려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의 성장률이 나쁘지 않고 탄력강도는 약하지만 물
가와 경기가 방향을 위로 잡으면서 ECB의 테이퍼링 이슈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유로존 시중 금리의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유로화의 약세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4월부터 12월까지 ECB는 자산 매입규모를 기존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축소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은 ECB의 테이퍼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과거처럼 유로화에 대한 신뢰성이 붕괴되지 않는다면, 달러화와 유로화가 1:1 등가를 하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 1 년전 대비 통화 절상률 (자료: Bloomberg, Thomson Reuters)

◆ 미국 달러화: 다가오고 있는 달러화지수의 고점

최근 금융시장은 3월 FOMC 회의의 금리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2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점도표 상향 조정을 통해 2017년 중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오는 3월 중 미국 의회는 미국의 법정 국채발행 한도를 증액해야 한다. 지난 2015년 10월, 미국 정책당국과 의회는 부채한도 증액을 2017년 3월 15일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 자료:Bloomberg

안기태 NH투자증권 F/X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의 국채발행액은 19.9조달러로 법정 한도(18.1조달러)를 상회했다"며 "이에 발행 한도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증액해야 하는 규모만 1.8조달러 규모로 여기에 트럼프가 언급한 1조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감안할 때, 약 3조달러 수준의
부채한도 증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따라서 부채한도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선반영한 금리상승 압력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경제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3~4월 이후부터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선반영 해왔던 금융지표들이 안정되면서 달러화가 완만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 여부 판단 기준 (자료: 미국 재무부, CEIC, NH 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썰물처럼 빠지는 유럽 자금...글로벌 IB, 달러와 유로 1:1 등가 전망 점차 늘어

유럽중앙은행(ECB)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2개월 동안 유럽에서 빠져나간 자산 규모는 5288억유로(약 655조7437억원)로 집계됐다.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유출세다.

달러와 유로의 등가 전망이 점차 늘고 있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말까지 두 통화가치가 등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등가를 넘어 유로화 가치가 달러당 0.95달러까지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TD시큐리티의 네드 럼펠틴 유럽담당 외환전략부문 대표는 유로화 가치가 내년 초면 이미 달러화와 등가를 이룬 뒤 향후 더 하락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등가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ECB가 양적완화(QE) 정책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달 ECB는 내년 3월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안트예 프라에프케 외환연구원은 내년말이면 ECB가 매입할 국채가 동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유로화 가치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로화 약세로 확대된 자금 유출이 유로화 약세 압력을 재차 높임 (자료:: CEIC, NH 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유럽의 수출기업 경쟁력 커져 VS 미국의 수출기업엔 시련 주는 유로/달러 환율...韓 유럽 수출 비중 높은 화학 기계 업종 타격 전망

지난 11월8일 미 대선 이후 미국 달러가치가 절상되면서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수출기업들은 유로화 절하로 수혜를 누리는 반면, 미국의 수출기업들은 달러가치 강세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산운용사 피셔 프랜시스 트리즈 앤 왓츠의 아드난 아칸트 통화 부문 책임자는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금융·재정 정책의 차이가 달러에 강한 순풍이 될 것”이라며 유로와 달러의 패리티에 대해선 “앞으로 불과 7~8% 수준이고, 상당히 빨리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채드 모트레이 전미제조업협회(NA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에 강한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달러 가치가 유럽 기업들과 경쟁이 어려운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기업들에게 커다란 악재로 여겨진다. 미국 제품의 수출 단가는 높아지는 대신 해외에서 물건을 팔아 송금돼 오는 액수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화 약세는 유럽 기업들에게 여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유로 약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의 대유럽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화학, 기계, 섬유 등 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타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무역협회가 회원사 3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52%가 1유로당 1230원인 당시 원·유로 환율 수준에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이 4% 내려가면 유럽에 대한 수출이 7.3% 감소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등 수송기계를 포함한 기계 업종은 EU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전기 업종도 유로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유로화와 엔화 모두 동반 절하되는 수출환경에서 우리나라 역시 환율정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해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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