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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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지난 11월 3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조성된 청년 맞춤형 주택인 안암생활이 입주를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2년 준공된 리첸카운티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것이다. 이런 호텔 개조 공공임대주택은 정부가 전월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주택은 물론 사용하지 않는 상업용 건물까지 이용해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호텔 개조 공공임대주택이 도입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거주시설로 건설된 것이 아닌 호텔이 과연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주거지가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런 걱정 속에서 12월 1일 오전 안암생활에선 입주민 인터뷰 및 입주시설 브리핑이 진행됐다.


경제적 자립 기반이 취약한 청년을 위한 안암생활


안암생활은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에 있으며 안암역에서 15분 정도 거리밖에 걸리지 않는 등 교통편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122세대 중 2호는 장애인, 56호는 문화예술 창작자와 창업자에게 64호는 일반 청년들에게 공급됐다. 경제적 자립 기반이 취약한 청년과 대학생이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제한했으나 경쟁률이 2.3:1일 정도로 희망한 사람이 많았다.

전용면적은 13~17㎡ 수준이며 방 안에 냉장고, 에어컨, 책상, 옷장, 침대 등이 구비되어 있다. 난방이 되지 않아 불만을 샀던 이전에 시도했던 호텔 리모델링 주택과는 다르게 난방 시설도 구비되어 있으며 예전에 비해 호텔 느낌이 덜 난다는 평을 받는다. 입주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7~35만 원 정도로 같은 지역 원룸에 비해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안암생활은 거주 공간뿐만 아니라 1층과 지하 1층에 모임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 등과 창작, 창업, 예술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창업실험가게,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코워킹스페이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창업 및 예술을 꿈꾸는 청년들이 활용하기에 좋다.

이에 서울에서 월세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은 안암생활의 저렴한 가격과 합리적인 시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록 호텔을 리모델링한 방이라 일반 주거용 주택보다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당장 내야 할 월세가 걱정인 청년들에겐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안암생활의 월세 값으로 서울에서 다른 자취방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와는 달리 실제로 입주해 살고 있는 당사자들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안암생활, 전세 대책이 될 수 있나


문제는 안암생활의 내부에 주방, 세탁기가 없다는 것이다. 지하 2층에 모든 입주민이 함께 쓰는 공유 주방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주방, 세탁실도 없는 곳에서 청년들이 정착해서 살기는 어렵다. 게다가 안암생활은 딱 1인 가구가 살기 좋은 공간이기 때문에 청년층이 결혼을 하고 2인 이상의 가족을 꾸린 상태에선 살기 어렵다.

안암생활에 긍정적인 평을 내리고 있는 것은 대체로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에 고시원, 저렴한 원룸 등 최악의 거주 환경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 사회 초년생이다. 그들에겐 최악의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일시적으로라도 나라의 도움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주택에 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비록 주방, 세탁실도 구비돼있지 않은 집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오래도록 정착할 주거지를 찾는 20대에겐 무용지물이다. 정부에서는 전세 대책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제안했으나 정작 정말 전세가 필요한 2인 이상의 가족이 있는 무주택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청년층은 최소한의 주거지로 만족해야 하는가


국토교통부는 2028년까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2000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지 안에 개인적으로 요리를 하고 세탁을 할 공간조차 없는 방은 단지 당장 집이 없어서 자취를 해야 하는 청년층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지 결코 근본적인 주거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는 호텔 임대주택이 1인 가구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최악의 조건에서 월세를 구해야 하는 청년층의 차선책 이상이 될 수 없다.

청년층이 오랜 시간 거주할 수 있는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 진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현재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며 2~30대가 자신의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저렴한 월세를 공급하는 것을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청년층에게 ‘더 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우니 이 정도로 일단 만족하라’는 가스라이팅 아닐까. 물론 호텔형 청년주택으로 인해 혜택을 본 사람들도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서 만족하고 임시방편 식의 임대주택만 공급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에 힘써 양질의 주거지를 확보해야 한다. 호텔형 청년주택을 위해 들어가는 사업비도 만만치가 않다.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단기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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