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미국 중북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의 백인 노동자층 민심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전체 노동자의 11.2%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미시간 역시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미시간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선택한 것은 1988년 대선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뉴스워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빅3'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에 미국 내 공장 신축 압박을 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왜? 이처럼 자동차 산업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일까? 미국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지지 기반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CNBC는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10개 주 중 무려 8개 주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로 다른 산업의 고용상황은 개선되는 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먼’의 론 하버 산업분석가는 “트럼프는 미시간이나 오하이오처럼,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미국 중북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의 백인 노동자층 민심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전체 노동자의 11.2%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미시간 역시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미시간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선택한 것은 1988년 대선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3사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최고경영자(CEO)를 불렀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 등 미국 자동차 빅3 CEO(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현지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논의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자동차 제조업체 3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내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자동차업체에게 규제혜택을 줄 것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가 생산되고 더 많은 직원이 고용되며, 더 많은 자동차 제조공장이 새로 건설되기를 바란다"며 그는 "그럴 경우, 규제를 축소하고 세금 혜택을 줘, 미국 비즈니스가 훨씬 매력적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연비 규정과 무역 정책을 비롯한 각종 규제 문제에 대한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 미 기업 대표들과 백악관에서 조찬모임을 갖은 자리에서  "미국에 공장을 짓고자 한다면 신속한 허가를 받겠지만, 외국에서 만들어오는 미국에 들여오는 제품에는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하겠다" 압박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회동에서 도요타, 현대, 혼다 등 미국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는 외국 업체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백악관은 향후 외국 업체들과의 만남도 추진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자료:미국 자동차연구소(CAR)

◆ 트럼프에 美 자동차업계가 연비규제 완화 요구한 이유는 '일자리'

트럼프에 美 자동차업계가 연비규제 완화 요구한 이유가 '일자리'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당국이 현재 기업평균연비제도(CAFE) 기준을 유지할 경우 자동차 판매 및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美 자동차업계는 연비규제 완화 요구 목소리가 높다는 설명이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연구소(CAR)는 EIA(에너지정보청)의 유가전망데이터로 2025년 자동차업체들이 CAFE 기준인 54.5 마일(mile)을 달성하기 위한 추가 연비향상기술비용을 분석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2025년 유가가 2.44, 3.00, 4.64 달러일 경우와 차량 1대당 가격을 설정해 총 9개로 구성된다. 이 중 8개 시나리오는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 손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가가 4.64 달러이고, 추가 기술비용이 2000 달러인 경우에만 소비자가 추가 연비향상기술비용보다 연료 절감비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CAR는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픽업트럭 등 연비 효율이 좋지 않은 차량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어 오히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일자리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현지 시장에서 올해 8월까지 SUV와 픽업트럭 판매는 전체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 업체의 연비향상기술 적용 차량 판매가 감소하면서 생산직, 부푸멉체 등 전반적인 자동차산업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CAR는 전망했다. 

총 100만~300만대의 자동차 판매와 11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유가가 4.64 달러이고 추가 기술비용이 2000 달러일 경우에는 자동차 판매, 생산, 고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CNBC는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10개 주 중 무려 8개 주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로 다른 산업의 고용상황은 개선되는 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방송은 분석했다.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먼’의 론 하버 산업분석가는 “트럼프는 미시간이나 오하이오처럼,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딜레마에 빠진 현대차…美 공장신설 vs 韓 생산감축...현대차그룹, 미국에 2021년까지 31억달러 투자…공장설립 검토

현대기아차가 미국 생산을 늘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수출 물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지 시장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현대기아차로서는 미국에 공장을 더 지어야할 절실한 이유가 없다. 최근 미국 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가 늘면서 작년 7월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던 싼타페 물량 일부를 앨라배마 공장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미국에 신규 공장 설립을 고려 중이며, 제네시스 차량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정진행 사장은 "미국 시장은 현대·기아차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자, 글로벌 전략 성공의 바로미터"라며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미국)정부에 관계없이 지속된다"고 17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시장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42만260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전년대비 1.7% 증가한 77만5005대를 팔아 7년 연속 연간 판매 신기록을 경신했다. 기아차는 전년대비 3.5% 늘어난 64만7598대를 판매해 미국시장 진출 22년 이래 연간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지난 5년간 투자한 21억달러보다 50% 가량 증가한 3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자동차 신기술에 31억달러 중 30~40%를 투자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생산시설 및 신차종 투입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일자리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지는 않을 방침이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기아차는 조지아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멕시코에서 K3 모델을 생산해 미국 등지에 수출하는 기아차가 트럼프 국경세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심지어 트럼프의 국경세가 현실화되면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에서 세운 당초 생산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온다. 

한편,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향후 5년간 3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도요타의 100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 GM, 포드 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도 트럼프에 '백기'···멕시코 공장, 오하이오로 옮긴다

실제로 트럼프의 지목을 받든, 받지 않든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날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향후 수년에 걸쳐 미국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164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거나 유지할 계획이다. 

CNBC에 따르면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미시간과 오하이오주의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또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온 대형트럭을 오하이오주의 공장으로 옮겨 생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로 자동차 생산시설을 이전한 것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포드는 총 16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에 7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현재 멕시코에서 7개 제조시설을 두고 램 트럭부터 소형차, 그리고 스포츠유틸리티(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 내 고용 인력은 총 1만18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지프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우리는 SUV와 트럭 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을 이 차종들의 제조허브로 계속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美자동차 업계, 트럼프에 달러 강세 시정 요구

미국 자동차 업계가 달러 강세 시정을 요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통화정책을 취할지 주목된다고 NHK가 25일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더 많은 자동차 제조공장이 건설되고 직원들이 고용되기 바란다며, 규제 축소와 세금 혜택을 통해 미국 비즈니스가 매력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드의 마크 필즈 CEO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모든 무역 장벽의 근원은 환율 조작(currency manipulation)이라고 거듭 주장했다"고 말해 달러 강세를 시정해달라는 요구를 대통령에게 했음을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CEO들과 대통령은 자동차들의 환경 문제와 연비 규제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 CEO는 면담 후 기자들에 “산업계가 정부와 함께 일한다면 환경과 안전, 일자리 창출, 제조업 경쟁력 향상과 관련해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즈 CEO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경쟁력 향상과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쁜 무역 협상에서 탈퇴한 대통령의 용기에 용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경계감을 나타낸 적이 있어 자동차 업계 요청을 근거로 향후 어떤 통화정책을 쓸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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